10개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살펴보는 도시계획의 진화과정 (3)
스퍼(SPUR: San Francisco Planning and Urban Research Association)의 프로그램 매니저 벤자민 그랜트(Benjamin Grant)가 도시계획의 역사를 다룬 전시회에서 이정표가 될만한 10가지 다이어그램을 제시했습니다. 뉴스페퍼민트에서 그 10가지 다이어그램을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사선제한, 놀리 맵, 심리지리, 하키스틱차트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0개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살펴보는 도시계획의 진화과정 (1)
10개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살펴보는 도시계획의 진화과정 (2)
7. 사선제한 (The Setback Principle)
From New York’s 1916 Zoning Resolution
20세기 초, 도시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도시계획가들의 관심 역시 가로레벨에서의 건물들의 위치(layout)나 건물이 지표면과 접하면서 만들어내는 윤곽(footprint)에서, 건물의 입체적 용적(volume)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사선제한은 이러한 도시계획가들의 변화된 관심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규제 원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선제한이란, 건물이 높이 올라갈수록 가로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사선방향으로 건축선을 후퇴시켜(상기 이미지 참조) 가로레벨까지 햇빛이 도달하게 하고 보행자들에게 개방감을 주기 위한 건축물에 관한 규제입니다. 이 규제는 건물의 용적률을 늘리고자하는 경제적 논리와 가로에서의 보행자들의 경험과 환경 개선에 관한 논리가 충돌하며 만들어진 타협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선제한의 기원은 1916년 새롭게 제정된 뉴욕시 지역제(New Zoning Laws in New York City in 1916)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 사선제한을 통해 바늘(needle) 형상의 건물들로 가득찬 지금의 뉴욕시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었습니다.
The Library of Congress
8. 놀리 맵 (the Nolli Map)
Courtesy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Library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측량사인 놀리(Giambattista Nolli)에 의해 1748년에 제작된 로마의 지도(상기 이미지 참조)는 후세의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분석적, 표현적 기법이 되었습니다. 놀리맵은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특정 대상에 주목하기보다는, 건물(흑)들과 가로(백)의 전체적 형상을 종합적으로 묘사하여 도시의 가로망과 개발 패턴, 공공공간의 형상과 그 관계를 아주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9. 심리지리 (Psychogeography)
From Kevin Lynch, “The Image of the City” (1960)
1950년대 상황주의(Situationist) 예술작가들과 건축가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를 경험하는지 그 실체를 포착하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경험적 차원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결과적으로 탑다운(top-down) 방식의 도시계획과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던 도시계획가들은 도시민들의 삶과 행동양식이 자신들이 계획한 틀 안에서만 일어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황주의 작가들의 새로운 관심은 도시계획가들로 하여금 도시민들의 공간적 경험과 건조환경과의 상호작용 또한 계획과정 중 고려해야할 필수 요소임을 지각하게 하였습니다. 계획의 논리만큼이나 경험의 논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단의 지도는 1961년 도시계획가이자 이론가인 케빈 린치(Kevin Lynch)가 제작한 보스턴의 심리지도입니다. 이 심리지도는 주민들이 어떻게 도시의 구조를 인지하고, 어떤 요소들을 기억하며, 어떤 요소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도시계획가들은 물리적 형태 만큼이나 이러한 심리지리 또한 계획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10. 하키 스틱 차트 (The Hockey Stick)
Courtesy Michael Mann
마지막 10번째 다이어그램은 기후 변화에 관한 하키 스틱 차트 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후과학자 마이클 맨(Michael Mann)이 작성한 이 차트는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지구의 급격한 온도상승(차트 오른쪽의 빨간선)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차트는 얼핏 봤을 때, 도시계획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게 사실이지만, 이 차트가 표현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은 분명 21세기 도시계획가들에게 스마트 성장(Smart Growth)이란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아직 스마트 성장의 개념적 정의가 제대로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도시계획가들은 도시의 특정 형태나 체계, 패턴 등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기후변화에 최적화된 새로운 도시의 유형(typology)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the Atlantic C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