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퍼민트 2.0을 알리며
안녕하세요,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몇 달 전부터 뉴스페퍼민트에 올라오는 글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끼고 계실 겁니다. 10년을 지속한 서비스가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지 걱정해준 분도 있었고, 감사하게도 이메일로 업데이트 계획을 물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저희를 오랜 시간 봐 오신 분들이시라면 저희가 새로운 시도를 늘 조금씩 해온 것을 아시겠지요. 지난해 7월 말 시작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도 그중 하나입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는 월정액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저희는 신청자들에게 월 4,500원을 받고 주 3회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시 이를 위해 저희가 풀어야 했던 문제는 뉴스페퍼민트의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바로 번역 콘텐츠를 돈을 받고 팔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주 간단한 방법은 원래부터 있었습니다. 곧, 수많은 창작물들이 그러하듯 외신을 참고로 하되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지요.
그동안 저희가 이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과연 우리가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만한 능력과 자격이 있을까라는 조심스러움이 있었고, 외신 번역과 큐레이션 매체라는 뉴스페퍼민트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곧, 사람들이 뉴스페퍼민트를 방문하는 이유에는 이 곳에서 해외 유수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는 적어도 첫 번째 이유를 테스트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기존 세 명의 필진은 각각 주 1회씩 외신을 참고로 한 자신의 글을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올렸습니다. 원래 뉴스페퍼민트에 올리는 글과는 별도로 말이지요. 그리고 생각보다 잘 돌아갔습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글쓰기는 책상에 앉기 전까지의 고통과 책상에 앉은 뒤의 희열로 나뉩니다. 여기서 희열이란 바로 자신을 표현하는 기쁨입니다.
그렇게 저희 필진들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의 우선순위를 뉴스페퍼민트보다 높이 두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달 간 뉴스페퍼민트에 글이 뜸했던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희들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올리는 글을 몇 달의 간격을 두고 뉴스페퍼민트에 올리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곧 두번째 이유에 대한 테스트입니다.
이제 앞으로 뉴스페퍼민트에는 두 가지 글이 올라옵니다. 예전과 같은 전문 번역은 [전문 번역]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올라옵니다. 그리고 [필진 칼럼]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글은 저희가 직접 쓴 글입니다.
글을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눔으로써, 이제 저희의 공유 원칙도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저희 글을 가져가는 매체의 문의에 대해 “외신 기사의 번역물에는 원문의 저작권과 번역자의 저작권이 같이 있으며, 저희는 번역자의 저작권은 주장하지 않지만 원문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와 같이 말하며 다른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전문 번역] 글에 대해서는 위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되, [필진 칼럼] 글에 대해서는 원고료를 받습니다. 자세한 문의는 이메일을 통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영국 매체 중에 Delayed Gratification이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특히 속보가 넘쳐나는 언론 지형에서 수많은 기사들은 즉자적으로 소비되고 맙니다. 그 이름처럼 ‘뒤로 미룬 만족’은 지금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발빠른 분석 대신 천천히 곱씹어보며 더 잘 이해하고 더 많은 의미를 찾기 위해 쓴, 한 발 늦은 대신 더 차분하고 엄정한 분석과 글들을 담았습니다. (웹사이트 주소도 slow-journalism.com입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올렸던 저희 글이 몇 달 뒤에 뉴스페퍼민트에 다시 올라오면, 조금이나마 비슷한 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뉴스페퍼민트는 10년이 되었습니다.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 많은 것이 변했을 겁니다. 인생의 고비들을 버티고 넘기며 성장해 왔겠지요. 적어도 쓰는 이들에게는 뉴스페퍼민트가 고비를 함께 지탱해준 인생의 중심축이었고, 성장을 위한 배움의 기회이자 도구였습니다. 다음 10년은 쓰는 이들만이 아니라 읽는 이들에게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생각하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