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의 음주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
2018년 1월 2일  |  By:   |  건강, 문화  |  No Comment

연말 과음 시즌이 지나고 수많은 미국인이 새해에는 기필코 술을 적게 마시리라 다짐합니다. 새해에 흔히 하는 결심 중 하나가 지나친 음주 절제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술에 만취해서 다음 날 ‘이불킥’을 할 만한 문자를 보내거나, 와인을 좀 과하게 마시고서 분명 후회할 발언을 하는 등의 경험이 있기 마련이죠.

이 흔하디흔한 새해 결심은 사실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최근 오피오이드 남용이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알코올 남용은 더 많은 희생자를 낳는 고질적인 공중보건 문제로써 매년 8만8천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가벼운 음주는 건강에 전반적으로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과음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수가 약 50% 증가했습니다. 알코올 섭취가 주원인이라고 알려진 간경변의 경우에도 사망자 수가 30년 간의 감소 추세에 마침표를 찍고, 최근 2006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수년간 축적된 결과입니다. 미국인의 알코올 섭취 패턴을 10년 넘게 연구한 역학 전문가 릭 그루차 박사는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루차 박사가 다섯 개의 연방정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초부터 남성은 하루에 5잔 이상, 여성은 하루에 4잔 이상 마시는 경우에 해당하는 ‘폭음(binge drinking)’이 여성과 노인층, 소수민족에서 잦아졌습니다.

수치의 이면에는 개인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존재합니다. 어떤 이들은 음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겪거나 이별하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커리어 목표 달성에 실패합니다. 대학생들은 과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수도 없이 경험합니다. 저는 2013년 출판한 여성과 음주에 관한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에도 같은 주제에 대한 논문들을 연구하면서 수백 명에 달하는 다양한 인종의 문제 음주자(problem drinker)를 만났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졸자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대학에서 무분별한 음주 문화에 노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뷰 결과 상당수가 알코올 의존증을 나타내는 신체적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과도한 음주를 한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불안해하는 상태였습니다.

알코올 연구자들과 물질사용(substance-use) 임상의학자들은 위험한 음주가 이처럼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사람들이 느끼는 깊은 절망감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물질남용 환자 전문 임상심리학자인 앤드루 타타르스키 박사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는 끝나지 않는 전쟁 상태를 지속해 왔고, 우리 모두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타타르스키 박사는 “최고 부유층의 소득은 증가했을지 몰라도, 수많은 서민은 여전히 입에 풀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제 개편과 건강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음주 문화는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역학자들은 대학에서 처음 접하는 과음과 폭음 문화가 직장으로까지 이어져 사회 초년생들은 퇴근 후 회식 자리에서도 과도한 음주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많은 모임에서는 목요일을 “리틀 금요일(Little Friday)”이라고 부르는데, 퇴근 후에 (몇몇 실리콘 밸리 회사들의 경우 근무 중에) 한잔하러 가자는 그들만의 암호입니다.

대중문화를 통해 음주는 재밌고 매력적인 행위로 포장됩니다. 물질남용 환자들을 치료하는 임상심리학자인 캐리 윌컨스 박사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무언가 큰 재미를 놓치는 거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고 가정과 일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서 순간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찾게 됩니다.

알코올 때문에 고통 받는 수많은 환자가 유일한 해결책이 금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엄격한 절제를 요구할 경우, 대부분은 정말 극한의 상황에 이르지 않은 이상 변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중독자”라고 칭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문제 음주자의 대다수는 알코올 중독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기조차 꺼립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코올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부정적인 이미지를 함축할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최신 기준(DSM-V)은 알코올 중독을 “알코올 사용 장애”라는 새로운 용어로 정의하였습니다.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세분화되는 위험한 음주 행위를 포괄하는 더욱 광범위한 용어가 탄생한 것입니다. 40년 이상 중독을 연구한 임상심리학자 리드 헤스터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알코올 남용 환자 중 약 10% 정도만 중증으로 분류됩니다. 헤스터 박사는 중증 환자라면 철저히 금주해야 할 수도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환자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최신 치료법은 경도와 중등도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대한 연구 결과가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날트렉손(naltrexone)과 같은 약물과 위해감축(harm-reduction) 테라피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롱아일랜드 대학 사회복지학과의 셰일라 바카리아 교수는 이 같은 약물과 테라피가 행동 장애 해결을 위한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 최신 치료법은 환자들이 자신의 음주 습관을 추적하고, 무엇보다 술을 마시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타타르스키 박사는 환자들에게 음주 욕구가 생길 때 그 상황을 탈출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먼저 15초 동안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감정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숨쉬기 같은 건전한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타타르스키 박사는 이외에도 환자들에게 유용한 전략들을 공유합니다. “파티에 가기 전, 한 주를 시작하기 전, 언제나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선수들이 게임 플랜을 갖고 시합에 임하는 것처럼요.”

그밖에도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음주를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습니다. 초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스터 박사는 음주 절제를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체크업앤초이스(Checkup and Choices)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2만2천 명의 회원 중 60% 이상이 여성이었습니다.

음주는 여성에게 특히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남성보다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이 2배 가까이 높은 여성들은 종종 술에 기대 마음을 달래려 합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에 더 취약합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여성들, 특히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스터 박사는 온라인 프로그램의 경우 비밀이 보장되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쉽사리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의 음주 문화와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암울하게만 들릴 수도 있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저는 알코올 사용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희망을 얻습니다. 그중에서도 저에게 정말 깊은 감명을 주었던 제인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버지니아 출신 사업가인 제인은 2009년 사업이 망하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술에 빠지게 됩니다. 위해감축 테라피를 시도한 제인은 지시에 따라 30일 동안의 힘겨운 금주를 마치고, 이후에는 술을 한 잔씩 마실 때마다 자신의 생각, 기분, 인지력 등을 모두 메모지에 상세히 적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뚜렷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제인은 첫 잔과 두 번째 잔을 마신 후에는 머리가 맑아지며 행복감을 느꼈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잔을 마신 후에는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어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인은 냉장고에 자신이 적은 메모지를 일 년 동안 붙여놓고, 볼 때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잔을 마시고 나서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는지 스스로 상기시켰습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제인은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면 자신이 적었던 메모지를 떠올리며 술 대신 물을 택합니다.

“행복은 병 안에 들어있는 게 아니니까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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