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잔인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의 선동(propaganda) 동영상을 굳이 찾아보는 걸까요?
* 혹시 이슬람 무상단체가 올린 잔인한 동영상을 검색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올린 동영상들을 검색하고, 찾아서 시청합니다. 아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끊임없이 올라가는 동영상 조회 수를 보면서 선동 전략이 성공했다고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잔인한 선동 영상이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포털, 검색 사이트는 해당 콘텐츠를 차단해 보지만 이와 같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완전히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올린 잔인한 동영상을 보고 싶어할까요? 아래 이 현상에 대한 분석을 담은 뉴욕타임스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글을 쓴 사이먼 커티(Simon Cottee)는 켄트대학교 범죄학과의 부교수이며 애틀랜틱(The Atlantic)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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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지하디스트(jihadist) 선동은 장기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가장 흔히 알려진, 특히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가설은 선동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극단적으로 바뀌고, 마침내 몇몇은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테러리즘 학자들을 필두로 조금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지속해서 극단주의자들의 동영상에 노출이 되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극단주의자가 되지는 않지만, 선동 콘텐츠가 이미 극단주의로 사상이 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심지어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온라인 극단주의화(online radicalization)에 대한 연구에서조차 극단주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그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지난 18개월간 서구 문화권에 있는 청장년층이 극단주의 동영상에 어떻게 반응하고 극단주의 동영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저 역시 IS(Islamic State)에서 유포한 영상을 몇백 시간 동안 봤습니다. 이 중 몇몇 동영상은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런 과정은 저의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로웠습니다. 심한 악몽을 몇 번씩 꾸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을 억지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자발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신나게, 이런 콘텐츠를 즐겼습니다. 특히 가장 잔인한 동영상들에 더욱 끌렸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저 자신에게도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왜 저는 이 동영상들을 보고 싶은 걸까요?
지난 9월, 범죄학자 잭 컨리프(Jack Cunliffe)와 저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영어로 제작된 공식 IS 동영상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설문조사의 의도는 간단했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편집한) 극단주의 동영상을 청년층과 장년층에게 보여주고 동영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봤습니다.
비록 많은 윤리적, 법적 문제가 있었지만, (영국의 2006년 테러리즘 방지법은 테러리스트 선동을 전달하는 행위도 범죄에 해당합니다) 저희는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3천 개 이상의 응답을 수집했고 이번 주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테러리즘, 범죄, 문회 컨퍼런스(Terrorism, Crime, Culture Conference)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약 1,300명의 응답자는 북미 출신이었고, 약 1,000명은 영국 출신이었습니다. 나머지 응답은 전 세계 각지에서 왔습니다. 평균 나이는 30세였고, 18~26세 응답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대부분(67%)은 남자였습니다. 36%의 응답자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고, 17%는 기독교 신자, 4%는 이슬람 신자라고 답했습니다.
절대다수(93%)는 IS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약 1%는 IS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34명의 응답자 중 5명은 이슬람교 신자였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IS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실은 예상한 바였습니다. 또한, 예상대로 IS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단주의 동영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IS가 유포한 비디오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점에 대해 놀랐습니다. 영상은 마치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저희는 무엇보다도 IS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응답자 중 많은 사람이 영상이 주는 유토피아적인 메시지를 이해하고 수용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또한, 대다수가 “매끄럽고” 잔인한 영상에 호기심을 표시했습니다.
유사한 영상을 시청한 경험에 대한 답변 역시 놀라웠습니다. 57%는 TV나 온라인 뉴스에 나온 영상 말고도 IS가 배포한 영상을 따로 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중 46%는 심지어 영상을 10개 이상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이는 응답자 편향(selection bias)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책 교환(Policy Exchange)’이라는 단체의 보고서에 의하면, 많은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IS 동영상 노출을 제한하려고 함에도 IS 동영상은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건실한 IS 무장단체 일원이 예쁜 옷을 입은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전달해 주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에 대해서, 약 3분의 1 정도의 응답자가 무장단체 일원의 외모와 도덕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28%의 응답자가 “따뜻한 느낌(warm feeling)”을 받는다고 대답했고, 이 수치는 IS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도 26%나 됐습니다.
예상대로 대다수 응답자가 여러 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보고 불편함, 혐오, 공포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참수 동영상이 지루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 참수 장면이 불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참수 동영상을 계속 보게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33%의 응답자는 편집되지 않은 전체 영상을 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설문조사 응답자 수와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확고한 일반론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극단주의 선동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혐오의 해부학(The Anatomy of Disgust)”의 저자인 법리학자 윌리엄 이안 밀러(William Ian Miller)는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피투성이인 차 사고현장, 공포 영화, 폭력적인 영화를 즐깁니다. 우리 안의 무언가로 인해 거대한 포르노그래피 산업이 생기고 우리는 서커스 사이드쇼(sideshow)를 보러 간다.
왜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이 혐오와 불편함, 공포를 유발하는 IS 동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IS는 이런 기본적인 역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저희의 연구에 따르면 IS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IS가 만든 부드러운 이미지의 콘텐츠를 접하면 꽤 많은 사람이 그 장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지하디스트의 선동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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