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찾아 헤매는 이
2016년 8월 25일  |  By:   |  세계  |  4 Comments

지난 35년 동안 고든 햄튼(Gordon Hempton)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전 세계를 떠돌며 수천 시간 분량의 소리를 수집하며, 전 세계에서 인간의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 50여 곳만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미국인 음향생태학자는 아무런 소리도 없는 곳을 찾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연의 다양한 소리가 잘 들리는 곳을 찾았습니다.

‘1평방인치의 고요’의 창립자이자 부대표인 그는 인간이 내는 소음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는 고요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는 웹사이트에 “만일 이러한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내 고요한 공간은 아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지구상 50여 곳 남은 고요의 공간

프로젝트 자체는 낭만적이지만, 고요의 공간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은 과학적입니다. 동틀 무렵 자연의 소리가 한창일 때 최소 15분 동안 인간의 청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 고든의 청력은 좋지 않습니다 – 인위적인 소음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만일 가청 주파수대의 음파가 적어도 1시간에 4번 이상 측음기에 탐지되면 그곳은 고요한 곳이 아닙니다. 우리의 귀는 20km 이상에서 발생한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는 소리만으로도 그 순간의 평온함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도로 주변이나 도심지역, 항공로나 산업 지역을 제외하고 선정된 후보지에서 고든 햄튼은 소음 유무 여부를 측음기를 사용하여 직접 시험하거나 시험받도록 합니다.

오늘날, 그는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는 오직 50여 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추정합니다. 또 “이전에는 수 시간 동안 고요한 상태가 지속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기껏해야 20분 정도밖에는 지속하지 않아요”라고 아쉬워합니다.

삶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감각

그의 조사에 따르면 고요한 공간은 이제 북미에는 약 12곳 정도, 북유럽에 일부 존재하지만, 프랑스에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부분적인 청력 상실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그가 선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의 ‘자연의 소리 적용 실험실’의 미셸 앙드레(Michel André)는 고든 햄튼의 결론에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소리는 추운 지역에서는 잘 퍼지지 못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 극지방에는 고요한 지역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연구는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인위적인 소음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은 시간이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소리를 인지하는 일은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능력 중 하나라고 고든이 상기합니다.

“시각이 발달되지 않은 종의 경우, 그들이 포식자가 다가오는 소리를 인지할 수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되찾기

아직 그가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한 청각 장애 이후 고든 햄튼은 미국 서부, 워싱턴 주 올림픽 국립공원에 고요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2005년 이끼로 덮인 장작 위에 그가 놓은 붉은 돌이 그가 보호하고자 하는 “1평방인치의 고요”를 상징합니다. 몇몇 항공기가 그 지역 상공을 날기도 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고든은 항공사에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녹음하여 보냈고, 그중 몇몇은 항로를 변경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고든 햄튼에게 고요를 찾기 위한 여정은 순례와도 같습니다. 의심이 그를 사로잡을 때면 그는 도시의 소란에서 벗어나 올림픽 국립공원에 은둔합니다. “이럴 때면 저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알게 돼요. 고요 속에서 저는 제가 누구인지 알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요.” 자연의 고요함을 듣는 것은 영적인 경험입니다. 왜냐하면 “고요는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공통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티모시 갈라시(Timothy Gallati)가 덧붙입니다. 하버드 출신인 그는 명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그렇다면 도시에 살며 정적의 공간을 갖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은 스스로 작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오늘날 잃고 있는 것은 진정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전투에서는 행동이 없는 순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들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침묵의 순간이 있다면 사람들은 한 시도 견디지 못하고 이를 메우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듣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모든 이들이 햄튼이 녹음하고 있고 그가 60여 장의 앨범을 통해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생명의 재잘거림, 잎사귀 사이로 부는 바람의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천둥소리에 푹 잠긴 채 명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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