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 투 더 퓨처”가 상상한 2015년과 우리의 오늘
지난 수요일, 2015년 10월 21일 오후 4시 29분, 우리의 오늘은 드디어 영화 “백 투 더 퓨처(1989)”가 묘사한 미래를 따라잡았습니다. 마티 맥플라이와 에멧 브라운 박사가 타임머신을 타고 도달한 미래는 힐 밸리 마을과 모습은 똑같으나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로 가득찬 기이하기 짝이 없는 사회였습니다. 차들이 날아다니고 공중부양판(hoverboard)이 돌아다니며, 무엇보다 놀랍게도, 시카고 컵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지요.
과학소설이 묘사한 미래와 현재의 충돌 덕분에 수많은 관련상품이 쏟아져 나오겠죠. 그러나 아직은 보기 힘든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공중부양판입니다. 킥스타터의 초기모델이나 바퀴 달린 “공중부양판”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처럼 날아다니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 투 더 퓨처”의 이상한 세계는 그리 멀지 않을지 모릅니다. 날아다니는 드론이나, 웨어러블 기술이 포함된 안경, 녹색공간이나 재생도시 등 절대 열매를 맺지 못할 것 같았던 발명품이며 유행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함께 각본 및 제작을 담당한 밥 게일은 원작에 관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밥(로버트)과 나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 같은 건 없으리라 믿었어요.” 특히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경우, “2차원에서 운전하는 것도 충분히 힘든데, z축을 더하는 게 딱히 좋아 보이진 않네요.”
정확한 미래 예측에 연연하는 대신 그들은 관객들이 가보고 싶은 2015년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술감독인 존 벨이 디자인한 시각 효과는 여러 환상적인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마티가 살던 동네의 자동차에서부터 공중부양판, 의상이며 마을 광장까지 죄다 건드려봤죠.” 여기엔 지나가는 드론 개도 포함됩니다.
마을 광장을 디자인할 때, 게일과 저메키스 및 제작팀은 뉴욕의 하이라인을 낳은 도시 디자인을 그들의 영화에 반영하여 오래된 건물은 보존되고 커뮤니티 공간은 강화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1985년 힐 밸리 시계탑 앞은 주차장이었지만, 2015년에는 호수가 딸린 근사한 녹색의 공원이 되어 있습니다. 힐 밸리의 거주민들 역시 특이하게 차려입고 다닙니다. 벨과 존스턴은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거의 모든 요소를 지나칠 정도로 비대칭적이고 알록달록하게 과장했는데, 이러한 선택을 뒷받침한 것은 저메키스의 혜안이었습니다. “당시엔 그렇지야 않았지만 사람들이 온종일 운동복을 입고 다닐 거란 얘길 들었죠. 그리고 지금 실제로 그렇잖습니까.”
어떤 소품은 미래의 현실과 꽤나 비슷한데, 더그 치앙이 디자인한 구글글래스 비슷한 안경이 그러합니다. 마티의 아들이 텔레비전을 볼 때나 그 딸이 걸려오는 전화를 확인할 때 쓰이죠. 한편 팩스 기계 같은 건 이미 골동품이 다 되었죠. “스마트폰은 완전히 놓쳐버렸어요.” 게일은 말합니다.
그러나 2015년에 봐도 여전히 눈길을 끄는 순간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장면입니다. 마티가 큰 화면을 통해 동료인 니들스와 대화하는 장면은 스카이프와 페이스북의 놀라운 조합입니다. 니들스가 마티를 적대시하는 장면에서 화면 아래쪽에 직장, 나이, 생년월일과 주소에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주종과 취미에 이르는 개인정보 데이터가 흘러갑니다. 그에 따르면 니들스는 “열혈 야구팬”이죠. 게일은 그러한 발상이 언젠가 컴퓨터가 롤로덱스(Rolodex, 탁상용 기록카드)에 담긴 정보를 저장할 날이 오리라는 예측 덕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영화가 보여준 것들 중에서도 가장 야심찬 예측으로, 시카고 컵스가 과연 올해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할까요? (시카고 컵스의 라이벌인)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오랜 팬인 게일조차 인정한 바, 올해 시카고 컵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응원해야지요.”
*역자 주: 안타깝게도 미국 시간으로 10월 21일 저녁, “백 투 더 퓨처”가 예언한 바로 그날, 뉴욕 메츠가 시카고 컵스를 8-3으로 대파함으로써 컵스의 우승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