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과학 및 기술 분야에 종사하길 꺼리는 진짜 이유
기술기반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후보를 뽑으려는 추세지만, 막상 그 대상이 되는 여성 및 소수인종 학생들이 컴퓨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지 않으려 한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기술 및 과학 분야를 전공하고 싶지만 “그런 분위기에 들어맞지 않을 것 같아” 고민하는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워싱턴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사프나 셰라이언은 지난 6년에 걸쳐 왜 여자 고등학생이 남자 고등학생보다 컴퓨터과학 수업을 덜 듣고, 컴퓨터과학 쪽의 진로에 흥미를 덜 보이는지, 또한 수학 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도 여자 대학생이 남자 대학생보다 컴퓨터과학 및 공학을 전공하는 비율이 1/4에 불과한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셰라이언 박사와 동료들은 (가상이든 현실이든) 교실에서 <스타워즈> 포스터나 과학소설, 기술과학 잡지들을 치우고 보다 중립적인 인테리어, 즉 예술이나 자연에 관한 포스터나 커피메이커, 식물 등으로 꾸몄을 때 여학생들이 컴퓨터과학 수업을 수강하는 데 더 흥미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또 젊은 여성들이 컴퓨터과학을 수강하는 데는 컴퓨터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소녀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과학자들은 보통 사회적으로 고립된 젊은 남성이며, 그들의 천재성은 노력보다 타고나는 거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소녀가 여성적이어야 하고 능력에 겸손해야 하며, 애초부터 과학이나 수학에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 중 성공적인 컴퓨터과학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여성이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비율은 1980년대 이래 계속 떨어져 왔습니다. 셰라이언 박사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대중문화에서 그리는 과학자의 상이 <빅뱅이론>이나 <너드(Nerd)의 복수>와 같은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백인이나 동양인 “덕후(geek)” 남성들로 그려지는 것을 꼽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남성 천재들과 스타트업 문화에 쏟아지는 매체들의 주목이 여성보다 젊은 남성에게 더 영향을 미치는 것도 한몫합니다.
이런 모호한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물리학이나 컴퓨터과학에서 손을 떼기 전에, 젊은 여성들은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더 연습해야 할 것이라며 코웃음 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소녀들이 더 “터프”하다면 대중문화의 고정관념 따위에 불편함을 느껴 용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거죠. 글쎄요, 만일 보그나 코스모폴리탄 잡지가 널려 있는 분홍색 일색인 사무실에 앉아 <섹스 앤 더 시티>의 포스터를 보면서 코드를 짜는 게 컴퓨터과학자의 이미지라면 얼마나 많은 젊은 남성들이 전공으로 컴퓨터과학을 선택할지 의문이군요. 셰라이언 박사의 연구는 여성들이 컴퓨터과학을 선택하지 않는 바로 그 이유로 남성들이 영문학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문학 전공자의 이미지에 자신이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이는 제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테네시주의 오크 리지 국립 실험실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여름, 맥주 마시는 것도 싫었고 소설을 읽는다고 놀림당하기도 싫었던 탓에 대다수 남자 동료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내 프로그램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접속 코드를 받느라고 컴퓨터 접속을 담당하는 남자들에게 성차별적인 농담을 바가지로 들어야 했던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여성들을 컴퓨터과학계로 불러들이려면, 젊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방식뿐 아니라 그들에게 기대되는 바를 달리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또한,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과학자의 이미지를 다양화하고, 사무실이나 교실을 젊은 여성들이 일할 만한 환경으로 바꿔줄 필요도 있지요.
(명성 높은 리버럴 아트 칼리지(Liberal Art College) 중 한 곳인) 하비 머드 대학에서는 초심자를 위한 기초교양수업의 이름을 “자바 프로그래밍 입문”에서 “파이선을 활용하여 과학 및 공학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여성 수강생의 비율을 4년 동안 10%에서 많게는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과학자와 공학자들은 모두 살아갈 미래를 디자인하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여성과 소수인종 과학자들이 이들 직업에 종사할 때 느끼는 소속감을 즐기며, 우리 모두가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만한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