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자본화하는 페이스북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좋아요’ 버튼밖에 누를 수 없는 페이스북의 사용자 환경에 큰 불만을 가져 왔습니다. 이들은 페이스북 측에 ‘싫어요’ 버튼을 추가로 생성해달라고 요청해왔죠. 하지만 페이스북을 비롯한 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사용자들의 요청을 줄곧 묵살해왔습니다.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이 브랜드에 미칠지 모르는 영향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15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사용자들의 빈번한 ‘싫어요’ 버튼 생성 요청에 페이스북이 그간 대응책을 마련해왔고, 곧 이를 사용자 환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드디어 “싫어요” 버튼이 생긴다며 주커버그의 발언을 열렬히 환영하는 사용자들이 있는 반면, “싫어요” 버튼이 야기할지 모르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주커버그가 언급한 대응책은 “싫어요” 버튼을 생성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앙이나 불운한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유감(empathy)” 버튼을 새롭게 추가한다는 뜻이었죠.
어찌 되었건 시장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지만 새롭게 추가될 페이스북의 “유감” 버튼은 그동안 사용자들의 감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하며 이를 특정 방식으로 유도하여 자본화하려는 페이스북의 움직임과 결부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립 이후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은 사용자들의 반응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였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광고의 척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3년 4월 페이스북은 여기에 더 세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게 됩니다. 상태 업데이트 시 여러 가지 활동 및 브랜드 등에 이모티콘을 태그하여 감정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특정 감정이 손쉽게 전파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해석할 수 없는 페이스북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더 정확하게 사용자의 감정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보완책이 되었죠.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특정 감정을 선택적으로 전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구성을 조작하여 특정 사람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지, 이러한 감정이 페이스북 네트워크 상에서 타인으로 전염되는 것인지, 전염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등을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검증해 왔습니다.
“유감” 버튼의 생성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이상의 감정을 사용자들이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는 것은 비단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만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들의 감정을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자본화하려는 페이스북은 앞으로도 점차 감정 표현의 선택지를 넓히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New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