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건강을 결정합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끝마친 직후인 2003년 4월 23일, 프로젝트 담당자였던 프란시스 콜린스와 그의 팀은 과학계가 앞으로 풀어야할 15개 도전 과제를 제기합니다. 이들은 학계가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사회 사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게놈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게놈 연구에 근거해 건강불균형 문제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 이후 미국 정부는 연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유전자 연구에 쏟아부었습니다. 성과가 있었을까요?
인종간 건강불균형 문제의 증거가 될 만한 유전자 자료를 연구해 논문을 낸 제이 코프먼은 이렇게 말합니다.“2007년에서 2013년까지 발간된 연구자료에는 중요한 내용이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학자들은 지금까지 설명되지 못한 건강불균형 문제에 대한 증거를 유전자 조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모든 유전자를 자세히 검사한 후 내린 결론은,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왜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수명이 짧은지에 대해 연구하던 코프먼과 동료들은 그들이 잘못된 곳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고 말합니다. “DNA 나선구조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사회적 불평등에서 원인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 장수는 백인들에게 주어진 특혜라는 것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2011년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에 비해 평균 4년을 더 살며,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3년 더 깁니다. 인종간 수명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심장질환입니다. 코프먼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흑인으로 태어날 때와 백인으로 태어날 때, 이들의 기대수명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건 인종에 근거해 아직 더 살아야 할 사람을 빨리 죽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흑인들의 수명이 짧은 이유가 유전과 관련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코프먼 연구팀은 6년 동안 심장병과 관련한 폭넓은 게놈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사망과 관련된 유전적 차이를 찾기 위해 인간 게놈을 자세히 연구한 결과, 연구 목적에 맞는 세 가지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두 가지는 오히려 흑인보다 백인의 수명이 더 짧아야 할 근거가 될 만한 발견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연구에 정말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그럼에도 인종간 건강 유전자 차이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서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건강불균형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계속 인종과 유전자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생물학보다는 금전적 요인과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BiDil이라는 약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BiDil은 지난 수십 년간 심부전증에 쓰여온 두 약품의 합성제입니다.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이 오래된 약이 새로운 목적으로 쓰이는 것을 허가했습니다. 흑인들의 심부전증 치료제로 허가한 것입니다. BiDil이 흑인들에게 약효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교묘한 점은, 이 약을 허가받기 위해 실시한 임상 시험에서 흑인 그룹과 비교할 대조 그룹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약이 흑인들에게 효과가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약품을 소유하고 있는 ‘니트로메드’사는 이 약품의 특허를 2020년까지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특허가 2007년에 만료되었을 것입니다. 특정 인종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용해, 이 오래된 약이 새로운 약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인종과 유전자에 관한 생체의학 연구가 계속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특정한 인구에게서만 보이는 질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테이색스병은 아슈케나지 유대인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학자들은 우리 연구가 인종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조상이 누구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집단에 따라 질병의 위험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인류를 더 작은 집단으로 분류하는 좋은 방법이 필요합니다. 애리조나 대학교 집단유전자센터의 책임자인 릭 키틀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종보다는 조상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조상과 사람들의 공통된 유전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종에 대한 연구보다 조상에 대한 연구가 생물학적으로 더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후손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테이색스병의 가족사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인종 때문이 아니라 공통된 조상 때문인 것이죠. 만약 어떤 서아프리카 출신 조상을 둔 사람이 전립선암의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것이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유전적 배경인 것입니다.”
만약 과학자들이 옳은 가계도를 얻고, 이것을 사회가 가진 인종에 대한 생각과 분리시킨 상태로 연구한다고 해도, 이 연구가 건강불균형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릭 키틀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건강불균형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면, 이 불균형의 대부분은 유전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건강불균형의 대부분은 사회적, 행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건강불균형의 원인인 사회적 불평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영향 때문입니다. 만약 건강불균형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사회는 책임에서 자유롭습니다. 이것은 흑인 유전자의 문제이며,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강불균형이 인종차별이나 사회적 불평등, 또는 삶의 질에 의해 생겨났다면,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이클 몬토야는 그의 책 “멕시코 당뇨병: 인종, 과학, 그리고 불평등”은 여러 가지 증거들이 당뇨가 사회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전염병학자들이 이것을 유전적인 요인으로 설명하려고 애쓰는지를 말합니다. “이런 질병이 그 사람들의 본질적 차이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런 질병이 사회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입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의사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이 건강불균형에 대해 말할 때조차도 이들은 의학이나 약품 또는 건강 관련 기구들에 너무나 많은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과의사였던 데이비드 사쳐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관점은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회적 평등이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동일한 전달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특효약이라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과학자들이 조상에 대한 가계도를 정확히 찾아내고 심장질환과 관련된 사망률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약을 개발했다고 가정합시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까요? 50만 명 이상의 흑인들이 약국이 부재한 시카고 남부와 서부에 거주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 답은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시카고에서 평균수명이 가장 낮은 7개 구역 중 6곳은 흑인 인구가 압도적으로 높은 분리 지역입니다. 반대로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에는 흑인의 비율이 10%도 되지 않습니다. 유전자 연구에 대한 인종적 분리의 원인은 단지 과학적 오류 때문이 아니라, 도덕적 오류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문출처: 디 아틀란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