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을 주는 문화가 과연 식당 종업원에게 이로울까요?
최저임금 인상 운동이 식당 팁 문화에 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팁에 관해 의문을 던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몇몇 지역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세우면서 팁을 받는 종업원과 그렇지 않은 종업원 사이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식당 주인의 경우 종업원이 팁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팁 문화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시애틀 당국은 최저임금 기준을 향후 7년간 시간당 15달러까지 올릴 계획입니다. 그리고 4월1일부터 최저임금은 시간당 11달러로 상승합니다. 하지만 시간당 1달러 이상의 팁을 받는 식당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10달러로 다르게 적용됩니다. 미국 연방 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은 명목상 시간당 7.25 달러입니다. 하지만 팁을 받는 식당 종업원은 겨우 2.13달러에 불과합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0달러로 인상하면서 팁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국의 팁 문화가 얼마나 황망하고 무의미한 것인지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주 여성주의 언론 ‘xoJane’의 사라 바틀렛은 “나는 팁을 안 주는 것에 죄책감이 없다”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저자는 팁이 왜 적냐며 손님에게 불평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식당 종업원을 비판하며 “손님은 요금표에 적힌 값을 내는 것과 종업원을 예의바르게 존중해주는 것 외에 다른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의견이 담고 있는 핵심은 팁 문화가 불공정한 관행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은 분명합니다. 심지어 팁을 내고 있는 손님도 팁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팁을 받는 쪽에서도 괜한 불만의 소지가 될 뿐만 아니라 성별과 인종에 따라 왜곡이 일어납니다. 식당 노동자의 임금 구성 요소로서 팁은 노동 착취에 가깝습니다. ‘미국 노동법 프로젝트’의 설명을 보면 임금으로서 팁은 “악질적으로 불규칙적”입니다. 때에 따라 팁 액수가 왔다갔다 할 뿐만 아니라 경제 불황기에는 저절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팁이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은 (설사 과거에 맞았다 치더라도) 현대인의 실상과는 맞지 않습니다. 코넬 대학의 마이클 린이 1996년에 발표한 (2003년 업데이트된) 권위있는 보고서를 보면, 식당에서 팁을 주는 액수는 서비스 질의 겨우 2% 미만을 설명할 뿐입니다. 즉 별 상관 없는 것입니다.
식당 주인이 팁 문화를 옹호하는 이유가 팁이 있음으로 해서 메뉴판 가격이 좀 더 저렴해보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팁 문화가 너무 일반적이다보니 아예 식당에서 각각 10%, 15%, 20% 팁을 냈을 때 얼마가 되는지 미리 계산해주는 것에도 아무런 부끄럼을 느끼지 않습니다.
몇몇 고급 식당에서는 팁을 받지 않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나바 밸리의 <토마스 켈러 프렌치 론드리>나 뉴욕의 <페르 세>같은 식당은 요금표에 서비스 비용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원하면 역시 추가 요금을 받기는 합니다.)
뉴욕 일식집 <스시 야스다>는 계산서에 “팁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두고 있습니다. 대신 이 식당은 가격을 올리고 종업원의 임금을 올렸습니다.
팁 문화는 미국에서 일종의 의례같은 것이 되어버려서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손님이 즉석으로 비용 조절 기회를 얻게 되는 골목 식당의 경우는 더 그럴 것입니다. 팁에 따라 최저임금 기준을 다르게 정하는 것은 팁 문화를 없애기보다 팁을 장려하는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당국이 팁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운동이 영세 식당 노동자의 임금 안정 문제로 확산된다면, 시민들은 팁 문화가 종업원들의 소득 불안정을 영속화시키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팁을 없애고 서비스 댓가를 종업원 월급에 포함시키는 것은 비록 장기적인 과제가 되겠지만, 팁 문화를 없애면 사회에 장기적인 유익함을 줄 것입니다.
원문출처: LA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