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영토가 평화적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편입될 수 있을까요?
지난 350여 년간 두 나라 사이에 국경 분쟁은 없었습니다. 1657년 덴마크 왕 크리스찬 5세가 스웨덴 남부의 비옥한 땅 스코네를 정복했을 때, 그는 후손들이 평화적이고 문명적인 방법으로 다시 덴마크의 영향력을 그 땅에 떨칠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입니다.
덴마크는 최근 스웨덴 영토인 스코네를 “코펜하겐 대광역권”에 포함시키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도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입니다.
“크기는 중요합니다.” 코펜하겐 대광역 확장 운동을 펼치고 있는 코펜하겐 시장 프랑크 얀센의 말입니다. “코펜하겐은 작은 도시지만 국제적인 명성은 높습니다. 만약 코펜하겐이 스웨덴 스코네 지역까지 포함해 넓어진다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두 지역 경제 통합으로 도시가 성장하고 스코네 역시 활력을 얻을 것입니다.”
덴마크는 스웨덴이 이 아이디어를 지지해주기를 바랍니다. 스웨덴 스코네는 스톡홀름, 암스텔담, 함부르크 등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성장성이 현저히 떨어지며 그건 코펜하겐도 마찬가지 입니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스코네가 합쳐 대광역 도시를 이룬다면 투자 유치가 늘어나고 도시 경제가 성장해 유럽 대도시 중 하나로 우뚝 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도시가 합쳐지면 인구는 380만 명으로 늘고, 11개 대학 학생 수는 박사를 포함 15만 명이 됩니다. 유럽 기업 본사를 유치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라고 얀센 시장은 말합니다.
실은 두 지역을 합쳐 부르는 말이 이미 존재합니다. 스웨덴 스코네 주와 덴마크 코펜하겐이 있는 질랜드 지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말로 외레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코네와 코펜하겐을 잇는 다리 이름이 외레순입니다. 외레순 지역 GDP는 스웨덴과 덴마크 GDP를 합친 것의 1/4을 넘습니다.
문제는 외레순이라는 말이 국제적으로 극히 낯설다는 점입니다. 런던, 상파울루, 싱가포르, 뉴욕, 홍콩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자문 활동을 해온 국제 도시 전문가 그레그 클락 씨는 “외레순 다리나 외레순 터널 건설은 두 도시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이제는 외레순보다는 국제 사회에 더 알려진 이름으로 브랜드를 정할 때가 됐습니다”라고 조언합니다.
두 국경 도시가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레그 클락 씨는 도시 간의 경쟁이 치열한 지금, 두 지역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유명하고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코펜하겐은 기후 변화 협약등 주요 국제 조약을 체결한 도시로 친숙합니다.”
지역통합은 서로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인구 밀도가 너무 높고 물가가 비쌉니다. 하지만 스코네주 주도 말뫼(Malmö)시는 공간이 남아돌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쌉니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자기 영토가 덴마크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는 주장에 당황해합니다. 말뫼 시장은 “스웨덴식 도시명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런 통합은 스웨덴 쪽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일부 남스웨덴 사람들은 ‘코펜하겐 대광역시’라는 말 대신, ‘스칸디나비아만(灣) 지역’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주장합니다.
스웨덴 정부는 이 논쟁에 대해, 단지 지역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으로 스코네 지방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물러섰습니다. 남스웨덴 상공회의소 부회장 페르 드리딩은 마치 스코네가 해외 영토인 것처럼 비춰진다면 스코네만의 독자적인 성장 가치가 무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트리딩 역시 국제 경쟁력이 있는 도시가 되려면 인구가 4백~5백 만 명이 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코펜하겐은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국제적 명성이 있는 도시입니다. 이미 남부 스웨덴 사람들은 코펜하겐을 그들의 문화적 수도로 여깁니다. 쇼핑을 할 때 스톡홀름으로 가는 것보다 코펜하겐으로 넘어가는 편이 더 가깝고 편리합니다. 스웨덴 주요 경제지 중 하나인 ‘다겐스 인더스트리’는 최근호에서 코펜하겐 대광역 확장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스웨덴 남부 지역의 경제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코펜하겐 대광역시가 스코네 지역을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물론 주민들이 스웨덴 국가 정체성을 잃을 우려도 언급했습니다.
도시 전문가 클라크 씨는 “아무리 경제 부흥을 위한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스웨덴 영토를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일 것입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남부 스웨덴 사람들이 코펜하겐 이름을 수용할 날이 올 것입니다. 스웨덴 사람은 영리하고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원문출처: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