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의 미래
2015년 2월 2일  |  By:   |  세계, 스포츠  |  2 Comments

매년 이 시즌이 되면(2월 첫째주 일요일) 미국 전역은 슈퍼볼 열기에 휩싸입니다. 미국인은 5억 마리 닭을 핫윙으로 만들어 바베큐 소스에 찍어먹고, 과카몰레로 만들어진 아보카도를 이어놓으면 시애틀에서 보스턴까지 4번을 왕래할 길이가 됩니다. 미국 방송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쇼 10개, 그리고 그 후 10개 모두 슈퍼볼이죠. 작년 슈퍼볼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1억 1천만 명 이상이 시청하였고, 올해 슈퍼볼을 시청할 예정인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가는 사람들 수보다도 많습니다. 교회는 슈퍼볼과 경쟁하는 대신 교회에서 슈퍼볼 파티를 여는 것으로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올해 미식축구는 정치적인 구설수에 오른 사건도 많았습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트가 홈팀 경기에서 살짝 바람빠진 공을 사용했다는 이른바 “디플레이트게이트” (Deflategate)에 부대통령 조 바이든이 그도 바람빠진 공을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뉴저지 주지사이자 대통령 후보로 뽑히고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는 달라스 카우보이 구단주와 포옹을 한 사진이 찍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와 미식축구의 역사는 사실 무척 오래되었죠. 테오도르 루즈벨트는 사회지도층이 당구에 빠져 나약해졌다는 걱정 아래 풋볼을 안전하게 만들어 인기를 높이려고 했고, 최근의 공화당 대통령 세 명은 치어리더 출신이고, (치어리딩이 여성의 전유물로 치부되기 전의 일입니다.) 리처드 닉슨은 굉장한 풋볼 팬이었습니다.

정치인이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미식축구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슈퍼볼은 NFL이 프로선수의 1/3 이상이 두뇌 손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한 직후라 특히 말이 많죠. 프로선수 대부분이 선수 생활 종료 후 일찍 알츠하이머나 권투선수 치매(Dementia pugilistica) 를 앓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식축구협회에서는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내 가장 인기많은 스포츠는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킵니다.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레이 라이스는 여자친구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촬영되면서 폭력을 장려하는 스포츠라는 논란이 일었죠. 무능력한 구단주가 350억 연봉을 받고 tort law의 악용으로 폭력으로 잘린 선수가 엄청난 보상비를 챙겨가기도 했죠. 치어리더는 “지나치게 의견을 표출하지 말아라”는 둥 치어리더의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치어리더 메뉴얼이 새어나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미식축구가 폭력을 불어일으킨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은 허언이죠. 미식축구는 폭력범죄가 성행하던 1990년 초기보다 지금 더 인기가 높습니다. 선수들 대부분은 흑인이고 팬들은 백인으로 폭력적인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도 백인과 흑인이 하나되어 흥분할 수 있는 스포츠가 인종간 격차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무시합니다. 백인들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흑인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인종차별법보다 더 효과있지 않을까요? 치어리더 메뉴얼도 이코노미스트 잡지가 기자들에게 내리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들” 지령 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식축구 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입는다는 건 여전히 문제입니다. NFL은 선수 평균 수명이 3년 반이 안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죠. 미식축구 선수들이 몸을 던지는 모습은 무하마드 알리가 얻어맞는 장면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선수들이 하도 많이 다치자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서 대부분 부모들이 자식이 미식축구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미식축구는 앞으로 지금처럼 인기가 높거나 위험하지는 않을 겁니다. 복싱이 부자가 시청하던 스포츠에서 라스베가스로 사라지고, 소수 인종을 총으로 쏘아죽이던 서부영화의 인기가 서서히 사그라 들었듯이 미식축구도 같은 길을 밟을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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