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악의 대학에서 발견하는 교육의 미래
쉬머 대학은 작습니다. 한 대학 전체가, 이웃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 빌린 두 층짜리 공간에 세 들어 있습니다. 스포츠팀도 동아리도 없습니다. 이 대학은 <월간 워싱턴> 대학 순위에서 미국 최악 대학으로 꼽혔습니다.
지난 10월, 순위가 발표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쉬머 대학 졸업생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한 졸업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쉬머 대학은 조그맣고 기묘한 학교라 관심 갖는 이들이 거의 없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단 관심을 갖는 이에겐 그에 상응하는 지적 가치와 자극을 전달하는 곳입니다.”
쉬머 대학엔 오직 한 종류의 전공과 한 종류의 교수법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고전’ 대학입니다. 교수가 아니라 서양 고전이 선생 노릇을 합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첩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카프카와 데리다와 니체,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와 마키아벨리와 셰익스피어, 그리고 성경입니다.
고전을 다루는 교재는 금지됩니다.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원전을 읽는 것만이 허락됩니다. 학생은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자유롭게 배울 수 있고, 페미니즘 이론이나 선수행을 공부할 수도 있지만, 이들 모두가 고전입니다. 강의는 없습니다. 모든 수업은, 필요하다면 교수의 참관하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주고받는 소크라테스식 토론으로 진행됩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쉬머 대학은 2012년 미국에서 두번째로 작은 대학이었습니다. 전성기를 맞이하던 1960년대 무렵 총 학생 수는 400명이었습니다. 2011년은 126명, 2012년은 112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이제 2014년 총 학생 수는 74명입니다.
홍보처 직원인 이사벨라는 말합니다. “상황을 아시겠죠. 동문으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홍보를 하고 있어요. 내년 봄에는 그나마 하락세에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쉬머 대학은 ‘매우 작고’ ‘집중적이며’ ‘오염되지 않은 정보의 무한한 아카이브’로서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흡사 수도원처럼 들립니다. 또한, 쉬머 대학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천재, 검정고시 준비자, 퇴역군인, 공상과학소설 작가, 화가, 철학자, 반골 모두를 환영합니다.’
이 학교 학생인 카라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 한동안 노숙자 생활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 쉬머 대학의 홍보물을 발견했어요. 운이 좋았죠. 고등학교 내내 그 홍보물을 지니고 다녔어요.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강제로 읽는 데 진력이 난 저 같은 애한테는, 수업으로 하루종일 읽고 싶은 책만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환상적인지 몰라요. 거기 말고는 한 군데도 지원하지 않았어요.”
인터뷰한 학생 중 그 누구도, 최악의 대학이라는 꼬리표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교 입장은 다릅니다. 살아남기 위해 교수진은 봉급 삭감을 감수하는 중이었고, 최악의 대학이라는 순위는 작은 대학을 궁지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역사 및 인문학 교수인 알버트 페르난데스 교수는 문제의 순위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따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작은 방에 예닐곱 명 되는 학생과 둘러앉아 자기 의견에 도전을 받는 게 늘 쉽겠어요? 교육의 질이 높기 때문에 졸업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않더군요.”
분노가 그의 표정에 어렸습니다. 쉬머 대학을 훌륭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교육의 질이 도리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는 문제의 순위에서, 상위권에 꼽힌 대학들이 제공하는 교육이 난이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정말 교육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수월하게 졸업시키는 것이 최대의 목적인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안 됩니다.”
애리조나 주립대를 봅시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월간 워싱턴> 순위에서 28위를, <플레이보이>지 파티 스쿨 순위에서 4위에 올랐습니다. 유투브에 올라온 이 학교 졸업식 영상은 그야말로 볼만했습니다. 보랏빛 가운과 학사모의 무리가 거대한 풋볼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줄지어 선 가운데, 레이저 쇼와 폭죽으로 그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그런 학교에선 좋은 학점을 받고, 학위를 따서, 경제활동인구 일부로 순조롭게 편입되는 게 최대의 목표죠.” 페르난데스 교수는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대학을 일종의 투자로 여기는 사람의 입장도 이해는 가요. 사람들은 불경기로 걱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고대며 중세 고전이나 읽고 있고 교재도 따로 없는 데다 풋볼팀도 없으니까.”
그러나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것만이 대학의 전부라면, 우린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올해 열여섯 살이 되는 내 아들과 친구들은 대학을 가야만 하는지, 그럼 대체 왜 가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땐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생각입니다. 2013년 미국 대학졸업자의 절반이 취직을 못 했거나 실업 상태입니다. 대학등록금은 1978년에 비해 1,120퍼센트나 올랐습니다. 미 경제 전체를 통틀어 어떤 재화나 서비스도 그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유투브 동영상이 보여주듯이, 대학은 명성을 좇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명성을 획득하려면 최고의 대학 순위에 올라야 합니다. 뉴욕 대학의 사회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리차드 애럼이 말하듯, 대학은 최고의 설비를 갖추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풋볼 경기장이며 사치스러운 학생기숙사라든가, (최근 미주리 대학에 하나 지어진) 일광욕 라운지가 갖춰진 수영장 같은 것들 말입니다.
상아탑이 다다르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교수는 가르치는 대신 연구에만 집중하고, 학생은 파티에 모든 신경을 쏟고, 오직 수업이 ‘쉽기’ 때문에 높은 교수평가를 받는 그런 상황을요. 모두가 행복합니다. 학생이 수천수만의 빚을 지는 것만 제외하면요. 그 돈은 교육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일광욕 라운지에 들어갑니다.
페르난데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그런 대학은 분명 종말을 맞고 말 겁니다.”
미국 ‘최악 대학’의 텅 빈 교실에 앉아 페르난데스 교수가 돈과 각종 시설과 명성으로 넘치는 대학들을 묘사하는 걸 듣노라면 대단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그의 말엔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원문 출처: 가디언
번역: Horten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