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계의 말보로는 누가 될까?
2014년 11월 17일  |  By:   |  경영  |  1 comment

“신선하고 과일 향이 풍부하죠?” 카운터 너머 직원이 유리병을 열어 ‘AK-47’의 향을 맡게 해줍니다. “그에 비해 이건 딜(향초의 일종)의 향이 살짝 나죠.” 직원은 다른 유리병을 열며 향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습니다.

대마초 판매자는 이제 예전처럼 음습한 곳에 숨어 일하지 않습니다. 콜로라도가 지난 1월 대마초를 완전히 합법화하면서 대마초 가게가 트렌디한 수제맥주 바처럼 변했지요. 덴버의 “그린 마일” 지역 약국에는 젊은 남성들이 모여 ‘유기농 예수(Bio-Jesus)’나 ‘죽은 별(Death Star)’같은 대마초 브랜드가 어떻다는 둥 떠듭니다. 어떤 브랜드는 편안히 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파 붙박이(couch-lock)’같은 별명을 붙이기도 합니다.

콜로라도의 대마초 사업은 올해 10억 달러 (1조원) 규모가 되리라 예상됩니다. 미국 전체는 40배쯤 될 것 이라 추측되나 불법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 수가 없죠. 그러나 이제 창업가들이 옛날 같으면 조직폭력배나 하던 사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대마초를 의료용으로 허락하는데 이는 등이 아프다고 약국에 가서 이야기만 해도 쉽게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여가용 등 판매를 완전히 허용하는 건 오레곤, 알라스카, 워싱턴, 콜로라도 등 4개 주이지만,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죠. 만약 우루과이처럼 대마초 합법화 논쟁이 있는 나라가 참여하면 전 세계 시장은 1천억 달러 (100조원) 규모가 되리라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시장을 지배할까요? 콜로라도에서는 이미 작은 회사들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 누구나 새로운 앱 아이디어가 있다면, 덴버에서는 누구나 대마초 사업 아이디어가 하나씩 있습니다. 스키장 리조트, 택시, 웨딩 플래너가 대마초 주문을 받고, 요리 학원에서는 대마초를 피우기보다 먹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만들 수 있는 초콜렛 케익 레시피를 가르칩니다. 대마향이 나는 마사지 오일로 마사지를 해주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규모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리브웰, 스트레인와이즈, 더 클리닉 같은 가장 큰 유통업자도 10개 남짓한 지점이 고작이죠. 현재까지 시장에서 7%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 없습니다. 대마초 재배는 대량으로 재배 유통할 수록 유리하고, 고객은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업이기에 대형기업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건 얼핏 의아하게 보입니다.

대마초 계의 말보로는 왜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답은 규제 때문입니다. 콜로라도의 사업자들은 판매하는 대마초의 70% 이상을 직접 재배해야한다는 규제가 있습니다. 한 사업자가 재배부터 판매까지 담당하는 것이 정부의 수요 공급 관리 추적에 쉽기 때문이지요.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면 불법적으로 재배된 대마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유통업자 입장에서는 질 좋은 대마초를 생산하면서 유통, 마케팅, 판매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모두를 숙달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 확보도 쉽지 않습니다. 대마초는 아직 연방정부 단계에서는 아직 불법이기 때문에 지방 은행이 아니면 대마초 사업을 위한 대출을 해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리스크가 높은 사업이므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꺼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마초 관련 기업의 1/3 이상이 은행의 도움 없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식을 발행하기도 까다로운 것이 해당 기업과 주식 투자자 모두가 대마초가 합법적인 주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죠.
현 연방정부 법은 한 주에서 시작한 기업이 다른 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초콜릿 음료에 대마초를 탄 음료를 파는 Dixie Elixirs 라는 회사는 덴버에 공장을 두고 콜로라도에서 꽤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대마초 계의 코카콜라’가 되고 싶으나 아직 다른 주에서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대마초가 합법인 주에서도 다시 해당 주에 공장을 건설해야만 판매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 모든 장벽이 무너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점점 많은 주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연방정부의 규제도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곧 금주령이 없어지고 담배가 합법화될 때처럼 대기업이 나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시장을 장악할 겁니다. 기존 기업들은 어떨까요? 필립 모리스에서는 정부에 마리화나 샘플 테스트 허가를 요청했고, BAT (British Amearican Tobacco) 에서도 마리화나가 들어간 담배를 판매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마초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폐암도 나쁘긴 매한가지지요.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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