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성 호르몬 주사가 유행하는 나라
“금방 몸이 지치고 힘이 없어졌어요. 질질 끌려다니는 기분이었죠.” 그레그 루카스 씨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에 관심을 가진 건 스물 다섯 때부터였습니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니 의사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카스보다 수치가 낮은 사람은 같은 또래 남성의 5%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의사는 끝내 테스토스테론 주사 처방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레그 씨는 그대로 살 수 밖에 없었죠.
3년 뒤, 그는 한 친구로부터 테스토스테론 주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레그 씨는 병원에 가는 대신, 달라스에 있는 <토탈 메드 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들이 주사 요법을 꺼리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호르몬 주사를 적극 추천했습니다. 그레그 씨는 두 달에 한 번씩 이 회사에 가서 주사를 맞고, 10일에 한 번씩 자가주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합니다. 덕분에 매달 315달러 이상을 씁니다.
그레그 씨는 지금 31살이며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은 지 3년 됐습니다. 그는 나무덩치처럼 굵은 허벅지를 자랑하며 자기 몸무게 두 배의 바벨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 셈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에너지를 주고 운동을 할 의욕을 줬습니다.”
그레그 씨의 사례는 테스토스테론 유행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미국 남성 230만 명이 이 “기적의 처방”을 받았습니다. 40세에서 50세 사이의 테스토스테론 소비 인구는 2000년 이후 4배가 늘었습니다. 성기능장애라고 불리는 테스토스테론 분비 저하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진 것이 테스토스테론 소비가 많아진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40세가 넘어가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매년 1%씩 줄어듭니다.
하지만 성기능장애는 드문 병입니다.실은 테스토스테론 소비가 급증한 2000년은 한 제약회사가 안드로젤이라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제품을 출시한 해입니다. 그 제약회사는 성기능장애 증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단순히 “T(테스토스테론)가 부족하다”라는 말만 했지요. 피곤하신가요? 성생활이 잘 안되나요? T지수가 낮군요. 쉽게 우울해지고 슬퍼지나요? T가 부족하군요. 식사후에 졸립나요? T가 부족하시네요.
“제약회사는 의학 문제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제약 마케팅 전문가 존 맥 씨의 말입니다. “아무도 성기능장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T가 부족하다’는 말은 넘쳐납니다. 40세 이상 남성이라면 그 누구라도 ‘T가 낮다’라는 진단을 받게 될 겁니다.”
달라스 공항의 사우스레이크에는 T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곳을 설립한 마이크 시스크 씨는 자신이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고 주장합니다. “40세가 되자, 저는 마치 방전된 전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무 힘도 없고 운동을 할 의욕도 없었죠. 마치 동면하는 개구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의사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주사를 맞은 지 한달 만에 기적이 생겼어요. 원기왕성해진 겁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제 아내가 대신 놔줘야 했어요. 그런 실용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었지요.”
그래서 그는 누구나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을 수 있는 T센터를 세웠습니다. 여기에 들어선 고객은 입구에서부터 거대한 TV 스크린을 통해 스포츠 프로그램을 볼 수 있습니다. 벽에는 미식축구 스타들의 싸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분위기가 병원과는 사뭇 다릅니다. 일종의 “남성성의 동굴”같은 느낌입니다.
T센터 설립자 시스크는 “일반 병원에선 호르몬 검사를 마친 고객에게 일주일 뒤 다시 오라고 말합니다. 우린 겨우 30분만에 검사 결과를 확인해줍니다”라고 자랑했습니다.
검사결과 혈중 남성 호르몬이 일정 수치 이하라고 판정이 나면, 처방이 시작됩니다. 매 10일마다 방문을 하고 매 90일마다 혈액검사를 하는데 월 400달러가 듭니다. “올해 연말까지 미국 전역에 T센터를 60군데 세울 겁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센터 수를 두 배로 늘릴 겁니다.”
테스토스테론의 효능과 부작용에 관해 의학계 의견은 엇갈립니다. 하바드 의과대학 아브라함 모젠탈러 교수는 1970년대에 이미 테스토스테론의 약효를 발견했습니다. 그에게 테스토스테론이 유익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년 남성 가운데 무기력한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습니다. 그 원인은 테스토스테론 지수가 낮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3개월에서 6개월간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주입하는 것은 완벽히 합리적인 처방입니다. 성욕이 떨어진 사람을 병원이 치료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끔찍하게 잘못된 태도입니다. 저는 남성 환자 수천 명을 치료했고, 성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남성호르몬 치료로 효과를 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젠탈러 교수 만큼이나 명성이 높은 다른 의사들은 테스토스테론 치료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냅니다. “T센터 같은 기관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회사일 뿐입니다.” 실리콘 밸리 비뇨기과 전문의 에드워드 카르프만의 말입니다. “T센터 직원들은 전문성이 없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요법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치료는 전문의의 철저한 감독아래 진행되어야 합니다.”
호르몬 요법의 부작용에 대해서 명확히 결론난 것이 없기 때문에 양쪽의 주장은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주사가 전립선 암을 유발할거란 공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심장혈관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로스엔젤레스 <통합연구소> 소장 윌리암 핑클은 5만6천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테스토스테론 처방을 90일간 받은 남성이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은 일반 남성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고 결론냈습니다. 이 연구 결과와 그 실험 과정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윌리암 핑클은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보통 남성이 심근경색에 걸리 확률은 1000분의 5입니다. 하지만 90일동안 테스토스테론을 받은 사람의 경우 그 확률은 1000분의 11로 뛰었습니다.”
텍사스 대학 연구원 자크 베일라는 “성기능장애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의 테스토스테론 처방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학계에 통일된 의견이 없다”라고 설명합니다. 미 연방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은은 최근 호르몬 전문가를 모아 처방 규제안을 두고 회의를 열었습니다.
달라스의 비뇨기과 전문의 에릭 브릭커는 “테스토스테론 처방법은 이제 막 출현한 신기술”이라면서 “이 처방법을 확대 시행하기 전에 4~5년 정도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테스토스테론 애용자 그레그 루카스씨는 부작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각자는 자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저는 테스토스테론을 끊지 않을 겁니다.”
원문출처 : 월드크런치, 누벨옵세르바퇴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