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폐기된 플라스틱의 묘연한 행방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연간 생산량은 3억 톤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적어도 매년 0.1%가 사고나 불법 폐기를 통해 해양으로 흘러들어 가죠. 그런데 얼마 전 과학자들은 바다 어딘가에 쌓여있어야 할 폐플라스틱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폐플라스틱 중 약 1~3%(7,000~35,000톤)의 소재만을 확인했을 뿐 나머지 97~99%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떠한 단서도 포착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들은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일각에서는 햇빛이 플라스틱을 완전히 분해했거나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연안에 다시 쌓였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시각에 회의적입니다. 이들은 폐플라스틱이 바다에서 사라진 이유는 이것을 먹이로 삼는 작은 물고기들이 있기 때문이라 주장합니다. 샛비늘칫과 물고기(lanternfish)처럼 크기가 작은 중심해수층 어류(mesopelagic fish)가 폐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은 그 근거로 해상에서 사라진 대부분의 폐플라스틱 크기가 0.5~5mm 사이에 위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이 크기는 중심해수층 어류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먹잇감들의 크기와 유사하죠. 실제로 이들 어류가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이들의 위장 속 내용물을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개체 수의 1/3가량에서 플라스틱 덩어리들을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덩어리들의 크기는 대부분 0.5~5mm 사이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근거로, 과학자들은 폐플라스틱이 모여드는 곳으로 알려진 해양 환류(current gyres)대에서 이들 중심해수층 어류의 개체 수 밀도가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는 사실을 제시합니다. 환류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운반하는데, 이 환류의 작용으로 폐플라스틱들이 특정 해상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왜 이들이 플라스틱을 삼키는지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고려할 때, 플라스틱이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이들 중심해수층 어류의 포식자는 우리네 식탁에도 종종 등장하는 참치, 고등어와 같은 식용 생선들이기 때문입니다. (Quar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