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는 죽었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는 소비자가 프라이버시 보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삶이 편리해지는 건 좋지만 이를 위해 프라이버시를 양보할 뜻은 없다고 말합니다. 15개국의 소비자 1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마다 편차가 있지만 51%가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용의가 없다, 27%는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페이스북은 앞으로 맞춤형 광고(ad-targeting)를 위해 웹브라우징 기록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지요.
페이스북은 ‘좋아요’ 버튼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웹브라우징 기록을 오랫동안 수집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하기로 결정했지요. 이를테면 캠핑에 관심있는 고객을 찾고 있는 광고주에게 페이스북이 캠핑 관련 페이지를 PC나 휴대폰에서 조회한 적이 있는 고객을 데려다주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를 활용하는 페이스북이 곧 망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소비자가 뭐라고 답하든,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돈을 더 낼 고객의 숫자는 극히 적습니다. 이 가격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세상에서 프라이버시가 사라졌는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광고는 주요 수익원이고, 이를 위해서는 ‘공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IT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스트렛처리(Stratechery)를 예로 들어보죠. 저는 Booking.com이란 페이지를 홍보하는 포스트를 지난주에 올려주고 500달러를 받았습니다. 매주 이런 계약을 딸 수 있다면 월 2,250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스트렛처리는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도 월 10달러에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고객 225명을 확보한 것과 같은 수익이죠. 저도 광고보다 우리를 아껴주는 독자의 구독비로 사이트를 꾸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웹사이트는 구독비와 광고비를 비교했을 때 광고비가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리곤 했습니다. 페이스북을 볼까요? 페이스북 콘텐츠는 분명 가치 있는 정보나 돈을 내라고 하면 모두가 떠나갈 겁니다. 맞춤형 광고는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할수록 정확해지고 가치가 올라가니 페이스북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확보하려 하죠. 서비스는 무료가 되고 ‘광고에 의해 뒷받침되는 유료’가 됩니다.
광고에서 타겟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많아지고, 공급이 많아지면 경쟁에 의해 광고비는 계속해서 낮아집니다. 여기서 차별화가 필요한데, 뉴욕타임즈는 독자의 질이 높고 뉴욕타임즈 브랜드가 따라붙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야후는 워낙 많은 이용자가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런 특정 사례가 아니라면 가장 중요한 건 특정 소비자 집단에 접근할 수 있는 타켓팅 솔루션입니다.
고객을 모으기 위해 제공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무료 서비스로 소비자는 이득을 봅니다. 그 대신 소비자는 타겟팅할 수 있는 정보를 값으로 지출하는 셈이죠. 페이스북은 이 정보로 광고주에게 돈을 법니다.
자, 여기서 프라이버시가 자리잡을 공간이 없어집니다. 소비자가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소셜 네트워크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포기할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 기업들의 책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첫째,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탈퇴할 경우 정보를 확실히 삭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산업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모으고 익명화하는 데 필요한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합니다. 기업마다 정보를 익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셋째,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를 “지불”하는 과정이 투명해지고 이를 제대로 처리하는 기업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합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유럽의 ‘잊혀질 권리 보장’처럼 정부의 간섭이 불가피해집니다. 그 전에 기업들이 먼저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Stratechery, 벤 톰슨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