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계속되는 특허소송제기, 과연 바람직한가
최근 들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부쩍 특허 소송 논쟁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상으로 연이은 특허 소송 행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행 기술 개발에 대한 기업의 정당한 재산권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기술 투자 활동의 유인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특허권은 분명 엄격하게 지켜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사소한 기술들에 연연하는 애플의 최근 행보는 스마트폰 생태계의 활력을 저해하고 공정 경쟁의 기반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과거 발언은 안드로이드 진영을 향한 애플의 적대감을 잘 드러냅니다. 잡스는 한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모조품에 불과하다. 나는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은 이 모조품을 파괴하여 그들이 행한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다.’ 말하며, 안드로이드 진영을 향한 애플의 특허권 소송 의지를 만천하에 공포하기도 했죠. 실제로, 2006년에서 2012년 사이 애플이 피고 혹은 원고 신분으로 참여한 특허권 소송 수는 거의 150에 육박합니다. 소송 분야 역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품 디자인에 가릴 것 없이 스마트폰 제작 전영역에 이르고 있죠. 이와 같은 소송의 결과, 일부 사건에서는 합의나 라이선스 사용권 교환과 같이 상호호혜적인 해법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또 다른 일부에서는 징벌적 피해보상이나 수입금지 조치 명령과 같은 무거운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문제는 소송으로 발생한 비용이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패소한 측에서는 문제가 된 기술의 사용권 박탈이나 피해보상 명령으로 인해 직접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전개에도 큰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법정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할지라도, 승소한 측 역시 막대한 소송 비용과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승리를 자축할 수 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특허권 소송의 대상이 수평적으로 확대되어, 스마트폰의 보편적인 특질마저 법정 공방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 역시 문제입니다. 제품의 보편적인 특질마저 언제든지 특허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위험을 감내하며 새로운 제품 개발에 사활을 다하겠냐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소송에서 애플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기기 디자인, 자동오타수정기능, 퀵링크 기능 등 스마트폰의 보편적인 특질에서까지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의 이러한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소비자들은 애플 외에는 이런 모양의 스마트폰을 절대 사용할 수 없게 될 테지요.
따라서, “새로우면서도 유용한 것”이란 고전적 기준만을 가지고 특허권을 인정하는 현 관례는 테크 업계 전체는 물론 소비자의 이익 증진을 위해서도 반드시 재고되어야 합니다. 기업들의 무분별한 특허권 소송 제기 관행 역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약 200년간 지속된 십자군 전쟁이 유럽 대륙을 공멸의 길로 몰고 갔듯이, 상호 소모적인 특허 전쟁 역시 테크업계의 공멸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H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