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잊혀질 권리’ 와 미국의 ‘알 권리’
2014년 5월 19일  |  By:   |  IT, 경영  |  1 comment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면 소셜 미디어에 남은 흔적들을 없애려 이름을 바꿀 거예요.”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 의해 기록되고, 알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요?”

EU 사법재판소도 에릭 슈미트의 우려에 동감했는지 지난 13일 부적절한 개인 정보나 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서 구글 검색 결과 삭제를 요구할 권리,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미국과 유럽이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얼마나 다르게 규정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유럽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독점 기업과 규제자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미국은 인터넷은 언제든 새로운 사업자가 뛰어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EU 사법재판소의 결정은 구글이 검색 사업자가 아니라 컨텐츠 출판업자(Publisher)인 것처럼 취급합니다. 즉, 구글이 각 검색어에 대해 무엇을 보여줄 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에서라면 헌법 제 1조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미국이 역사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가장 보증해온 국가였다는 겁니다. 정치적 범죄나 개인 파산 신청을 덮을 수 있어 이민자들이 몰려들곤 했죠.

유럽이 프라이버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데에는 역사가 깊습니다. 1995년에는 검색 사업자를 데이터 ‘수집업체’(Collectors)로 규정하고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왔죠. 일찍이 1953년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권리’ 를 규정하고 1981년부터 데이터 처리에 규제를 가해왔으며, 2010년 ‘잊혀질 권리’의 개념을 처음으로 선언했죠.

그러나 스페인의 변호사가 개인 저택 압류된 사건을 검색 결과에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이번 요청은 법원의 승인을 받았음에도 구글이나 야후가 기술적으로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명확치 않습니다. 게다가 국가와 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관리하는 세상은 중국과 같은 거대한 WWW 검열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유럽에서는 이미 개인 데이터 저장에 대해 수많은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사실 솜방망이 수준인데, 현실적으로 규제가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유럽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이것 뿐은 아닙니다. 저작권 문제에 있어서도 유럽은 훨씬 더 적극적입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보호하고, 함부로 해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도덕적 권리’가 있어 할리우드처럼 자신의 이야기가 할리우드에서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미국에서라면 이런 논리는 역시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을 막는 것이라 여겨질 겁니다.

가장 큰 우려는 수동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던 구글이 나서서 데이터를 읽고 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큰 기업을 정부의 동반자로 둔다는 아이디어 자체부터가 회의적인 반응을 낳죠. 유럽에서는 이를 구글의 중요한 의무로 간주합니다. (For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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