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정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모든 것이 신속하게 변하는 인터넷 시대에도 좀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통신사업은 자연독점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이 시장을 경쟁시장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제도적인 개혁들이 일어났고 오늘날 통신사업은 그 어느 산업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점점 진화해가는 사업 모델은 통신망 사업자와 콘텐츠 혹은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되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규제체계는 사생활 침해와 같이 새롭게 대두된 문제들을 방치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 지도자들은 현실과 괴리된 규제 체계로 인해 산업의 동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합니다. 일례로, 인터넷 상에서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현실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상의 기업 분류법에 따라 각기 다른 법적 지위가 부여되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일관성 없이 혼선만 안겨다 주는 제도는 법 적용의 예측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혁신활동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기업의 지도자들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시장에서 규제기관은 규칙보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규칙을 기반으로한 규제 방식이 예측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세세하게 짜여진 규칙은 오히려 기업들의 공격적인 실험과 혁신 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기업간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규칙 적용을 한정짓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규제체계의 유연함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합니다.
또한, 기업의 지도자들은 정책입안자들이 정책의 목적 달성에 알맞는 지리적 범위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유럽 시장의 경우 유럽연합 집행기관(European Commission)이 과도하게 규제를 제정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굳이 유럽 전체에 적용되는 규제가 필요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럽 연합국들 사이의 규제 체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연합이 불필요하게 관여한다는 것이죠. 물론 사생활 침해, 보안, 데이터 이식 등의 문제는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해결해나가야할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그 밖의 사소한 문제들에서까지 제도의 일관성을 엄격하게 추구하는 것은 규제 과잉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경기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세계 경제에 있어, 연간 10%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디지털 경제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 디지털 경제는 2016년까지 G20국에서 GDP의 5%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죠. 위기 상황에서 주어진 성장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경제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규제 체계가 신속하게 제정될 때입니다. (The World Economic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