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경제: 교육과 의료산업(Eds and Meds)은 미래에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을까?
보스턴 지역에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들 중의 하나인 하버드와 MIT가 있고, 매사츄세츠 종합 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병원들과 생명과학 연구센터, 제약회사들이 밀집하여 거대한 교육 ⋅ 의료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산업들이 보스턴의 지역경제는 물론 보스턴이 위치하고 있는 매사츄세츠 주 경제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죠.
하지만 보스턴이 처음부터 교육과 의료산업으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뉴욕이 부흥하기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스턴은 미 동부지역의 제조업과 무역을 이끌어나갔던 주요 도시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의 전반적인 쇠퇴 과정과 맞물려, 보스턴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제조업체들은 더 낮은 지가와 임금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보스턴의 경제도 이내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보스턴과 매사츄세츠를 구한 것이 바로 교육과 의료 산업의 부흥이었습니다. 하버드와 MIT에서 배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과 제조 공장들이 남기고 간 비어 있는 건물들과 공터는 지식기반의 제약업체, 생명과학, 의료산업체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던 것이었죠.
이와 같은 보스턴의 성공적인 지식 경제 기반으로의 체질 변화는 많은 도시 경제학자와 계획가들에게 쇠퇴한 산업 도시의 경제를 재부흥시킬 방법에 대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제조업의 몰락으로 경제 성장 엔진을 잃은 많은 지방 도시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교육과 의료산업을 지역 경제의 중추로 육성하겠다는 개발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 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듀크 대학의 경제학자 에론 차터지(Aaron Chatterji)는 이러한 경제개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차터지는 그 근본적인 이유로 미국내 교육과 의료 산업의 성장사이클이 이제 막을 내릴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꼽습니다.
차터지에 따르면, 교육과 의료 산업을 육성하려는 도시들은 기본적으로 두가지 조건을 전제한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던 이 산업들의 성장세가 미래에도 지속 될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고령화되어가는 인구는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며,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의료 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교육과 의료 산업 모두 대인(face-to-face)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의료 및 교육에 대한 수요가 타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경제에 직접적으로 흡수 될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차터지는 이러한 가정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최근 몇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새로운 기술이 교육과 의료 산업 모두를 국가적⋅세계적인 경쟁 구도로 몰고 가고 있는 경향을 생각해 볼 때, 교육과 의료 산업 기반 경제가 더이상 경쟁에서 안전하게 벗어난 지역경제로 분리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 대학들의 온라인 강좌(MOOC) 개설은 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이 있는 도시로 이동할 필요성을 희석시키고 있고, 가까운 지역병원을 놔두고 의료 단가가 낮은 지역의 병원으로 근로자들을 이송시키는 대기업들의 수가 증가 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죠.
차터지는 이어서 교육과 의료산업의 광역적 경쟁 구도는 경쟁력이 높은 소수의 상위 시설들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며, 그 결과 교육과 의료 산업에서의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구의 고령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의료 수요가 증가된다 할지라도, 이 수요의 혜택을 누리는 지역은 이전부터 이 영역에서 강세를 보였던 소수의 도시들로 집중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죠.
차터지의 논리에 따르면, 다행히 보스턴은 미래에도 교육과 의료의 중심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버드와 MIT, 매사츄세츠 종합 병원(MGH)이라는 훌륭한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보스턴의 장미빛 전망이 이제 막 교육 및 의료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다른 도시들, 혹은 브랜드 파워가 많이 떨어지는 중소도시들의 성공 또한 보장할 수 있는 것일까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the Atlantic C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