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
한때는 원자력 발전이 청정하면서도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 널리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 되는 것도 아니었고, 일단 발전소만 건설하면 사후 운영비는 석탄, 석유 발전소에 비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건과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었고, 그 결과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많은 원자력 발전소들이 폐쇄되는 상황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를 통한 기후 변화 문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의 효용성이 재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던 원자력 발전소의 수도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2011년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들로 하여금 이러한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석유, 석탄 발전소에 비해 원자력 발전소는 과연 익히 알려진바와 같이 저렴한 발전 방식인 것일까?
얼마전 일본 정부는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바다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두터운 지하 얼음벽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땅을 수 킬로 두께로 얼려서 냉각수를 원전 주변에 묶어두겠다는 생각인데요. 이 얼음벽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자그마치 3천 5백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이 지하 얼음벽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얼마만큼의 예산이 더 투입되어야 할 것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해왔던 동경전력(Tepco)에 대한 금융 구제책으로 11조 이상의 국세를 투입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약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후쿠시마 원자로가 완전히 냉각되어 안전성이 보장되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하니, 완전한 사태 수습에 이르기까지 몇 십조, 몇 백조, 심지어 몇 천조의 예산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의 내재된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연료비 절감 이외에도 우리는 원자력 발전에 숨겨진 안전비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위험이 발견되거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안전을 위해서 투입되는 예산은 분명 천문학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