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정점에 다다를 석유 수요의 미래와 그 영향
석유는 6000년전 중동에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석유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 것은 내연기관이 발명된 19세기 후반 이후였습니다. 석유는 인류의 발전과 함께 그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해왔으며, 현재 생산량의 60% 가량이 자동차, 비행기, 배 등과 같은 곳에서 수송 연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제 에너지 단체(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중국과 인도와 같이 부흥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로 인하여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영국의 거대 석유기업인 비피(BP) 사는 2030년까지 석유수요량이 하루당 8천9백만 베럴에서 1억 4백만 베럴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전망이 잘못되었으며, 석유 수요가 사실상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유국에서의 석유수요가 2005년 정점에 도달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며, 개발도상국에서 급성장중인 석유 수요도 두 가지 기술적 혁명을 통해 그 상승세가 곧 둔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기술적 혁명 중 첫번째는 바로 수압파쇄(Fracking: Hydraulic Fracturing)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종전의 기술로는 채산성이 떨어지거나 채굴이 불가능했던 쉐일층(shale beds)에서 상당량의 가스를 쉽게 추출가능토록 하여 전세계적으로 대체석유자원의 비축량을 비약적으로 늘린 기술입니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탱크로리나 버스, 그리고 운송차량등에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쉐일 가스가 사용되는 추세이고, 많은 선박, 전력생산공장, 석유화학 공장, 가정 및 산업용 난방시설 등에서도 석유를 대체하여 쉐일 가스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두번째 기술은 자동차 엔진과 디자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술적 혁명입니다. 내연기관의 효율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자동차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가벼워지고 있어 자동차 연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는 물론 천연가스나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기존의 가솔린/디젤엔진 자동차를 대체해가고 있습니다. 시티은행(CITI)의 한 분석가(Analyst)는 자동차의 연비가 연 2.5% 씩만 증가하더라도, 석유수요의 증가를 제한하는데 충분하다는 분석 결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거대 석유회사들과 국제에너지단체는 이러한 전망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면서, 석유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선진국들의 경제개발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석유 수요 증가 곡선을 최근의 아시아 국가들에 단순하게 적용하여 미래 수요를 추정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유럽과 미국의 최신 에너지 정책과 기술을 도입하여 많은 단계의 기술적/정책적 도약을 한번에 이루어 내고 있기에, 그들의 에너지 수요 증가 양상은 과거와는 분명 다르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석유수요가 정점에 다다르고 감소하는 시기가 오면 지정학적인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유와 같은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주변국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러시아는 그 영향력을 점점 더 잃어갈 것입니다. 석유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으로 방만한 복지체제를 유지하여 정치적 내란을 억제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조는 재정수입의 대체수단을 찾지 못하는 이상, 큰 정치적 전환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미국이 쉐일가스를 통하여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루어낸다면, 미국의 아랍국가들에 대한 광적인 간섭도 미래에는 한결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석유는 번성과정에서만큼이나 그 쇠퇴과정에서도 많은 진통을 야기할 것 같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