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소변기를 몰아냅시다
2015년 2월 9일  |  By:   |  칼럼  |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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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5세 남성이며 소변을 볼 때 소변기 대신 좌변기를 씁니다. 소변에 관한 주제로 토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노폐물 방출이라는 식으로 완곡히 돌려 말하더라도 왠지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꺼려지죠. 하지만 “악마가 승리할 때는 선한 사람들이 침묵을 지킬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변기는 도기로 만들어진 악마입니다. 이 주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현대 사회의 모든 남자 화장실에 필수적으로 소변기가 있다는 사실이 저를 몸서리치게 합니다. 그건 남자를 최악으로 몰고갑니다. 남자가 모든 면에서 여자와 다르다는, 원시인이나 할 만한 사고에 빠지게 합니다.

어떤 모양으로 생겼든 간에, 소변기는 남자가 치욕을 감수하도록 유도하는 물건입니다. 수모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그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여성적인 것처럼 보이게 됐습니다. 소변기는 문명사회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노출하고 남들이 보는 옆에서 그 민감한 일을 한다는 것엔 뭔가 야만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일을 하면서 옆사람과 당황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듯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냥 자연스런 생리 기능일 뿐이다”라고 변명하지 마세요. 좌변기 위에서 일을 볼 때 문을 열어놓으시나요? (설마?)

소변기가 있어서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오줌 누는 것이 정당화됐고 이는 남성주의 상징이 됐습니다. 영화 <보이후드>에서도 사춘기 소년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서서 오줌 누는 것은 자신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자랑하는 가장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방법입니다. 예. 물론 더 심한 창피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야외로 나가 오줌을 눠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만일의 사태를 피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소변기의 존재는 생물학적 필요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것과는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남성들이여, 앉아서 그 일을 합시다. 서서 할 때보다 몇천 배는 더 위생적입니다. 이 점에서 독일은 우리보다 앞서있습니다. 독일에선 남자 아이들이 앉아서 그 일을 보도록 교육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좌식 소변 문화가 퍼지자 법원은 서서 오줌을 누는 것이 합법인지 아닌지를 판결해야만 했을 정도입니다.

이제 화장실에서 소변기를 몰아낼 때입니다. 21세기에 소변기가 들어설 자리는 미술관 전시실 뿐입니다.

원문출처: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