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이끄는 건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입니다
2014년 11월 21일  |  By:   |  과학, 칼럼  |  4 Comments

오늘날 발명가와 개발자는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보다 행복하고 풍족한 미래는, 새로운 놀잇거리와 최고의 서비스를 개발해 세계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몇몇 천재의 손에 달린 것처럼 보입니다.

흔히 혁신이란, 한 명의 천재가 어마어마한 사고력을 동원해 문제에 도전하고, 한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건 신화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생각처럼 기발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지닌 많은 연구자가 입을 모아 말하듯, 우리는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못 알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혁신, 즉 우리가 누리는 기술적 진보는 모방을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모방 덕분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퍼져나갑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갈수록 다음 세대에 더 쉽게 전해지고, 축적되기도 쉬워집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은 땜질 작업과 비슷합니다. 약간씩 덧붙이고 손질하여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일입니다. 돈을 생각해 봅시다. 조개껍질이 동전이 되고, 지폐가 되더니, 마침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변모했습니다. 그처럼 혁신은,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흉내 내는 과정에서 각자 지닌 고유의 생각을 조금씩 덧붙여 만들어진 산물입니다.

산타페 연구소의 인류학자 로버트 보이드와 캘리포니아-데이비스 주립대의 생물학자 피터 리처드슨은 공동저서인 <유전자만이 아니다> (2005) 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무수히 일어나는 모방에 개개인의 학습이 덧붙여질 때, 인구 집단의 능력은 한 명의 천재가 지닌 능력에 맞먹는다.”

문화를 학습함으로써 얻어지는 혜택이 없다면 인간은 영장류보다도 그리 똑똑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몇 년 전 발달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침팬지, 오랑우탄, 그리고 두 돌 반이 된 인간의 아기를 대상으로 여러 번의 실험을 했습니다. 언어나 수학 등 고등한 지식을 아직 습득하지 않은 시기를 골라, 인간과 영장류 간의 순수한 학습 능력을 비교하고자 한 것입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아기는 여러 테스트에서 거의 비슷한 학습능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오직 사회적 학습능력 테스트에서만은, 인간의 아기가 침팬지를 한참 앞질렀습니다. 실험자가 장난감 상자를 열면 그 동작을 따라 하는 식이었습니다. 관찰과 모방은 오직 인간만이 지닌, 놀라운 사회적 인지 능력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경험에 충실합니다. 그들은 오로지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세상을 배우며, 그렇게 얻어진 지식은 다른 개체로 전해지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인간만이 다른 인간으로부터 배웁니다. 한 명 한 명의 인간이 힘들여 얻어낸 지식은 사라지지 않고 널리 활용됩니다.

무엇이 문화적 정보를 축적하는 데 기여하는지 알기 위해, 성 앤드루스 대학의 행동과학자인 케빈 라랜드와 한나 루이스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5천 번의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화적 유산, 즉 기술개발이나 전통이나 지식 등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한 결과, 문화를 일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확한 전달(accurate transmission)이었습니다.

정보 전달이 믿을 만하고 구체적일수록 영향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새로운 발명이나 정교한 기술이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그걸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면 문화는 성립할 수 없는 거죠.” 라고 랄란드 박사는 말합니다.

천재와 우수한 두뇌, 독창적 사상가들의 신화는 그만 이야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인슈타인의 포스터를 벽에서 뗄 때가 왔습니다. 문화적 발전을 이끌어가는 진정한 원동력은 무수한 숫자의 작은 발상에서 나옵니다. 이제는 평범함을 찬미할 때입니다. 딜레탕트, 지하실의 인디 밴드, 킥스타터에서 장난감을 판매하는 이름 없는 발명가야말로 진정한 문명의 구원자들입니다.

원문출처: Aeon

번역: Horten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