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불필요한 갑상샘 수술을 너무 많이 받습니다
2014년 11월 7일  |  By:   |  한국  |  2 Comments

암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가장 흔한 암이 폐암, 유방암, 대장암, 전립샘암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랍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암은 갑상샘(갑상선)암으로 발병률이 지난 20년간 15배로 증가했습니다. 한 학자는 이걸 “갑상샘암의 쓰나미”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갑상샘암 증가 추세가 미국과 유럽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갑상샘암 비율은 1994년 이래 2배로 늘었습니다.

한국과 그 밖의 나라에서 실제 갑상샘암 질환이 증가한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갑상샘암 증가 통계의 진짜 원인은 갑상샘암 조기 검진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즉 아주 작고 해가 없어 그냥 놔두는 것이 나았을 종양을 괜히 발견해 공격적으로 치료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한국 정부가 1999년 유방암, 자궁암, 대장암, 위암 등 여러 암을 검사하는 국가사업을 시작하면서 암 검진이 확산했습니다. 여기에 환자가 약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를 추가로 내면, 병원은 초음파 진단기로 갑상샘암도 검진해줍니다.

보편적인 갑상샘암 검진 프로그램이 없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경동맥 초음파 검사나 가슴 CT 촬영 등 다른 검진에 쓰는 방법을 이용해 미세 갑상샘 종양을 찾고 있습니다.

갑상샘암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율은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암 조기 검진이 생명을 구하고 있었다면, 사망률은 줄어들었어야 했습니다.

암이 더 많이 발견되고 치료되는데도 사망률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간 발견되고 치료된 암 상당수가 실은 위험하지 않았다는 점을 뜻합니다. 이런 실태를 의학계 용어로 과잉진단(overdiagnosis)이라고 부릅니다. 즉 너무 천천히 성장하거나 아예 성장하지 않는 암 조직이라 치료가 필요 없었던 암을 찾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암은 그냥 놔둬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잉진단은 뿌리뽑기 어렵습니다. 어떤 작은 종양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병리학자가 구별하기 어렵고, 환자 대부분은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확률에 맡기기보다 암 조직을 잘라내길 원합니다.

암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충분히 건강한 사람에게 광범위한 암 검진을 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암협회 최고의료책임자 오티스 W. 브로리 박사는 “(한국 상황은) 미국이 암 검진을 옹호하는데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 신호를 준다. 암 검진을 해야 할 충분한 근거가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로리 박사는 대장암의 경우는 조기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지지합니다. 유방암 검사도 생명을 살리기 것이라 지지하지만, 과잉검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폐암 검사도 과잉진단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브로리 박사는 폐암 환자 18%는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11월6일 <뉴 잉글랜드 의학지>에 한국 갑상샘암 급증에 관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저자들은 갑상샘암 검사 대중화로 암 진단 건수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 발견되는 암이 대부분 크기가 아주 작다고 보고했습니다. 유두상 갑상샘암이라고 불리는 이 미세한 암은 가장 흔한 것으로 암 검사를 하면 전형적으로 발견되는 것입니다. 유두상 갑상샘암은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다트머스대 H. 길버트 웰치 박사는 “갑상샘암 유행은 환경 독소나 전염성 병균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어떤 병이 진짜 유행한 것이라면 그 병에 의한 사망률도 급증해야 한다. 하지만 갑상샘암 진단 수가 많이 늘어났는데 사망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암 전문가들은 크기가 큰 몇몇 갑상샘암의 경우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만약 목에 혹이 난다거나 목소리가 쉰 증상이 나타나면, 그건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위험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부러 나쁜 점을 발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웰치 박사는 말합니다.

특히 갑상샘암의 경우는 해로운 증상이 없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검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미세한 갑상샘암 조직을 지닌 채 평생을 별 문제 없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일단 암이 발견되면, 치료는 부담스럽고 대개 갑상샘 제거 수술이 이어집니다. 수술 뒤에는 남은 삶을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살아야 합니다. 브로리 박사는 호르몬제가 갑상샘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갑상샘 호르몬 결핍을 겪으며 살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마음이 우울해지고 몸이 둔해집니다.

갑상샘 수술 도중 적은 확률이지만 의사가 성대를 잘못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국 (갑상샘) 환자의 2%는 성대 마비 증상을 보입니다. 또 수술 의사는 부갑상샘이라고 불리는 갑상샘 뒤에 있는 작은 노란색 샘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부갑상샘은 체내 칼슘 농도를 조절합니다. 만약 부갑상샘이 손상되면 한국 (갑상샘) 환자 11%가 그렇듯 부갑상샘기능저하증이라는 난치병에 빠지게 됩니다.

논문 제1저자인 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를 비롯한 몇 몇 한국 의사들은 갑상샘암 검사 금지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대체로 묵살됩니다. 안형식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갑상샘 전문의 대부분, 특히 외과의사들은 (갑상샘 치료의) 위험성을 부정하거나 부작용을 축소한다”라고 답했습니다.

미국 갑상샘 전문가들은 미세 갑상샘 종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행위를 규제하라고 요구합니다. 맨해튼의 슬론-케터링 기념 암센터같은 소수의 의료기관은 작은 종양을 가진 환자에게 일단 기다리면서 그 종양이 커지는지 확인하는 정기적인 검사만 할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응하는 환자는 적습니다.

“일단 암이라고 진단하면, 환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슬론-케터링 기념 암센터 갑상샘 전문의 애쇼크 R. 샤하 박사의 말입니다. 그는 미세 종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열풍이 부는 상황을 걱정합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소심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의사들은 암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며 소송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샤하 박사는 말했습니다.

슬론-케터링 기념 암센터에서 ‘기다리고 지켜보기'(wait-and-se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이클 터틀 박사는 “저위험군 갑상샘암 환자에게 ‘공격적 치료’ 대신 경과를 지켜보자고 유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 검진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갑상샘암 검진 및 (갑상샘 혹을 조사하는 데 쓰이는) 세침흡입 세포검사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국립암연구소 암예방과 과장 바네트 S. 크레이머 박사는 한국의 교훈에 귀를 기울이자고  말합니다. “‘암 조기 발견은 언제나 유익하다’는 건 오래된 통념이었다. 하지만 ‘모든 검진은 유익하고 모든 진단은 일찍 내려지는 것이 유익하다’는 직관에 따른 행동이 때로 화를 부르기도 한다.”
조기검진의 부작용에 관해 경각심을 높이자는 겁니다.

원문출처 : 뉴욕타임스
논문 출처: NEJM
번역: 신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