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트윗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의 사과문
2014년 8월 25일  |  By:   |  칼럼  |  11 Comments

[역자주: 무신론자로 유명한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최근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출산하는 건 비도덕적이라는 트윗을 썼다가 세계 각지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아래는 도킨스가 8월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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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하게도 제 트위터 계정을 보러오는 모험을 하신 분들은 지난 8월 20일 제 트윗이 만들어낸 광란의 현장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주제는 다운증후군 태아 낙태의 도덕성이었습니다.

다운 증후군 환자는 정상인의 경우 2개가 한 쌍인  21번 염색체를 3개 가지고 태어납니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대개 기형적인 외양, 비정상적인 성장 패턴, 정신 장애 등을 보입니다. 기대 수명은 적고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더라도 마치 아기를 다루듯 특별히 보호해야 합니다. 물론 다운증후군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정상인 아이였을 때와 다름없이 깊은 애정으로 아이를 돌볼 것입니다. 그 감정은 진실하며 상호적이고, 아마도 제가 경험한 (아래에 있는) 분노의 트윗 일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염색체 이상 검사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임산부가 특정 조건의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을 때 받게 됩니다. 다운증후군이 발견되면 부모는 대부분 낙태를 선택하며, 의사 역시 그러길 권합니다.

어제 제 홈페이지의 훌륭한 고정 독자이신 한 여성 분께서 만약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찌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트위터로 질문해 주셨습니다. 저는 제 대답 앞에 @마크를 붙이고 트윗글을 썼는데, 그렇게 하면 저와 그녀를 동시에 팔로우하는 사람에게만 그 글이 보이는 건 줄 알았습니다. 팔로워 1만 명 모두에게 보이려는 의도는 없었지요. 하지만 많은 분이 타임라인에 제 글이 뜨지 않음에도 (직접 제 트위터 계정을 방문함으로써) 그 트윗을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앞서 제가 언급한 것처럼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광란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만약 140자 이상을 쓸 수 있었다면 그 여성 분에게 이런 답을 하려고 했습니다.

“분명히 선택은 당신의 것입니다. 제 의견이 도움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라면 낙태할 것입니다. 당신이 아이를 절실히 원한다면 다시 임신을 시도하는 건 어떨까요. 낙태를 하느냐, 다운 증후군 아이를 세상에 내놓느냐 중 택일하라면 도덕적이고 현명한 선택은 낙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국, 특히 유럽에서 임산부 대부분은 낙태를 선택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 발 더 나가서, 만약 당신의 도덕성이 저와 마찬가지로, 행복의 합을 크게 하고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바램에 기초하고 있다면, 임신 초기 낙태 기회를 버리고 다운 증후군 출산을 강행하는 건 비도덕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논쟁을 일으킬 수 있고, 더 논의가 필요함을 인정합니다. 어쨌든, 당신은 아마도 평생 아기를 키우듯 성인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아이는 아마도 수명이 짧겠지만, 만약 그 아이가 당신보다 오래 살게 될 경우, 당신이 죽고 나면 누가 그 애를 돌볼 건지 걱정해야 되겠지요. 이 경우 다수가 낙태를 선택한 건 놀랍지 않습니다. 그렇긴 해도 여전히 선택은 전적으로 당신의 것이며, 전 당신이나 다른 누구에게 제 견해를 강요하려고 시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것이 제 조언을 기다리는 한 여성에게 드리려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140자가 넘습니다. 이걸 트위터에 맞게 압축한 결과, 당연하게도 비정하고 싸늘한 문장이 됐습니다. “낙태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라. 기회가 있었는데도 낙태하지 않고 출산하는 건 비도덕적이다”라구요. 물론 저는 그토록 많은 분노를 불러 일으킨 축약법을 쓴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제 혼란 그 자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저를 미워하시는 분들은 여러 부류가 있으셨습니다: –

1. 먼저 어떤 상황에도 낙태를 반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를 미워하시는 대부분은 이 범주에 해당합니다. 오래된 논쟁을 반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글을 보는 독자 대부분은 익히 알다시피 전 여성이 임신 초기에 낙태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계셔도 좋습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비단 제 의견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의학적 견해, 그리고 실제 그 선택에 직면했을 때 많은 임산부가 내렸던 결정 모두를 반대하셔야 합니다.

2. 또 제가 거만하게도, 여성 스스로 선택하게 놔두지 않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물론, 이건 절대적으로 제 의도가 아니었고 축약된 글이 그렇게 보였다면 사과드립니다. 제 진짜 의도는 140자 길이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듯, 단지 저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말한 것이었고, 제 도덕 철학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뿌리두고 있음을 설명하려 했을 뿐입니다.

3. 실제 여성 대부분이 낙태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마치 일종의 다수의 폭력을 옹호하는 걸로 여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국민투표 결과 교수형을 옹호하는 사람이 많으면 교수형은 옳다”는 논리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다수의 폭력을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에게 나치즘이라느니, 냉혈한이라느니 하며 비난을 퍼붓는 것은 실존적인 딜레마에 마주하고 있는 여성 대부분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것과 같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신이 한 개인을 짐승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그 사람이 대다수 사람이 선택하는 사고방식을 따랐을 뿐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4. 제 견해를 히틀러의 우생학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생각은 제 머리에 있어본 적도 없는 것입니다. 다운증후군은 유전될 확률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그 말인즉, 비록 다운증후군이 선천적인 질병이긴 하지만, 삼염색체 발현이 유전적으로 상속되는 경향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이 우생학을 믿는 사람이라면 굳이 다운증후군을 검사할 필요조차 없는 겁니다.

5. 저를 비판하신 분 가운데는 다운 증후군 환자를 알고 있으며 그 환자를 사랑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그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할 권리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감정에 관한 것이지 논리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낙태 토론을 할 때 흔히 발생하는 일반적인 가족의 오류입니다. 다른 버전으로 제 책 <만들어진 신> 8장에서 얘기한 “위대한 베토벤 이야기의 오류”가 있습니다. ‘이 다운증후군 태아는 지금 낙태되어야 한다’와 ‘이 사람은 오래전에 낙태되었어야 했다’는 말 사이에는 본질적인 도덕적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어떤 누구에게도 “당신은 태어나기 전에 낙태되었어야 했어”라고 말하는 걸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운증후군 태아가 “사람”이 되기 전의 시점에서, 낙태를 결정하는 것이 도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충분히 양립 가능합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의 정의(definition)를 두고 도덕 철학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쟁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는 도덕적인 견지에서 어른이든 아이든 아기든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신경 체제가 발전하기 전의 태아의 경우는 아닙니다. 물론 사람과 사람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결론적으로, 제 주장은 단순히 우리 대부분이 지지하는 일반적인 낙태 선택을 논리적으로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제 어법이 서툴러 오해를 사는 데 취약한 면이 있을지 모릅니다만, 적어도 이 문제의 절반은 굳이 오해하려는 불합리한 욕망에 기인한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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