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성생활을 해야만 부부인가요?
2014년 8월 1일  |  By:   |  문화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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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콕스 부부는 섹스 없이도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역자주: 폴 콕스(24)는 아내와 결혼한 지 9달이 지나도록 성생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불화가 있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는 않지만, 여전히 부부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무성애(asexuality) 부부입니다. 무성애자 남편 콕스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소개합니다.]

제가 결혼한 지 9달이 지났고 우리 부부는 무척이나 행복하지만, 아직 우린 성 경험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무성애(asexuality)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말합니다. 이건 워낙 드러나지 않는 현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무성애를 못 믿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저 또한 무성애를 인정하기 힘들었으니까요.

오랫동안 전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없었죠.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한 것도 아닙니다. 학교 친구들은 틈만 나면 여자 얘기를 꺼냈지만 전 도대체 거기서 뭘 기대하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열세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성교육 책을 선물해 주셨는데, 마치 먼 나라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왜 사람이 섹스라는 것을 하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포르노물을 찾아도 봤지만, 역겹고 끔찍하거나 아니면 마치 벽지를 보는 것처럼 따분할 뿐이었습니다.

당시 친구들은 자위에 대한 얘기도 즐겨 했습니다. 저도 자위를 해봤지요. 하지만 그건 성적 충동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환상도 없었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위를 한다면, 그런 성적 기호가 있다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얘기지만, 자위하는 것과 성적 취향을 갖는 사이에 꼭 연결고리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제가 물리적으로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대학에 진학해선, 친구들이 제 성 정체성을 궁금해하도록 내버려 뒀습니다. 더는 여자에 관심 있는 척할 필요가 없었죠. 어떤 사람은 제가 게이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여자를 좋아하는지 남자를 좋아하는지 대놓고 물어본 친구가 있었습니다. “난 이성애자도 아니고, 게이도 아니다. 그게 전부다”라고 답해줬습니다. 그때 전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해 여름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한 여자가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고민을 쓴 글을 봤습니다. 그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이 무성애자 가능성을 언급하며 www.asexuality.org 라는 사이트를 추천하는 걸 봤습니다. 제가 처음 그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전 무성애란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무성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프로이트와 킨제이 이후, 심지어 1960년대 성 혁명에 이르기까지, 성적 취향이 없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으로 여겨졌습니다. 무성애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 사이트를 방문하고 게시판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들 역시 정상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비로소 전 저 자신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뉴욕으로 이주한 뒤에는 뉴욕 무성애 모임에 끼게 됐고, 이스트빌리지에서 열리는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마치 게이가 게이바를 찾는 것처럼요.

어느날 아만다라고 하는 여성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무성애자였고 마침 이웃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성애자인 남자 친구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난 로맨스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경고로 대답을 해줬습니다. 아무튼, 우린 차를 마시고 스케이트장을 가고 자주 만나게 됐습니다. 전 아만다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또 예뻤죠.

처음엔 보통 일반적인 우정과 마찬가지로 그 감정을 대하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배가 고프다고 하자, 시내에서 4마일을 달려가 샌드위치를 사오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두 달 뒤 전 공연을 보던 중 그녀 손을 잡았습니다. 조심스러웠지만, 전 그걸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이후 우리 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약혼을 발표하자, 가족들은 기뻐했고, 무성애자 모임 사람들은 더 환영했습니다. 결혼 첫 날 밤 우리 부부는 친구들을 방으로 초대해 단어 맞추기 보드게임을 하며 같이 밤을 새웠습니다.

주변에선 우리 결혼 생활이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인간끼리 관계를 맺는다는 게 실은 다 일종의 친구 맺기가 아닐까요. 우린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정을 건설한 겁니다. 명백히 우리 부부가 남들과 다른 것은 키스나 포옹은 해도, 섹스는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 중 한 명이 앞으로 섹스를 원하게 된다면, 그 때 과연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것입니다. 아기는 입양으로 얻을 생각입니다. 우린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데 안달이 난 사람들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부부는 무척 행복합니다. 이제 제 파트너 아만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건 가정입니다. (The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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