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언론을 편향되게 만들었는가
2014년 5월 12일  |  By:   |  IT, 경영, 경제  |  2 Comments

시카고 대학의 매튜 갠츠코우(Mathew Gentzkow) 교수와 제시 샤피로(Jesse Shapiro)가 미국 400개 신문사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객관적으로 각 신문사의 정치적 성향을 측정하기 위해 먼저 민주당과 공화당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조사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은 ‘최저임금’ ‘정유회사’ ‘야생동물 보호’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데 비해 보수적인 공화당은 ‘감세’ ‘사유 재산권’ ‘경제 발전’ 같은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민주당은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로사 파크스를 즐겨 인용하는 반면 공화당은 컨츄리 뮤직을 들려주는 가장 오래된 라디오 프로그램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민주당/공화당에 부합하는 단어를 선정한 후 2005년부터 발행된 모든 신문에서(사설 제외) 각 단어가 언급된 횟수를 산정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진보, 워싱턴타임즈와 오클라호마일보는 보수, 뉴욕타임즈는 중도 진보,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도 보수 등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문사의 ‘성향’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조사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정은 신문사 소유주의 입김입니다. 특정 사주가 언론을 장악하면 다양한 견해를 보장할 수 없다는 믿음에서 신문사 인수 합병에 규제를 두는 정책도 많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갠츠교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사주가 보유한 여러 개의 신문이 같은 정치적 견해를 펼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소유주의 정치 기부금으로 가늠한 소유주의 정치적 성향과 보유 신문사의 성향이 같을 가능성도 낮았죠.

그렇다면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그 신문을 받아보는 독자들의 구성이었습니다. 민주당을 찍는 유권자들이 많은 소위 블루 스테이트의 지역지는 진보 성향을 띄었으며, 반대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의 언론은 보수 성향을 띄었습니다. 그런 언론 때문에 지역 정치색이 결정된건 아니냐고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보이는 이 문제는 사실 언론이 종교까지 바꾸어놓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색채가 강한 지역일수록 보수적인 주민이 많고 신문사도 보수적이었습니다. 신문사가 지역 주민의 종교까지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게 아니라면, 신문사가 독자에 영향을 끼쳤다기보다 독자가 신문사의 논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결국 신문 사업도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제공하고 있다는 거죠.

이 현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민들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내 의견을 강화시키는 글에만 노출된다면 견해를 바꿀 일이 생기기나 할까요?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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