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는 천국 어른들에게는 지옥인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여러모로 참 살기 힘든 나라입니다. 노동시간 1위, 자살율 1위, 1인당 주류 소비량 1위, 성형수술 빈도 세계 1위 등 여러 부정적인 지표들에서 대한민국이 줄줄이 최상위권에 올라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대한민국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만큼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얼마전 새롭게 발표한 청소년 웰빙 지수(Youth Well-being Index)를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죠.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최근 세계 30여개 나라들을 대상으로 국가별 청소년 웰빙 지수를 발표했습니다. 경제적 기회, 교육, 정보기술, 안전, 건강, 시민 참여라는 6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된 이 웰빙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유럽연합의 리더 독일과 영국을 제치고 종합 3위에 올랐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6, 7위에 머물렀으며 1, 2위는 호주와 스웨덴이 각각 차지했습니다.
대한민국은 평가 대상국들 가운데 정보기술 항목에서 1위에 올랐으며, 안전과 교육 항목에서는 4위, 경제적 기회는 8위, 건강은 9위, 시민 참여 항목에서는 1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청소년들의 웰빙지수와는 달리, 대한민국의 성인들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평균 34명이라는 자살율은 OECD 국가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는 헝가리보다 14명이 많으며, 미국보다는 2배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삶의 질이란 관점에서 대한민국 청소년들과 성인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문제는 자녀들에게 온 가족의 힘과 자원을 집중시키는 한국 특유의 문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평균 가정이 연 가구소득의 약 2% 가량을 자녀들의 교육에 투자하는데 비해, 한국의 평균 가정은 약 12%의 소득을 자녀 교육에 쏟아붓고 있는 사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높은 관심과 투자가 청소년들의 행복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 가운데 60%(OECD 최저)만이 학교 생활이 행복하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자녀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기꺼이 미래로 연기하는 부모 세대와 물심양면으로 최고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자녀 세대가 공존하는 나라. 이것이 바로 높은 웰빙지수 뒤에 가려진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입니다. (Quar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