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의 인터뷰] 인터넷이 세상을 구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러나 질병 퇴치는 도움이 될겁니다.
2013년 11월 7일  |  By:   |  IT, 경영, 경제, 세계  |  3 Comments

빌 게이츠는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신념을 공유하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젊은 억만장자들과는 다릅니다. 얼마전 마크 주커버그는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전세계 5십억 인구에게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페이스북의 계획을 “우리 시대 최고의 과제”라 명명했죠. 그러나 빌 게이츠는 인터넷 보급과 말라리아 백신 보급 중 어느게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콧방귀를 뀌고맙니다. “저야 당연히 IT 를 사랑하죠.” “그러나 인류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해 논하고 있다면, 유아 사망률이나 어린이 영양상태 문제부터 해결하는게 옳습니다.” 인터뷰 후 홍보팀에서 주커버그 관련 발언을 기사화시키지 말아달라고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괜한 분쟁을 일으켜서 좋을게 없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게이츠는 지금의 신세대 테크 리더들과는 달리 인터넷이 굉장한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환상이 없습니다. “혁신은 훌륭합니다. 인류의 삶은 덕분에 계속 발전해왔어요.” “그러나 우리가 살아서 볼수 있는 직접적인 변화는 아닐겁니다.” “인도 방갈로에 인포시스 센터가 생기고 전세계 사업이 돌아가다니 훌륭하죠. 그러나 불과 몇키로 옆에 화장실도, 흐르는 깨끗한 물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 말은, 인터넷이 인간의 5대 기본욕구에도 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그의 재산을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바쳤습니다. 사회적 위치에 걸맞는 기부를 하는 정도의 다른 억만장자와 달리 그에게 굶어죽어가는 어린이를 구하는 건 그의 시간, 돈, 남은 삶을 헌신할 과제입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1997년 세워진 이래 전세계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해 매년 40억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예산의 절반 수준이죠. 게다가 세계 최고의 IT기업을 일궈낸 게이츠는 돈과 열정보다 더 중요한 기업형 접근 방식을 들고 왔습니다.

게이츠 재단이 첫번째 목표로 삼은 소아마비 퇴치를 예로 들어보죠. 게이츠 재단은 크고 중요한 문제를 우선과제로 삼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퇴치’는 굉장한 단어에요. 0은 마법같은 숫자죠. 이제 완전히 이 문제를 잊어버려도 된다는 겁니다.” 게이츠 재단은 상처에 붙이는 밴드처럼 이것저것 일회성 치료를 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수 있는 문제 하나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제 소아마비 근절에 중요한 건 금전적 지원이나 뛰어난 과학자의 신약개발이 아닙니다. 백신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지역에 배급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이죠. 백신은 섭씨 2도-8도 에서 운반되어야 그 효과를 유지하는데 냉장차를 가지고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시골까지 이 백신을 무사히 배달하는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가다가 탈레반에게 공격을 받기까지 하지요. 이런 문제는 “low-tech”으로, 기업의 복잡하고 지루한 유통채널 관리 문제에 가깝습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최종목적지까지 도달해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 투자할 가치가 없습니다. 게이츠 재단은 기업을 운영하듯 복잡한 유통 문제를 해결합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전세계 어디나 보급되는 코카콜라와 파트너쉽을 맺고 그 트럭을 이용해 백신을 배달하기도 했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데이타 수집과 분석에 대한 강조입니다. 백신을 놓는 예방주사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 유아사망률을 얼마나 낮추는지 분석하면 투자비용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투자 수익을 분석 확인 후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너무나 당연하겠죠. 그러나 정부기관, NGO, 자선기관에게는 낯선 접근입니다. 게이츠는 자수성가한 창업자답게 정부기관의 비효율적인 활동도 못견뎌합니다. “정부의 활동을 가까이서 볼 수록 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비용을 써대는 걸 보고 경악해요. 복잡한 의료복지 시스템을 이 정부가 정말 제대로 세울 수 있는지 믿음이 안간다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건자선활동을 위해서는 정치인들과 일하는게 필수적이라는 걸 이해하고 외교적인 자세를 익혔습니다. 인도의 끔찍하게 비효율적인 정부기관을 설득해 예방주사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기도 했죠.

게이츠와 같이 일했던 사람은 모두 그가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 말하곤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보고서 한장한장 디테일을 다 파고 들어가면서 네시간 미팅을 하곤 했어요. 11시간동안 쉬지않고 신기술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것도 봤다니깐요.” 58세 빌 게이츠의 집중력과 지적 호기심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대신 이제는 미팅 후에 아내 멜린다에게 확인해요. 너무 심하게 말했는지, 그게 의욕을 꺾었을지 아님 자극을 줄 정도였는지. 모든건 정도의 문제이니까요.”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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