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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흡연 이상으로 해로운 소셜미디어? “지금은 비상상황”… 여기에 공감하나요?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6월 25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흡연자든 흡연자가 아니든 담뱃갑에 흉측한 사진과 함께 충격적인 경고 문구가 등장했던 때를 기억할 겁니다. 2015년 통과된 새로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이 삽입된 것은 2016년 말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간략한 문구를 제외하면 담배의 해악을 소비자에게 경고하는 내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법 개정을 계기로 흡연 때문에 병들고 망가진 신체 부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소 혐오스러운 이미지들이 담뱃갑 전면에 담기게 됐습니다.

도입 당시에도 흡연자의 인격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거나 담배 재배 농가나 제조 및 판매업자의 재산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이길 수는 없었죠.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고,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청소년의 흡연 시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정책과 경험을 통해 입증된 뒤였습니다. 실제로 경고 그림 도입 이후 흡연율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16년 40% 이상이었던 남성 흡연율은 2022년 기준 30%까지 낮아졌습니다. (물론 담배 가격이 오른 것도 흡연율에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같은 논리가 소셜미디어라는 상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호환, 마마, 전쟁에 이어 1980, 90년대에는 불법 비디오가 청소년들에게 큰 재앙(?)으로 여겨졌다면, 요즘 그 자리는 소셜미디어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소셜미디어가 모든 사용자, 특히 청소년들에게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어느 정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직관적으로 와닿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소셜미디어를 더욱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것이 담배에 경고 그림을 붙이고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하는 것,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안전띠와 유아용 카시트를 의무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작년, 이른바 ‘소셜미디어 셧다운’ 법안에 서명한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를 언급하며 “암이나 교통사고 발생률에서 이런 증가세가 있었다면 다들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특정 연령이 되기 전까지 음주, 흡연, 운전을 못 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 사용도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 번역: “소셜미디어에 경고 문구 붙이자” 미국 의무총감까지 나서서 주장하는 이유

미국 연방정부에서 국민건강 문제를 총괄하는 ‘국민의 의사’ 비벡 머시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경고 문구를 넣자는 주장을 널리 펴는 배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머시는 6월 17일 자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청소년층의 정신건강 위기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그 주범으로 소셜미디어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주기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상기시키는 경고 문구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의회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죠.

물론 경고 문구 하나로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는 없음을 상기하듯, 칼럼은 그외 구체적인 대책과 각계각층에서 필요한 노력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무분별한 소셜미디어 사용 문제가 청소년 본인의 의지나 부모 개개인의 통제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머시 의무총감은 강조합니다.

 

인과관계 입증 책임은 소셜미디어 기업의 몫이어야

미국 의회가 실제로 소셜미디어의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 삽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상징적인 의미도 클 것입니다. 경고 문구는 단순히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건강 역시 신체건강이나 기타 안전 문제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며, 이 문제에 국가 차원의 노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셈입니다. 끔찍한 이미지로 담배를 만들어 파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우선순위로 두고 세금으로 금연 클리닉을 지원하듯이 말이죠.

사실 소셜미디어와 담배를 나란히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담배가 폐 건강에 미치는 영향만큼 명명백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사회 현상의 원인을 하나로 추려내기는 어려운 일이며,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소셜미디어 기업도 소셜미디어와 이용자의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는 입증된 적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합니다. 머시 의무총감은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칼럼 도입부에서 지금은 비상상황이며, 비상상황에서는 정보가 다 모이길 기다릴 수 없으니, 주어진 정보만으로 최선의 판단력을 발휘해 재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이용자의 정신건강에 끼치는 폐해는 인과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고 되풀이하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주장을 반대로 뒤집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급증한 집단에서 자살률이 급증하는 등 재앙에 가까운 정신건강 위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과연 여기에 소셜미디어가 끼친 영향이 조금도 없는지 이를 기업들에 입증해 보라고 하면, 그 또한 쉽지 않은 과제일 겁니다.

결국, 어느 쪽도 결정적인 증거를 댈 수 없어서 지금의 현상이 유지되는 건 기업들에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제대로 된 규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에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막대한 이윤의 기반이 되는 이용자 데이터를 모으고 그들의 관심과 시간을 계속 독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귀한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토대로 보면 소셜미디어 기업을 강력히 규제하는 걸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머시 의무총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된 담뱃갑 경고 그림이 2024년 현재 전 세계 134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곧 비슷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오게 될 것입니다. 일찍부터 인터넷 강국이던 우리나라는 청소년 셋 중 하나가 휴대폰 과다 의존으로 분류되는 만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절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눈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소셜미디어 앱을 켜는 사람들, 피드를 무한 새로고침하기 전에 경고창 하나를 클릭해서 닫아야 한다면 아침 루틴이 조금 달라질까요? 경고 문구가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잔소리 이상의 권위를 가지려면 어떤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할까요? 미국 의무총감의 칼럼을 읽으며 나의 정신건강과 소셜미디어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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