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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불매운동)은 방글라데시 빈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공장 붕괴사고의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보기) 유럽연합(EU)이 방글라데시에 무역 제재를 선언하고 소비자의 저가 의류브랜드 불매운동이 일자 이런 결정이 방글라데시에 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FT의 문답형 사설을 소개합니다.

“정말 끔찍한 사건이죠. 그렇지만 방글라데시와 관련된 다른 숫자들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신생아가 5살이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은 1,000명당 46명으로, 5명인 영국보다 41명이 많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경제상황이 이 41명을 사망으로 몰고 가는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12만 3천명이죠. (이번에 붕괴된) 라나 플라자가 매일 하나씩 무너지는 셈입니다.”

– 그럼 이 노동력 착취의 현장조차도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결국 경제발전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EU가 무역제재를 하면 방글라데시 인건비가 상승하고 경제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방글라데시는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제가 언급한 5살 이하 유아 사망률은 지금의 4.6%도 열악하지만 20년 전에는 무려 12%였습니다. 이렇게 빨리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는 나라도 드뭅니다. EU를 비롯한 국제 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이 방글라데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다행이지만, 요구가 지나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옷을 만들어온 서구 브랜드들이 잘못한 건 맞는 것 같은데요.

“우리 선진국 사람들의 생활에 익숙한 물건과 인류의 고통을 연결시킬 수 있을 때만 유난스럽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요? 애플의 중국 공장인 폭스콘에서 2010년 10명의 노동자가 자살했습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이 공장은 40만 명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었고, 자살률은 중국 평균의 1/6에 불과했습니다. 유난 떨 이유가 없었다는 거죠.”

– 선진국 사람들이 이 비극을 극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에 끌어들였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국적기업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건 아니자나요.

“어떻게 하길 바라세요? 나이키의 예를 들어보죠. 나이키는 아프리카의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지속적인 비판을 들어왔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괜찮은 공장을 찾아도, 다시 몰래 라나플라자 같은 곳의 의류 공장에 하도급을 주기 십상입니다.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은 기업은 최대한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려 할 것이고, 대기업은 그냥 위험국을 떠나버릴 겁니다.”

– 그러나 이런 다국적기업의 움직임이나 정부차원의 제재가 현지 정부의 노동법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럼 다행이죠. 세계은행 같은 원조단체가 방글라데시 정부가 스스로 관리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게 도와주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흔히 “Capacity Building”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거죠. 아,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는 노동 운동이 탄압받는데, 제대로 된 노조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의외네요. 대처주의자인 줄 알았습니다만?

“노조가 혼란과 장기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있죠. 2013년의 방글라데시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서구 의류브랜드들이 어떻게 하던간에 결국 노동환경은 공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때 개선될 겁니다.”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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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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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conn은 대만회사로서 중국 각처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공장에서 애플에 조립품을 납품합니다. foxconn은 중국에서 모두 15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 "10 workers at a Foxconn electronics factory in China killed themselves – a shocking fact that tarnished Foxconn’s most famous customer, Apple, and caused millions of iPhone owners to feel faintly guilty. But the factory employed an astonishing 400,000 people; so the reported suicide rate, rather than being shockingly high, was implausibly low, a sixth of the Chinese average." 라는 부분을 직역한 것인데, 40만은 애플 납품공장만 카운트 한게 아닐까요? 150만이라니, 정말 굉장한 규모네요.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삼성 전체 임직원이 2012년 기준 21만명이네요.

      • 애플이 대만 폭스콘의 주요 커스터머이긴 합니다. 그러나 중국 폭스콘 공장들에서는 스마트폰 부품이나 게임 프로그램말고도 다른 전자제품도 생산합니다. 같은 공장이라고 해도 애플, 노키아, 소니, 델, HP 등의 조립라인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애플 납품 공장만 카운트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앞에 언급한 기업들은 모두 폭스콘 중국 공장의 노동 조건을 조사한 바 있습니다.
        2010년 폭스콘 중국 공장 노동자의 투신 자살 사건은 모두 14건이었고 a Foxconn electronics factory가 아닌 심천 지역의 폭스콘 여러 공장과 훈련원, 호텔 등에서 일어났습니다.
        2011년부터 심천에서는 조금 줄어든 대신에 사천 성도나 하남 정주, 하북 랑방 등지에 있는 폭스콘 공장 노동자가 투신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4월 24일과 27일에는 하남 정주에서 각각 한 명이 투신했습니다.
        중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뉴스가 나올 때마다 힘이 듭니다.

        •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뉴스가 나올 때마다 힘이 든다는 언급이 짠하네요.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70년대 한국의 의류산업을 떠올리게 하는데, 위의 글이 박정희 정권의 업적의 치하하는 쪽의 주장과 닮아있어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에는 진보쪽 언론을 통해 방글라데시 노동 현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만 소개되는 것 같아 반대진영의 글을 소개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설에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유난을 떤다" "대기업 혼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소비자의 보이콧은 그래봤자 바꿀수 있는게 없다" 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폭스콘은 심각한 문제였고, 전세계 소비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준 덕분에 중국 노동권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설 마지막에 EU의 무역 제재가 현지정보의 노동법을 바꾸지 못할 거라고 저자는 회의적이었는데 전세계가 경악하자 방글라데시 정부가 세계노동조합(ILO)의 노동법개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으니, 저자는 이미 틀렸습니다. ^^
          시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쓴 글이니. 다음번에 방글라데시 경제 상황을 업데이트 할때는 좀더 노동권 보장을 주장하는 글을 찾아볼게요.

      • 자살률까지 들먹이다니 한심한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문을 보니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자이군요.

      • 원글은 재수없고 짜증나기는 하는데 수치도 맞고, 이러다가 방글라데시 공장들이 다 주변국으로 가버리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을 정확하게(빈정거리며) 집어내서 이런글은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 라는 의미였는데, 답글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되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기사를 고를때 동의하지 않아도 분명한 논점이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을 고르고 있었는데, 짧은 요약글에 독자에게 지나치게 요구했나 싶기도 하네요. 제가 동의하고 감탄하는 멋진 글만 소개하는게 나으려나요, 고민입니다.

      • -뉴스페퍼민트의 기사 선정 기준을 존중합니다.
        -중국 관련 수치가 잘 맞지 않는 것은 글로벌 현상인 거 같습니다.^^ 지금 더 찾아보니, 심천 지역 폭스콘 공장에만 60만 명쯤 있고,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30만 명쯤 되는데 시기 별, 계절 별로 몇만 명쯤 줄었다가 늘었다가 한다고 합니다.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죽어가는 노동자에게 자살률 언급하는 것이 넌센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중국에서 변형조류독감이 돌고 있는데, 사망자 수가 보통 독감으로 죽는 숫자보다 적다며 별 일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변형조류독감은 바이러스 변형 원인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무섭다고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질을 호도하는 언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중국이나 방글라데시에 진출하는 것이 꼭 이런 나라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더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진 나라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지 않겠습니까.
        -쓰다 보면 자꾸 길어집니다.^^

      • - 저희도 어떤 기사를 소개하는게 좋을까 늘 고민입니다. 좋거나 별로였던^^ 글에 대한 피드백은 늘 환영입니다.
        - 제가 수치가 맞다고 한 것은 첫 두문단에 관한 언급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가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어온건 사실이고, 라나플라자 무너지는 걸 감수하고라도 경제를 발전시켜 아동사망률 0.1%줄이는 게 국가 전체로 볼때 더 이익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조업기반 산업화과정이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단계"인가? 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에 찰리 재플린이 있었고, 70년대 한국에는 전태일이 있었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서 국가에 인프라가 생기고, 일자리와 월급이 생기고, 서비스업등 다른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중국도 폭스콘 등 노동권 탄압의 상징 같았지만 어느덧 많이 개선되어 방글라데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장의 논리' 에 의해 근로자들이 어느정도 살만해지면 스스로 좋은 근로조건을 만들어나갈 거란 거죠. 방글라데시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임금수준이 높아지고, 다국적기업이 떠나도 다른 산업이 생기면 다행인데, 외부에서 어설픈 인권보호를 하려다 경제발전의 모멘텀이 무너져버릴까 저는 걱정됩니다. 공장이 방글라데시를 떠날 정도로는 푸시하지 말고, 개도국 노동환경 개선 정도에 멈춰야한다는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시각에 일견 동의합니다. (뒤에 소비자나 다국적기업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분 말고)
        - 그러나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보면 너무 참담하죠. 폭스콘도 그렇고요. 이번에 개정되는 노동법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는 선에서 최악의 인권사각지대는 보호하는 균형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망자수가 700명을 넘어갔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 저도 글이 자꾸 길어집니다. ^^;

  • 실제 이곳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요즘 방국 분위기를 밖에서는 어찌보는지 살펴보기위해 웹서핑을 하던중 기존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글이 있어 읽어보고 댓글을 쓰게 됩니다

    실제 체감과 큰 틀에서 보는 시각들은 항상 다른 방향으로만 가는것으로 보입니다
    의류 구매자들은 벌써 보이코트가 시작되어 4월 말에서 5 월말에 그리도 구하기 힘들던 오성급 호텔방들이 현재는 너무 쉽게 방을 구할수 있을정도로 벌써 바이어의 이탈현상을 느끼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인권등 여러가지의 잣대로 편안하게 이곳 공원들의 삶을 왜곡 시키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실제 임금을 착취 한다 등으로 쉽게 돈을 가지고 비교하지만
    저희가 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외국인 소유의 공장이니 거의 로컬 공장 대비 20% 의 급여를 더 지불 하더라도) 공원들을 마음대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쉬운 이야기로

  • 1.
    아시겠지만, 이 주제와 관련해 정말 정말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최근 자료를 따라 읽지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더 나은, 최신 자료를 소개받기를 바라며, 제가 읽은 과거 자료 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1-1.
    Paul Krugman, In Praise of Cheap Labor: Bad jobs at bad wages are better than no jobs at all, 1997
    http://web.mit.edu/krugman/www/smokey.html

    1-2.
    10년 후인 2007년 Dani Rodrik 이 자신의 블로그에 1-1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네요.
    http://rodrik.typepad.com/dani_rodriks_weblog/2007/05/paul_krugman.html

    1-3.
    Peter H. Lindert and Jeffrey G. Williamson
    “Would a ban on the use of child labor in globally connected activities send third world children back to school? As Basu (1999) has pointed out, a ban targeted at child labor in manufacturing export sectors would probably send children back to agriculture, where they work the most and attend school the least.”

    http://www.nber.org/chapters/c9590.pdf

    다른 장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papers.nber.org/books/bord03-1

    사족이지만, 위 저자들 중 좀 더 알려진 Lindert 가 인용된 사례도 덧붙입니다.
    http://sovidence.tistory.com/search/lindert
    그럼에도 어떤 이들에게는 위와 같은 주장이 “신자유주의” 프로파간다이겠지만요.

    1-4.
    http://papers.nber.org/books/harr06-1

    2. 자살률의 문제

    2-1.
    제가 맥락을 잘 모르지만, Tim Harford (http://timharford.com/etc/biography/) 가 자살을 먼저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노동인권을 대변(한다고)하는 이들과 언론이 항상 자살을 헤드라인으로 뽑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런 헤드라인에 따른 인상이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오도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2-2.
    폭스콘에서의 자살률을 중국 자살률 평균, 실업자 중 자살률 평균, 다른 노동자들 중 자살률 평균과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폭스콘에서의 노동환경 개선 정도에 비례하여 폭스콘의 고용은 감소합니다. (폭스콘 등이 처우도 개선하고 고용도 늘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혹은 그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제 생각에는, 넌센스입니다.) 이러한 고용 감소에 따라 잠재적으로 폭스콘에 취직할 수 있었던 노동자가 실업자가 될 수도 있고, 자살 위험이 더 높은 다른 산업,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폭스콘에 대한 압박은 폭스콘에서의 자살률을 낮추면서 동시에 노동자(실업자) 전반의 자살률, 자살 노동자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노동인권 운동가들이 원하는 결과일까요? 궁극적인 해결은 중국의 노동환경 전반, 평균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는 폭스콘이나 애플의 몫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Tim Harford 가 말한 대로 노동법 개정, 실질적 노조 활동 보장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굳이 양자택일의 문제로 볼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명백합니다. 노동환경 전반이 개선된다면 폭스콘의 노동 환경도 개선됩니다. 그러나 폭스콘을 압박하면 노동환경 전반이 개선될 지는 훨씬 더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폭스콘 압박은 단기적으로 위와 같은 명백한 비용을 수반합니다.

    2-3.
    노동 환경에 관한 다른 통계적 지표들, 다른 노동 쟁의 수단에 비해 노동자의 자살이 더 주목 받는 환경, 노동자의 자살이 노동 정책 결정에 주요하게 고려되는 환경에서는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 쟁의 수단보다 자살을 선택할 압박, 유인이 더 커집니다. 물론, 다른 노동 쟁의 수단이 없으니, 해도 소용 없으니 죽음으로 저항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것입니다. 옳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죽어가는 노동자”가 있을 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더 자세한 자료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합니다.

    • '김'님, 오랜만에 오셔서 이렇게 알찬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관심있게 읽고 있던 분야였는데, 공유해주신 글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 첫번째 폴크루그만의 글만 읽어보았는데, 무려 MIT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의 글이군요! 혼자 반가워하며 읽었습니다. 제가 MIT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거시경제학 교수님이 폴크루그만 밑에서 공부하던 분으로 (http://web.mit.edu/rigobon/www/Robertos_Web_Page/Research.html) 임금을 국가경쟁력 판단 지수로 사용하는 모델을 가르칩니다. (http://web.mit.edu/rigobon/www/Robertos_Web_Page/15.015_files/BBNN.pdf) 한학기 동안 세뇌당해 제가 여기 동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임금 논란 뿐 아니라 폴 크루그만이 "The main answer, I think, is a sort of fastidiousness. Unlike the starving subsistence farmer, the women and children in the sneaker factory are working at slave wages for our benefit--and this makes us feel unclean." 우리눈에 보이고 와닿는 상품을 생산하니까 더 찔리는 거다, 라는 논리까지 쓰는 건 놀랍네요. 이건 좀 오바한 것 같은데... 오히려 선진국에서 바로 소비하는 상품은 다국적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하에 있으니 소비자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유통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쌀 시장에서 농부의 소득까지 소비자가 보이콧 정도로 바꾸긴 어렵죠.

      - 그런데 97년 사례로 언급되는 필리핀의 열악한 임금수준도 한시간에 30센트~60센트인데, 2013년 방글라데시가 15시간 근무에 1.30 달러라니, 심각하긴 합니다. 라나 플라자 사망자는 900명에 다다르고있고 조금전에 또 다른 공장에서 불이나 8명이 사망했습니다. 아무래도 서구 기업들 우르르 빠져나갈 것 같습니다. 안타까워서 볼 수가 없네요.

      • 1. 바쁘셔서 급하게 읽으신 것 같아요. “선진국에서 바로 소비하는 상품은 다국적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하에 있으니 소비자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그 결과가 소비자의 an aesthetic standard를 만족시킬 뿐 장기적으로 해당 노동자 일반의 삶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논지입니다.
        They have not thought the matter through. And when the hopes of hundreds of millions are at stake, thinking things through is not just good intellectual practice. It is a moral duty.

        2. 댓글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반복하며 약간 보충하겠습니다. “궁극적인 해결은 중국의 노동환경 전반, 평균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는 폭스콘이나 애플의 몫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Tim Harford 가 말한 대로 노동법 개정, 실질적 노조 활동 보장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노동법 개정, 실질적 노조 활동 보장 등을 포함한 노동환경 전반의 개선, 인권 의식의 신장 및 실효성 있는 인권보장의 가장 강력한 기반은 견고한 경제 성장입니다. 예외가 있느냐 없느냐, 선행이냐 후행이냐, 충분조건이냐 아니냐, 단계별 문화별 상관관계의 강약 등을 따질 수 있겠으나 그 합리적 핵심은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충분히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먹는 것도 그 자체로 인권신장입니다.
        저개발국의 노동법을 지금 당장 독일수준으로 바꾼다 해도 노동자 민중, 대중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법을 바꾸고 고용이 줄어든다면, 바뀐 노동법이 무슨 소용인가요. 그러나 나이키 공장의 고용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집니다. 노동법이나 노동환경의 개선이 없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2.1 보이콧(협박)을 비롯한 소비자 운동이 견고한 경제 성장 흐름과 고용을 해치지 않으면서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많은 연구와 혁신이 있기를 바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리라고 낙관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견문이 좁아서 아직까지 튼튼한 트렌드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열악한 현장 사례 외에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슬로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2.2 저는 보이콧도 다른 소비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그들도 최저가 구매자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합니다. 원래 an aesthetic standard 가 소비자 효용에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보이콧(협박)을 비롯한 소비자 운동이 견고한 경제 성장 흐름과 고용을 해친다 하더라도 규제하거나 반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는 깜냥이 안 돼서 크루그먼처럼 도덕적 의무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3. 크루그먼은 위 칼럼에서 “Some combination of factors that we still don't fully understand”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노동환경 전반을 개선하고, 견고한 경제 성장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노동환경을 개선하되 고용을 감소시키는 노동법 개정의 위험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으로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노동법 개정안을 구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확실합니다.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력하게 기대되는 정책이 있다고 합시다. 법안의 조항이 동일해도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도입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어제 댓글에서, Tim Harford/ 뉴스 페퍼민트와 달리, “돕는다”는 표현을 일부러 뺐습니다. 노동환경 전반과 같은 크고 오래된 문제들일수록 외부의 개입, 조언, 압력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런 크고 오래된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 모두가 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놈 저 놈 다 까면서, 언론 기사만 일별한 자신의 소비 선택이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다면 좋게 보기 어렵겠죠.

        4. 1997년 필리핀의 실질 임금과 현재 방글라데시의 실질 임금을 비교하려면 달러 표시 임금만 비교하면 안 되고, 환율, 물가 등을 감안하여 구매력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달러 표시 숫자로 나타나는 것처럼 차이가 클 것 같지는 않고 비슷하거나 후자가 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후자가 더 나쁘다면 1인당 부존자원 같은 변수의 영향이 클 것 같습니다.

        5. 어제 댓글을 쓸 때는 크루그먼의 글을 다시 읽지 않고 링크만 걸었습니다. 오늘 읽어 보니 원조 얘기도 있었네요. 별개의 논의이지만 덧붙입니다.
        A: “일반적으로, 노동환경의 현저한 개선은 단위당 (생산성 대비) 고용 비용을 상승시키고, 단위당 고용 비용의 상승은 고용을 감소시키고, 고용 감소는 실업률이 높은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삶에 치명적이다”
        B: “일반적으로, 해외 원조는 장기 개발을 위한 자원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의존(종속)을 고착화한다. 따라서 장기적 경제 성장에 해롭다”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B가 훨씬 더 의심스러운 주장입니다. 그러나 해외 원조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B는 크루그먼의 한 문장을 거칠게 표현해 본 것입니다.)

        유명한 적극원조파의 비교적 최근 글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aid-works

        유명한 회의파/신중파/미시접근파
        http://williameasterly.org/media/
        http://en.wikipedia.org/wiki/William_Easterly

      •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주동안 바빠 시간을 두고 차근히 답변을 읽어봐야지 하다 늦었습니다.

        1. 네, 폴크루그만의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이해하나, 저 개인적으로 소비자의 보이콧을 유해한 활동으로 치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소비자가 애플의 아이폰이나 저가의류에 보이콧에 참여하는 것은 이 활동이 개도국 노동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지, 단순한 aesthetic standard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이번 방글라데시 건의 경우 상당히 많은 공장들이 방글라데시를 떠났지만, 남은 기업은 노동법과 노조 활동 보장 등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야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임금가가 자연히 올라가겠지만,(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단기적으로는 노조가 없다면 임금 조정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기 어렵습니다.(Sticky wages) 실제 방글라데시의 경제 균형점이 현재의 임금수준이다, 라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 대비해도 절반 수준입니다. 화재시 비상구 확보 등 기본권을 보장해 임금이 130% 자연스럽게 올랐어도 여전히 주변국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 공장들이 떠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소비자가 생각없이 Aesthetic Standard 때문에 눈에 보이는 전자제품이나 옷에만 적용하는 것 아니냐, 라고 비난하는 건 불공평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농산물 산업이야 말로, 복잡한 시스템이라 소비자의 보이콧이 왜곡된 결과로 나타나기 쉬운데 서구 대기업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소비자 상품의 경우, 소비자의 보이콧 영향이 기본적으로 훨씬 straigt forward하다는 거죠.

        2. 저도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빠른 경제성장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처참한 죽음을 안고 갈 만큼 필요한 것이냐, 에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두건 사고로 치부하기에 의류공장에서 일어나는 화재사고는 워낙 비일비재해 지난해 파키스탄 262명이 사망했고 심지어 방글라데시 사건이 터진후 벌써 캄보디아에서 비슷한 사고로 또 수명이 사망했습니다. 현재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경제성장 모델은 '모델' 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의 사람의 이야기여야하는데, 현재 고통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들이 죽고나면 이들 아래세대가 잘 살겠지 라는 건 좀 잔인한 듯 싶습니다. 5살~14살 아이들이 학교를 못가고 공장에 가고 (http://en.wikipedia.org/wiki/Child_labour_in_Bangladesh) 노동운동가가 살해당하는 (http://www.nytimes.com/2012/04/10/world/asia/bangladeshi-labor-organizer-is-found-killed.html?_r=0) 현실은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해 절대 빈곤층의 수는 줄어도 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교육을 못받은 여공이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렵죠. 몇몇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특수한 케이스가 크게 부각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이 조금 느려져도 기본권(이 어디냐에는 다시 논란 이 있겠지만) 은 지켜야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으니 보이콧이 일어나는 것이고 (이렇게 눈에 띄는 화재사건이 일어나니까)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 더디게 성장해도 될 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3.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의 성급한 개입이 더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원조 건도 제프리 삭스보다는 폴 크루그만에 동의하고요. 제가 뉴스페퍼민트에도 종종 기존 원조 시스템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데, 좋은 글 보면 몇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4. 좋은 답변과 많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 -중국 노동법이 노동자 권리를 완전하게 보장해줄 리가 없겠지만... 폭스콘은 현행법의 틈새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직접 위반한 경우도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문으로 된 것 중에는
    http://www.fairlabor.org/report/foxconn-investigation-report
    이 있습니다. 애플이 의뢰해서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도 있구요.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02303404704577311943943416560.html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를 모집할 때에 인파가 구름같이 몰려듭니다. 직업 군인 출신 오너가 군대식으로 공장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임금이 낮은 것까지 알면서도 잔업을 많이 하면 수입을 늘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집에 응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bamboo capitalism을 외치며 '중국에만 적용되는' 문제에 '중국식'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전하고 있구요, 중국 학자나 지식인들이 용기 있게 행동(연구, 실천)하기에는 '자본주의'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에 선전을 기대하기 어렵구요... 문제가 적지 않은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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