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부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자선과 기부의 불편한 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어디에 얼마만큼의 돈을 기부할지를 결정할 때, 우리는 일종의 도덕적 판단을 하게 됩니다. 나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곳이 어디인지, 기부의 결과로서 어떤 것이 가장 가치있는지에 대한 판단이죠.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개인적인 이유로 기부처를 정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는 뜻에서 양로원에 기부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통해 우리는 수학적인 계산을 하게 됩니다. 어린이의 삶이 어른의 삶에 비해 얼마나 더 가치있는지,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과 다른 이의 소득을 증진시키는 것 간의 차이는 얼마인지 등의 계산이죠.
1000만원을 기부할 생각이고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극빈층을 위한 저비용 고효율 직업 훈련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1000만원을 기부하면 100명의 성인이 극심한 빈곤을 곧장 면할 수 있는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B는 수술이 필요한 극빈층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단체입니다. 1000만원을 기부하면 어린이 환자 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죠. 100명의 성인을 가난으로부터 구하는 것과, 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 것, ef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요?
만약 A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합시다. 1000만원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100명에서 50명이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까요? 만일 달라진다면 성인 51명의 자활은 어린이 1명의 생명보다 가치 있지만, 50명 이하면 가치가 덜 하다고 판단한 셈이 됩니다. 기부 행위에 담긴 계산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브웰(GiveWell)’이라는 이름의 비영리기구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기브웰은 해마다 ‘가성비’가 높은 기부처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기브웰의 제안에 따라 사람들이 기부한 액수가 1억 6000달러에 달했죠. 기브웰은 다양한 연구 결과와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만일 당신의 목표가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면 가장 비용효율이 좋은 방법은 말라리아 모기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모기장을 빈국에 뿌리는 것입니다. 만약 가족 단위의 빈곤을 해소하는 것이 당신의 우선순위라면, 기브웰은 현금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안과 같은 돈으로 소를 한 마리 사서 보내는 안이 각각 구체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하여 제공합니다.
문제는 기브웰이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들을 비교하려고 할 때 생겨납니다. 현금 지원과 모기장 배포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요? 이럴 때는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요?
“피하고 싶은 질문이지만 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기브웰의 선임 연구 매니저인 조시 로젠버그의 말입니다. 이번주, 기브웰은 ‘생명 구하기 대 빈곤 탈출’의 대결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을 담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의 특징은 지금까지 우리가 잘 듣지 않았던 목소리를 기반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기부를 받는 사람들의 의견이죠. 담당자였던 로젠버그마저도 결과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브웰이 이 연구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정부나 대규모 자선단체에서 사용하는 가치 비교 모델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계산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각각의 방법에 단점이 있었죠.
일례로 미국 정부 역시 일상적으로 생명을 구할 것인가, 소득을 증진할 것인가의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100억 달러의 예산이 들지만 만 명을 살릴 수 있는 환경 규제의 시행 여부 같은 문제들이죠. 이때 미국 정부는 한 사람의 생명이 900만 달러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치는 계산법을 활용합니다. 미국 정부는 “현시 선호(revealed preference)”에 대한 연구에 기반해 이와 같은 수치를 도입했습니다. 로젠버그는 현시 선호가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생명과 수입에 어떤 가치를 매기는지를 추측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소방수 같이 위험한 자리가 다른 비슷한 일자리에 비해 얼마나 돈을 더 주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로젠버그는 이런 방식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일례로 사람들은 소방수라는 직업을 택할 때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반대로 유럽에서는 정부가 사람들의 선호를 직접 밝히도록 하는 연구에 기반해 결정을 내립니다. “당신이 죽을 가능성을 0.5% 낮출 수 있는 의료 시술에 얼마를 낼 용의가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활용하는 연구들이죠. 하지만 이런 연구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받고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는 답을 내놓기가 어려울 수 있는 것이죠. 두 가지 방법, 즉 현시 선호를 살펴보는 연구와 자신의 선호를 직접 밝히도록 하는 연구의 공통된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런 연구들이 거의 부유한 국가에서만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죠.
이처럼 빈국의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소득 증진에 조금 더 가치를 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상황이 절박한만큼 조금의 돈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둘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죠.
기브웰은 비영리 연구 집단 아이디인사이트(IDinsight)와 함께 케냐와 가나의 극빈층 2000명을 대상으로 구호금 배분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이들을 기부자의 입장에 둔 것이죠. 그 결과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며 소득을 높이는 프로그램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이의 생명과 성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비교하는 질문에 대한 결과는 기브웰의 담당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안전망이 거의 없는 극빈층에게는 가장을 잃는 것의 타격이 클테니 성인의 목숨을 좀 더 중시하지 않겠느냐는 예측과 달리, 이들은 5세 이상보다 5세 이하의 죽음을 방지하는 것이 두 배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로젠버그는 이번 연구가 매우 기초적인 단계이며, 앞으로 추가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기브웰은 이미 기존에 사용하던 공식을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성인의 생명에 조금 더 가치를 두던 계산법은 아이와 성인의 생명을 동등하게 두는 공식으로 대체되었죠.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 가지 공식이 만능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기브웰도 잠재적 기부자들이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맞춤형 기부처 리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다만 우리가 기부를 할 때는 늘 이와 같은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인식하고, 어떤 계산법을 사용하든 그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겠죠.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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