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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일반 노동자들의 연봉 비율 공개가 미칠 파장

많은 회사들이 감추고픈 비밀 가운데 하나가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의 연봉 내역입니다. 연봉 내역에는 절대적인 액수가 있을 것이고, 회사의 일반 노동자, 보통 사원들에 비해 얼마나 많이 받는지를 따지는 상대적인 비율이 있겠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에 해당)가 12일 CEO와 일반 노동자들 사이의 연봉 비율을 공개하라는 규정을 발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미국 기업들에게 전혀 새로운 규제이자 난관일 수 있습니다.

지난 33년 동안 일반 노동자들의 급여는 조금씩 올랐습니다. 반면, CEO와 경영진의 급여는 말그대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50년 전에 CEO와 평사원의 연봉 차이가 보통 20배 정도였다면, 오늘날 연봉은 대개 30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면, 이제 노동자와 주주들은 회사의 CEO가 돈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를 피부에 와닿는 수준에서 알 수 있게 됩니다. 걷잡을 수 없이 올라버린 CEO의 연봉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내리려는 기업이나 주주들에게는 효과적인 규제가 될 것이고,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공정한 보상을 받고 일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주고픈 소비자들에게 준거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봉 비율 공개 기준은 최고경영자의 연봉과 중위(median) 급여를 받는 노동자의 연봉의 비율입니다. 노동자들은 회사 내에서 자신이 받는 급여가 어느 정도인지, 동종 업계에 있는 다른 회사의 연봉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회사들은 이미 CEO의 연봉이 얼마인지 절대적인 액수는 비교적 상세히 공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여전히 CEO들이 엄청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잇따른 설문 조사를 보면 CEO들이 비숙련 노동자들에 비해 연봉을 대략 30배 정도 더 많이 받을 거라는 답이 나오곤 하는데, 실제 이 수치는 30배가 아니라 300배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노튼(Michael Norton) 교수는 사람들이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고치려 하지도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연봉 비율 공개에 반대하는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우선 이 비율을 계산해내는 데 들지 모를 적잖은 비용입니다. 소득 불평등이 중요한 문제인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규제를 만들어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전국 제조업 협회는 증권거래위원회에 “500여 가지 급여 지급 방식을 적용받는 노동자 13만 명의 급여를 계산하려면 총 2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는 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급여 비율을 계산하는 데 한 회사가 19,000 달러(약 2천만 원) 이상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연봉 비율 공개는 2010년 통과된 금융개혁법 “도드 프랭크(Dodd-Frank)” 법안의 세부 조항으로 포함됐습니다. 특히 금융위기 때 혈세를 들여 구제 금융을 받은 기업들의 CEO가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에 퇴직금까지 두둑히 챙겨나가는 모습에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추가됐습니다. 법안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증권거래위원회에는 꾸준히 연봉 비율 공개가 꼭 포함돼야 한다는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이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지난달 의견을 보탰습니다.

“이 일을 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노동자들은 자기가 일하는 회사가 혹 지나치게 많은 돈을 경영진에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는 주주들도, 그리고 대중들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중소기업과 미국 밖에 본사를 둔 기업을 제외한 3,800여 개 대기업이 먼저 연봉 비율을 공개해야 합니다. 법안이 발효된지 1년 이내에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는 공개 정보에 이 항목을 추가해 넣어야 합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직원들의 급여를 일일이 계산하는 데서 올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합리적으로 표본을 추출한 뒤 중위 급여를 계산해 CEO와 비교해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규제는 처음 생겼지만, 이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1977년,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최고위 경영진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보상 체계는 팀워크를 해치고 상호 신뢰를 떨어뜨려 회사의 잠재력을 갉아먹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그가 제안한 마지노선은 CEO의 급여가 일반 노동자의 20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미국 금융 당국은 (절대적인 액수로써) CEO의 연봉과 비금전적 혜택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개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즉, 돈을 더 주는 회사로 CEO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CEO의 급여가 계속해서 오르게 된 겁니다. 평사원, 일반 노동자들보다 훨씬 돈을 더 많이 받을 때 쏟아질 거라 예상됐던 비난은 별로 크지 않았고, 일부 CEO들은 몸값 올리기에 치중했습니다.

홀푸즈(Whole Foods Market), 노블 에너지(Noble Energy) 등 몇몇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연봉 비율을 공개해 왔습니다. 사우스다코다 주 시우 폴스(Sioux Falls)에 본사를 둔 노스웨스턴 에너지(NorthWestern Energy) 사도 지난 2010년부터 CEO와 일반 노동자의 연봉 비율을 공개해 왔는데, 현재 이 비율은 24:1입니다. 세 개 주에 걸쳐 1,6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인지라 비율을 산출해내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매우 적습니다.

“담당 직원 한 명이 4시간 정도 걸려서 하면 계산이 끝납니다.”

연봉 비율은 지리, 시장 상황, 기업 지배구조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 숫자인데, 이 숫자가 마치 기업의 윤리 지표처럼 떠받들여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 숫자 하나가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경우 이를 적절히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노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가상의 두 가지 마트 가운데 한 군데를 골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나는 월마트처럼 CEO와 일반 노동자들의 연봉 차이가 1,000배 정도 나는 마트였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연봉 차이가 덜한 곳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마트를 선호했을 뿐 아니라 그 곳에서 물건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1/3은 똑같은 제품을 더 평등한 마트에서 조금 더 비싼 값에 팔더라도 거기서 물건을 사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네일러(Bartlett Naylor)는 말합니다.

“터무니 없이 많은 돈을 챙겨가는 CEO, 경영진은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는 걸 넘어서 공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다른 실적이 안 좋을 때 주주들에게 면목 없어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죠. 수익은 정체돼 있는데, 경영진에게 가는 보상은 계속 치솟는다? 이것처럼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 또 없을 겁니다. 자본주의가 그런 거죠.”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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