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스무 명 남짓의 피라한 사람들이 에버렛의 집 밖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실험의 피험자로 참여한 후 담배, 옷, 시리얼, 마체테 등을 받을 것이었다. “잘 들어요,” 에버렛이 말했다. “이게 이 사람들이 찾아온 유일한 이유에요. 우리가 하는 작업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수렵–채집민들이고, 우린 그들에게 그냥 딸 만한 열매가 열린 과일나무 같은 겁니다.”
피치는 노트북을 들고 에버렛을 따라 무더운 열기 속으로 나갔다. 피라한 족이 뒤따르는 가운데 두 남자는 좁은 길을 따라 키작은 관목들을 헤치며 정글 가장자리에 있는, 바닥으로부터 4피트 높이의 시렁 위에 세워진 작은 오두막인 에버렛의 ‘사무실’로 향했다. 피치는 책상에 컴퓨터를 놓고, 여행을 떠나오기 전 몇 주에 걸쳐 작성했던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피치의 실험은 소위 촘스키 위계라 불리는 체계, 즉 문법의 종류를 분류하여 복잡도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하는 체계에 기반하고 있었다. 피라한 족이 가장 단순한 형태의 문법들 중 하나를 학습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피치는 무의미한 단음절(가령, 미 혹은 도 혹은 가)을 발음하는 남성의 목소리와, 그에 뒤따르는 또다른 단음절(리 혹은 타 혹은 지)을 발음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음절들이 문법적으로 정확한 구조인지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짰다. 문법적으로 ‘맞는‘ 구조라면 컴퓨터 화면의 아래쪽에 움직이는 원숭이 대가리가 나타나 화면 위쪽의 한 모서리로 사라질 것이고, ‘틀린‘ 구조(즉, 남자 목소리의 단음절 다음에 다른 남자의 단음절이 이어지거나, 여자의 단음절이 한 개 이상 이어지는 구조)의 경우 반대쪽 모서리로 사라질 것이었다.
피치는 노트북 뒤편에 작은 디지털 무비 카메라를 설치해 피라한 족의 눈 움직임을 쫓았다. 원숭이 대가리가 화면 위쪽의 어느 모서리로든 사라지기 직전 짧은 몇 초 동안, 피치는 피험자가 화면에 던지는 무의식적 시선을 통해 문법구조를 학습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 실험은 대학생들과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자극을 사용하여 실시되었으며, 모두가 성공했다. 피치는 피라한 족 역시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 오면서 피라한 족이 하버드 학부생들과 꼭 같은 행동을 보여주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하는 꼭 그대로를 할 테고 이 실험의 기본적인 패턴도 파악하겠죠. 피라한 족은 사람입니다. 사람이라면 이걸 할 수 있어요.”
피치는 첫번째 피험자를 불렀다.
에버렛은 밖으로 나가서 티눈이 잔뜩 박힌 맨발에 바가지 모양의 머리를 한, 작은 키의 근육질의 남자에게 뭔가 얘기했다. 남자는 오두막으로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곧 프로그램이 꺼졌다. 피치는 다시 컴퓨터를 켰다. 프로그램이 꺼졌다.
“습기 때문이에요,” 에버렛이 말했다.
겨우 컴퓨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이번엔 비디오 카메라가 멈춰버렸다.
“망할 촘스키 이론 같으니,” 에버렛이 말했다. “실험 하나 못 돌리고 말이지.”
마침내 피치는 모든 장비를 무사히 돌아가게 만들었고 실험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라한 남자가 단순히 떠다니는 원숭이 대가리를 볼 뿐 목소리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자극이 나오기 전에 시선을 미리 주지 않는 것 같은데요.” 피치가 말했다. “원숭이가 어느 쪽으로 갈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라고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아요.” 에버렛이 말했다. 게다가, 피라한 족에겐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방향을 가리킬 때 그들은 대신 절대적인 용어, 즉 ‘강위쪽’이나 ‘강아래쪽’, 아니면 ‘숲쪽’이나 ‘숲반대쪽’을 향하라고 말한다. 에버렛은 남자에게 원숭이가 강 위쪽과 강 아래쪽 중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남자가 뭐라고 대답했다.
“뭐래요?” 피치가 되물었다.
“말하기를, “원숭이는 정글로 간다”고 하는군요.”
피치는 좌절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흠, 눈을 써서 추측하진 않는 것 같으니,” 그가 말했다. “방향을 가리킬 만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에버렛은 다시 남자에게 원숭이가 강 위쪽으로 가는지 아래쪽으로 가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남자는 동의하는 듯한 소음을 내었다. 피치는 실험을 재개했으나 남자는 그저 원숭이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원숭이 대가리를 눈으로 쫓았고, 멈췄을 때 감탄하듯 웃음을 터뜨렸으며, 그제서야 강 위쪽과 아래쪽 중 어디로 갔는지 답을 내놓았다.
몇십 분이 흐르고, 피치는 입을 열었다. 목소리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만일 이 사람들이 회귀성 실험에 실패하면 — 아니, 회귀성 말고요. 그렇게 부르지 말아야겠어요. 끼워넣기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걸 해내지 못하면 — ”
“그냥 이게 피라한 사람들이에요.” 에버렛이 달래듯 말했다. “이 실험은 새로운 일이고, 이 사람들은 새로운 일은 안 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사냥을 한다면 시각적으로 예측하는 능력이 분명 있어야 할 텐데.” 피치가 말했다.
“그렇죠.” 에버렛이 건조한 말투로 답했다. “이건 진짜 원숭이가 아니니까요.” 그는 화면에 떠다니며 씨익 웃고 있는 원숭이 대가리를 가리켰다.
“썅!” 피치가 소리쳤다. “원숭이를 사냥할 수 있게 조이스틱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정말 황당한 게, 지금 이 실험은 애슬린이 아기들에게 한 실험보다 훨씬 현실적이란 말입니다.”
“자자,” 에버렛이 말했다. “여기서의 인지적 이슈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할 때 겪게 되는 문화적 장벽입니다. 피험자는 인식해야 할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에버렛은 남자를 내보내고 다른 피라한 족을 오두막으로 불렀다. 초록과 노랑의 2002년 브라질 월드컵 티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에버렛은 원숭이가 강 위쪽과 아래쪽 중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피치는 실험을 시작했다. 원숭이 대가리가 등장할 때마다 남자는 미소와 함께 그의 턱을 가리켰다.
“다른 생각은요,” 피치는 말했다. “애들이 충분히 많으면, 누구든 먼저 가리키는 애에게 막대사탕을 주는 거죠.”
“그건 ‘시합‘이고, 그들이 해본 적 없는 종류의 일이에요.”
컴퓨터가 멈췄다. 피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계를 챙겨 수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게 아마존에서의 전형적인 필드워크(fieldwork)고, 이래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잘 안 하려들죠.” 에버렛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인지적인 게 아니에요. 문화적인 거지.” 그는 테이블 앞에 앉은 피라한 남자 쪽을 가리켰다. “같은 방에 앉아 있다고 해서 우리가 같은 세기를 살아가는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아침, 피치는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해결했으나 다른 난관들이 이어졌다. 파란 나일론의 조깅용 반바지를 입은 한 남자는 단음절을 들으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원숭이 대가리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고무인가?” “이 원숭이에게 짝이 있는가?” “수컷인가?” 다른 남자는 실험 도중에 잠들어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온밤 내내 요란스럽게 웃고 떠들곤 했다. 시계에 맞춰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한편 피험자가 실험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다른 부족 사람들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그들은 오두막 바깥에 모여들어 막아놓은 창문 안쪽까지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에버렛의 전임자로서 피라한 마을에 머물렀던 스티브 쉘든은, 지난 1960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인류학자인 브렌트 벌린과 심리학자 폴 케이와 함께 원주민들에게서 색채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진행했던 연구에서 맞닥뜨렸던 어려움에 대해 말해주었다. 쉘든은 피라한 족에게 고정된 색채어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벌린과 케이의 1969년도 저서 <기초적 색채어: 그 보편성과 진화(Basic Color Terms: Their Universality and Evolution)>에서 인정하고 간직해 온 관점이었다.
나중에서야 쉘든은 그의 자료가 신뢰롭지 못한 것임을 알았다. 쉘든은 부족 사람들에게 따로따로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그들이 떨어지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쉘든의 인터뷰를 엿들었고 대답을 하느라 머리를 모았다. “그들의 태도는 “누가 색깔이 뭔지 신경이나 쓰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원하는 거라면 알려는 줘야겠지” 라는 식이었죠.” 쉘든은 말했다. (최근 그는 피라한 족에게 고정된 색채어가 없다는 에버렛의 주장을 인정한다.)
쉘든은 연구자들에 대한 피라한 족의 저항적 태도를 방어적 제스처라 보았다. “그들은 남다른 행동 탓에 외부인들로부터 놀림감이 되어 왔어요.” 쉘든은 내게 말했다. “피라한 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연구자와 있을 때는 장난을 치고 엉망진창으로 행동하는데다 가끔은 틀린 정보를 줍니다.”
사흘째, 피치는 쉘든이 맞닥뜨렸던 것과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아침 그는 창문에다 침대시트를 치고는 부족민들에게 오두막에서 떨어져 있으라고 요구했다. 몇 야드 떨어진 곳에서 피치의 사촌 빌이 아이팟에 들어 있던 찰리 파커를 틀어 들려주며 무리의 관심을 끌었다. 곧 실험을 진행하기 수월해졌다. 비록 (피라한 남자들의 전형적 생김새인) 두터운 눈꺼풀 아래 눈이 가려져 있어 분간하기는 어려웠으나, 한 남자는 답을 예측하는 눈 움직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피치는 크고 새까만 홍채를 지닌 젊은 여자에게 실험을 실시했으나, 그녀가 보여준 몇 차례의 정확한 시선이 단지 우연에 불과했는지는 확실치가 않았다. “무작위로 던지는 시선이 많은데,” 에버렛이 중얼거렸다. “그게 다 무작위인지도 확실치 않구요,” 피치가 말을 받았다.
넷째 날, 피치가 드디어 뭔가를 발견했다. 피험자는 열여섯 살쯤 먹은 듯한 소녀였다. 진지하고 차분하게 집중하는 그 소녀는 문법에 감을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시선은 원숭이 대가리가 움직이기 전에 올바른 모서리를 향해 움직였다. 피치는 기뻐했고 아마도 안도했을 것이다. 아마존에 오기 전 그는 내게, 피라한 족이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건 “사스카치를 발견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출처: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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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다음편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