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19세기 소설로 보는 양적 완화와 그 후폭풍

개인적으로 팬은 아니지만, 앤서니 트롤럽(Anthony Trollope)은 19세기가 낳은 영국, 아니 세계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일 겁니다. 그의 문장은 고집스러울만큼 건조하고 중립적입니다. 어쩌다 화려한 문장이나 이미지가 떠올랐대도 이야기를 방해한다며 단호하게 빼버렸을 것 같은 고집이죠.

트롤럽이 쓴 소설 중 가장 길고 뛰어난 작품 <오늘날 우리가 사는 방식(The Way We Live Now)>은 금융으로 부패하고 돈이면 다 되는 사회, 모두가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1872년 호주에서 18개월을 보내고 영국으로 돌아온 트롤럽은 탐욕으로 가득찬 수도 영국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사회가 사람들에게 “부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정직하지 못한 것 마저도 더 이상은 경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분노와 문제의식으로 탄생한 소설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방식>입니다. 트롤럽이 이 소설에서 문학사상 가장 정교한 금융 사기 스캔들을 재현해 냈습니다. 탐욕으로 가득찬 주인공은 경제 상황이나 다른 투자자들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자신이 보유한 철도회사 주식의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전형적인 폰지 사기극을 계획합니다.

이 소설이 그려내는 버블 현상은 지난 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08년 이후 시행해온 양적 완화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지금의 상황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수 년 간의 양적 완화로 자산 가치에 버블이 생겨나지 않았기를 희망하지만, 소설 속 사기는 솔트레이크시티와 베라크루즈 간 철도의 부풀려진 자산 가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소설의 결말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방식(The Way We Live Now)>, 반스앤노블클래식 출판사, 2005년 8월 출간, 88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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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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