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는 동성 결혼을 둘러싼 성소수자 권리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동성 커플이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리면서 국내 성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동성 부부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었습니다. 언론의 관심을 받은 사건들도 많아, 뉴스페퍼민트도 여러 차례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일반 대중의 의견이 동성 결혼에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면서 정치권이 화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밝힌 이후, 동성 결혼은 큰 선거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입장을 정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의회에 진출한 정치인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죠.
여론의 변화와 함께, 기업들도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애플, 페이스북, 스타벅스, 인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큰 기업들이 그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직원 차별 해소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명분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겠다는 포석입니다. 의견을 달리하는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는 CEO도 있었습니다.
또 올해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과 관련된 두 건의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나는 6월 26일에 나온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에 대한 위헌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날 나온 캘리포니아주 동성 결혼 금지 주민 발의안에 대한 위헌 판결이었습니다. 첫 번째 판결은 동성 커플의 부동산 상속 문제로부터 촉발되었습니다. 한 여성이 배우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엄청난 부동산 상속세를 물게 되자, 동성 결혼 인정을 금지하는 결혼보호법이 모든 시민에 대한 평등한 법의 보호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 판결이 즉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주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각지에서 진행 중인 법제화 노력에 큰 힘이 실리게 되었고, 두 번째 판결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즉각 동성 결혼이 재개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2013년 12월 현재, 18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었습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가 동성 결혼을 공식 인정했고, 영국 하원도 찬성 400대 반대 175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 조장”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동성애 관련 신문 기사에 19금 딱지를 붙이는 법을 통과켰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은 소치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운동으로까지 이어졌죠. 인권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프랑스에서도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 허용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동성 커플의 야외 공개 결혼식에 훼방꾼이 난입해 오물을 투척하는 등 반대 의사가 과격한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 한 해 세계 각 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 보면, 동성 결혼을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권리 주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습니다. 변화는 보다 많은 곳에서 점점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인식의 변화와 제도의 변화가 서로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UN도 2011년 인권이사회 차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와 차별에 반대하고 성소수자 권리 증익을 도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망명의 근거로까지 인정되는 것이 오늘날 국제 사회의 현실입니다. 성소수자들이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확대라는 보편적인 대의명분 앞에서 점차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성 자체에 대한 논의를 터부시하는 사회 정서로 인해 성소수자 권리 문제가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종교계 일부 등의 반대 운동이 적극적이어서 제도적인 권리 보호 조치가 요원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19-20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사에서 근대화의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가 꽤나 이른 시기에 여성의 투표할 권리를 인정했던 것처럼, ‘국제 기준’의 확산이 의외로 빠른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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