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T문화칼럼

‘미투 캠페인,’ 분노가 일상화된 소셜미디어의 문제

미투 캠페인(#Metoo)이 시작된 지 사흘 만에, 제 페이스북 뉴스 피드는 관련 포스트들로 가득 찼습니다. 여성들은 관련 일화들을 공유했고, 남성들은 놀라거나 걱정하며, 여성의 편을 들고자 했습니다. 유명인들도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동시에 본인의 이야기를 공개한 여성들을 걱정하는 목소리 역시 커졌습니다.

미투 캠페인은 일견 진정성 있고 효과적인 사회운동처럼 보입니다. 이 캠페인은 여성과 성소수자를 움직여 성희롱과 성적 학대에 목소리를 내게끔 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에 관심을 두게 했죠.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투 캠페인은 소셜미디어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투 캠페인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사람들의 분노를 고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런 분노가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분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작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제입니다.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해당 플랫폼에서 보내게 하고, 게시물을 공유하게 하기 때문이죠. 이 모든 건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의 수익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예일대학교 몰리 크로켓 교수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우리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오히려 실제 사회 변화에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까지 도덕적 규범 위반과 관련된 정보들은 오직 신뢰에 기반을 둔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만 공유되었습니다. 즉, 성희롱과 성적 학대와 같은 폭력적인 행동들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오직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다른 이에게도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거죠.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런 정보를 전달하며 우리가 얻게 되는 것들은 조금 다릅니다. 플랫폼 운영에는 사용자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죠. 따라서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클릭할 가능성이 큰 게시물을 우선시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분노와 같은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는 게시물을 클릭할 가능성이 크다고 크로켓 교수는 덧붙입니다.

뉴스 피드가 충격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비극적인 이야기들에 무뎌져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크로켓 교수는 “습관적으로 간식을 먹는 사람이 배고픔과 상관없이 계속 먹는 것처럼,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비판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은 실제 분노하지 않은 경우에도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 자체는 우리가 해당 감정을 더 깊고 지속해서 느끼게 하죠.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우리가 공유한 정보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가 불분명합니다. 실제로 누군가가 공동체 내 도덕적 규범을 위반했을 때, 이에 맞서는 건 쉽지 않죠. 10년 전 출장 중에 제 호텔 방 문을 두드렸던 나이 많은 상사에게 저는 직접 맞서지 못했습니다. 회사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지도 못했죠.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다릅니다. 때로 소셜미디어에서 여러분이 공개적으로 비난한 개인이나 단체는 그 비난 자체를 볼 수 없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여러분의 게시물을 보는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크로켓은 이를 “수천의 트위터 군중과 함께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수치를 주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미투 캠페인과 같은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매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행동이 자신의 평판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본인을 더 좋아하게끔 하기 위해서 말이죠. 크로켓은 “오프라인에서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처벌을 가하면 그 현장을 본 몇 명만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온라인에서는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즉각적으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광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미투 캠페인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자면, “미투(나도)”라고 페이스북에 올리는 순간 우리는 성희롱과 성적 학대를 비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미투 캠페인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이번 주 소셜미디어 피드를 보면서 저는 계속해서 분노했고, 근심에 차 있었습니다. 또, 주변 사람들이 회의감에 빠져 있는 걸 보며, 왜 그들이 나서는지 혹은 나서지 않는지 궁금해했죠. 그들이 제 게시물을 보았는지도 궁금해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여섯 개의 감정 아이콘을 보며 친구들이 공유한 분노에 차 있는 민감한 게시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뉴스피드에 가득 차 있는 이 모든 글은 결국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크로켓은 자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봉사 활동이나 기부를 통해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불공정한 일을 바로잡는 데 돈을 쓰는 대신, 그 분노를 메시지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투 캠페인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어디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우리 중 누군가가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 위해 시도한다고 해도, 아마 사람들은 곧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 잔혹한 폭력 등과 같은 다른 분노의 대상에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미투 캠페인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게시물에서 나아가 사회적 운동으로 자리 잡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셜미디어 피드에 쌓여가고 있는 이 이야기들은 여성에게 더욱 우호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데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두려움 없이 “미투”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 말이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디지털 기기부터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와이어드)

원문링크

jisukim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4 시간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3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4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1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