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함을 포용하자는 운동이 활발해져 소셜미디어나 문화계 주류에도 퍼지자, 살찐 사람들은 이제 이 모든 편견과 부담에서 벗어나 그저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 수 있다면 그런 삶은 어떨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날씬해져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을 떨쳐낼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실은 지금 자기 모습에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닌지 스스로 물었습니다. 날씬한 몸매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 애초에 있기는 한지도 의문의 대상이 됐습니다. 결국, 다이어트를 왜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것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가을, 저는 비만 협회의 연례 콘퍼런스 행사인 비만 주간에 참석해 웨이트 워처스의 수석 과학자 개리 포스터를 만났습니다. 콘퍼런스에서는 비만에 관한 여러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도 있었는데, 저희는 살 빼는 약에 관한 발표 하나를 같이 들었습니다. 약을 먹을 때는 살이 빠지지만 약을 끊으면 바로 다시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게 문제입니다. 발표자는 일단 살을 뺄 수만 있다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발표를 듣던 포스터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바닥에 팽배한 잘못된 생각이 바로 이런 거예요. 사람들에게 약을 처방하고 그 효과로 잠깐 살이 빠지면 단기간에 무슨 마법이라도 일어나서 이 사람들이 전에 없던 의지를 갖고 안 하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식단을 칼같이 조절하리라고 기대하는 거죠. 말이 안 되잖아요? 좀 억지라도 나약함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제로 하는 극약처방이 효과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잘 아시잖아요, 자기 자신을 점점 더 구석으로 몰아세울수록 대개 결과는 더 안 좋다는 것을요.”
웨이트 워처스에 합류하기 전에 포스터는 템플대학교에서 비만 연구센터를 세우고 연구와 교육을 총괄했습니다. 비만에 관해 불필요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세태를 타개하고 오명을 씻어내기만 해도 비만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콘퍼런스가 열릴 즈음 오프라 윈프리와 웨이트 워처스의 파트너십은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1년 만에 회원 가입자는 280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2017년 1/4분기가 되면 36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포스터가 고안해 출시한 “체중계 눈금 너머의 건강” 프로그램을 알리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최적임자였습니다. 포스터는 2016년 프로그램을 시행한 첫해 회원들이 전년도보다 15% 더 많이 체중을 줄였다고 말합니다.
물론 살을 빼는 것보다 그 몸을 유지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마치 당뇨병 환자들이 항상 혈당량을 예의주시하며 관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당뇨병 환자나 천식 환자에게 혈당량이나 호흡을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일까요? 마찬가지로 비만도 만성 질환과 같습니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관리해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는 것이 어째서 중요할까요? 포스터는 무엇보다도 살을 빼면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지목합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납니다. 물론 식단을 조절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당연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체중이 줄어들면 고혈압이나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관절염 등으로 고생할 확률이 분명히 낮아집니다. 과학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근거를 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론의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의학계든 과학계든 주류에서는 이 점에 분명히 동의합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겠죠. 원래부터 뚱뚱한 사람들의 생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고, 살이 찌는 것도 그러한 생리적인 특징이 나타난 것일 뿐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포스터가 “약한 요요(uptick)”라고 부르는 현상을 생각해 봅시다. 즉, 어떤 사람이 몸무게를 5% 뺐다가 향후 2년 사이에 뺀 몸무게의 1/3 정도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 약한 요요현상인데, 이 비율을 다시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135kg인데, 6개월간 열심히 운동을 하고 먹는 양을 줄여서 7kg을 뺐습니다. 1~2년 정도는 살을 뺀 게 아까워서라도 체중에 신경을 썼는데, 그럼에도 결국 2kg 정도는 다시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죠. 자, 이 사람들은 처음 6개월이 지나고 나면 체계적인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다이어트를 하는 평균적인 기간이 어차피 6개월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명백한 이점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왜 계속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꼼꼼히 따져볼 만하지 않나요? 그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의지를 갖고 무언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일까요? 프로그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기간에 바짝 다이어트를 해서 성과를 보려는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일까요? 몸무게가 135kg 나가는 사람이 7kg 정도 빼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거라는 가정은 문제가 없나요? 적어도 제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거든요. 하지만 결국 웨이트 워처스는 단기간에 몸무게를 얼마나 줄이는지보다 오랫동안, 사실상 영원히 웨이트 워처스를 떠나지 않고 체중을 관리해야만 성공했다고 인정하고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성공의 핵심 비결은 바로 지속성에 있었습니다.
다이어트가 우리 몸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당뇨병, 소화기, 신장 질환 연구소는 TV 프로그램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 여덟 번째 시즌 출연자들을 방송 출연 이후 계속 추적해 연구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촬영을 시작할 때는 평상시 신진대사율이 각자 신체지수 대비 정상 범주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방송에 나간 것처럼 단기간에 강도 높은 운동과 극약처방에 가까운 식이요법을 통해 급격히 살을 빼자 신진대사가 덩달아 느려졌고, 줄어든 신진대사량은 방송 촬영이 끝난 뒤에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한 남성 참가자의 경우 살이 빠지면서 신진대사가 느려져 원래 자신의 신체 치수인 사람들보다 휴식중 신진대사량이 하루 800cal나 적었습니다. 원래 뚱뚱했던 사람은 날씬했던 사람들과 기본적인 열량 소비가 다릅니다. 뚱뚱했던 사람이 살을 빼고 날씬해져도 몸이 기억하는 습관은 그대로 남는 겁니다.
포스터는 또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미 “비기스트 루저”에 관한 연구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포스터는 이 연구를 토대로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합니다. 우선 극단적인 상황에 표본도 무척 작은 연구였습니다. 그는 본인을 비롯해 여러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여러 편을 언급했습니다. 살을 빼기 전과 후, 그리고 살이 다시 찐 뒤에 신진대사율과 체지방 분포, 심리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다행이라거나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체중을 관리하거나 살을 빼면 자칫 장기적으로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은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히 하고 싶어요.”
바로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사실상 똑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연구했지만, 그 결과를 포스터와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저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비만 연구자, 영양사, 생물학자,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뚱뚱한 것이, 높은 체지방이 원래 건강에 나쁜 것인지, 아니면 꼭 그렇지는 않은지를 물으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아직 우리는 뭐가 맞는지 모릅니다. 여전히 수많은 토론과 논쟁을 거쳐야 할 겁니다. 결론이 나올 때까지 뚱뚱한 사람들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를 가능한 한 열심히 찾아보되 자기 자신의 경험,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겪은 경험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망설이지 말고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현재 뚱뚱한 축에 속하는) 당신은 평생 날씬한 몸매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살 수 있을 날이 올 거라고 믿으시나요? 그만두는 순간 다시 살이 찌기 시작하더라도 살을 뺄 수만 있다면 그 다이어트를 성공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전에도 포스터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포스터가 템플대학교 비만 연구센터에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다이어트의 효용에 관해 연구했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써 발표했습니다. 결론을 거칠게 요약하면, 대부분 다이어트가 살을 빼는 효과도, 다시 살이 찌는 정도도 비슷했습니다. 그 당시 포스터에게 결국 다시 살이 찐다면 효과가 미미한 것인데 도대체 우리가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제가 독자들에게 다이어트는 어차피 다 소용없는 헛수고라는 결론으로 기사를 쓸까 봐 걱정하면서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절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포스터의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저는 믿음이 갔습니다. 그는 다이어트 업체에서 일하기 한참 전부터 일관되게 같은 말을 해왔죠. 문제는 그가 줄곧 해온 이야기의 결론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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