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존재하는 대상의 크기는 쿼크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10^-19m에서 우주의 지평선인 10^26m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총 10^45에 달하는 이 크기의 범위 가운데 우리가 아는 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영역은 그 중간의 10^9에 불과합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1㎛, 곧 10^-6m보다 조금 작으며 가장 큰 나무의 크기가 100m 정도입니다. 미국 오레곤주 블루마운틴에 있는, 하나의 유기체라 볼 수도 있는 한 버섯 종류의 길이는 4km에 달합니다. 만약 우리가 생명체를 의식이란 것을 가진 것들로만 한정한다면, 가장 작은 생명체와 가장 큰 생명체의 크기 차이는 1,000배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 더 크거나 더 작은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계산 이론은 의식이나 지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대략 1천조 개의 기본 “회로”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은 협력에 특화된 단세포 유기체에 가까우며, 이 사실에서 우리는 인간 같은 능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간의 뇌 정도 크기는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신경세포보다 더 작은 구성요소를 가진 인공지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적회로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신경세포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러나 이 회로의 동작은 신경세포에 비해 훨씬 단순하며, 전력과 냉각, 상호 통신 등을 위해 추가로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만약 우리가 인간과는 전혀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인공지능을 만든다 하더라고 그 크기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럼 훨씬 더 큰 생명체는 가능할까요? 윌리엄 S. 버로는 자신의 소설 “폭발한 티켓(The Ticket That Exploded)”에서 행성의 내부에 “결정을 통해 극히 느리게 이루어지는 광물을 통한 의식”이 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했습니다.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검은 구름(Black Cloud)”이라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 만큼 큰 지성체에 대해 썼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후에 행성을 둘러싸고 행성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다이슨 스피어라는 거대구조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동료인 프레드 아담스와 함께, 오늘날 은하계의 가장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은 소멸하는 적색 거성이 내뿜는 잔해를 통한 것임을 보였습니다. 적색 거성의 잔해는 수만 년 동안 에너지와 충분한 엔트로피 격차를 만들며 지구와 같은 행성 수십억 개에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을 내뿜습니다.
이런 종류의 생명체가 가능할까요? 의식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복잡도 외에도 계산을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뇌 신경세포의 신호 속도는 시속 300km 정도이며, 인간 뇌 안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000초입니다. 즉, 인간의 뇌에는 평생 2조 번의 신호가 오가며, 또한 수많은 신호가 동시에 뇌의 여러 곳에 전달됩니다. 만약 인간의 수명이 변하지 않고 신경의 속도가 바뀌지 않은 채로 뇌와 신경세포가 10배 커진다면, 우리는 평생 1/10만큼의 생각밖에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뇌가 태양계만큼 커지고 신호를 빛의 속도로 주고받는다고 가정해보면, 우리가 지금 평생 주고받는 횟수만큼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우주의 나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게 되며, 따라서 이런 식의 진화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뇌가 은하계만큼 커진다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은하계가 생성된 이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신호가 전달된 횟수는 1만 번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 규모에서 인간과 같은 복잡성을 가진 생명체는 존재하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설사 그러한 생명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직 이들에게 무언가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능을 담을 신체에도 이와 비슷한 크기의 제약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가장 큰 나무의 크기는 땅에서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높이인 100m로 제한됩니다. 이는 물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지구의 중력과 물을 위로 보내는 증산 작용과 나무 내부와 물의 표면 장력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만약 우리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의 중력이 지구의 1/10에서 10배 사이에 있을 것이라 가정한다면 그런 행성에서 가능한 가장 큰 식물의 크기도 별로 차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대부분 생명체가 행성이나 달, 소행성 등에 속할 것이라 가정할 수 있으며, 이때 중력은 자연스럽게 생명체의 크기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미 1600년대 크리스티앙 호이겐스는 행성이 커질수록 중력도 커지며, 가상의 생명체를 지탱하는 뼈에 걸리는 힘도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그 동물 뼈의 단면적은 동물 크기의 제곱에 비례해 커져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몸무게는 크기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동물의 크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육상동물의 최대 크기는 중력의 세기에 선형으로 비례하며 줄어듭니다. 이는 지구보다 10배 낮은 중력을 가진 행성에는 지구에 있는 동물보다 10배 더 큰 동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행성의 크기가 작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지구의 1/10보다도 더 작아진다면, 그 행성은 대기를 자신의 주변에 잡아둘 수 없게 됩니다. 즉, 이 경우에도 생명체의 크기는 10배보다 클 수 없습니다.
생명체는 또한 냉각 장치를 필요로 합니다. 컴퓨터 칩의 경우 계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생명체에도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덩치가 큰 동물들은 표면적, 혹은 피부에 비해 더 큰 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는 몸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몸집이 큰 동물들의 냉각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동물의 kg당 신진대사 비율은 동물 질량의 0.25승에 비례한다는 것을 처음 증명한 것은 1930년 맥스 클라이버였습니다. 만약 이렇게 신진대사율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덩치 큰 동물은 자신의 열에 의해 구워져 버릴 것입니다. 포유류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최소 신진대사율은 1나노그램당 1조분의 1W로 보이며, 이는 열역학적으로 최대 생명체의 무게가 1천 톤, 곧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생명체 중 가장 무거운 대왕고래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일 것임을 말해줍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생명체”를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란다우어의 계산을 위한 최소 에너지 규칙과 극히 거대하며 극도로 게으른, 오직 증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이 생명체의 크기 한계는 열을 발산하는 기능적 구조만이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명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찰스와 레이 에임스의 고전 단편영화 “파워스 오브 텐(Powers of Ten)”은 제작된 지 거의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값을 예측(order of magnitude estimation)하는 방법은 과학 교육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구글어스 같은 지도 응용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파워스 오브 텐의 정점은 시카고 한 호숫가에 피크닉을 나온 커플을 점점 확대해 아원자의 크기까지 들어가는 확대 장면과 피크닉 장면에서 이들을 점점 축소시켜 우주를 보여주는 축소 장면의 놀라운 대칭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 우주의 가장 작은 요소에서 가장 큰 요소까지 양방향으로 갈 수 있는 중간 크기의 존재인 것이 그저 우연일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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