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에게 공개적인 질문 공세가 쏟아집니다. 왜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이와 단둘이 방 안에 있었나? 상사가 요구한 일이 불편했다면 그냥 일을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 부적절한 줄 알면서도 상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왜 상사가 요구한 것을 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라고요? 트위터상에서 많은 사람이 지적한 것처럼, 위의 그림에서 성별을 바꾸면 현재 FBI 전 국장 제임스 코미를 향해 쏟아지는 질문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히고 나선 여성이 흔히 마주하게 되는 질문과 매우 비슷합니다. 코미는 상원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맞서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덩치에, 비정한 권력의 세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능수능란한 워싱턴 인사이더조차도 이런 답변을 내놓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코미는 “내가 더 강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방금 나눈 대화 내용 자체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고 답했죠. 이는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겪는 감정 상태 그대로입니다. 또한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피고 측 변호인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상황과도 매우 비슷합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의 중심에는 권력의 불균형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저 에일스, 빌 오라일리 사건에서부터, 상원 청문회와 같은 날 진행된 빌 코스비 재판에 이르기까지 성범죄 사건에서는 비슷한 양상이 드러나죠. 빌 코스비 사건의 고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안드레아 콘스탄드는 지난주 이틀에 걸쳐 증인석에 섰는데, 피고 측 변호인은 그녀가 코스비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증언의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코미의 청문회에서 드러났듯, 권력 앞에서 당황하고 침묵하는 것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청문회에 선 코미와 성범죄 피해 여성 간의 이런 비교는 온라인에서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여성이 “너무 충격을 받아 면전에서 반발하지 못했다는 코미의 말, 성범죄 피해자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공감의 뜻을 밝혔죠. 트럼프 반대파만 이 평행이론을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트위터에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왜 계속해서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는가?”라는 블런트 상원의원의 질문을 올리자, 한 트럼프 지지자는 “이로써 코미의 신뢰도가 회사에서 해고당하자 성추행 혐의를 제기하는 여자들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종종 신뢰, 공정, 편견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곤 합니다. 코미 청문회야말로 남성들이 성범죄 사건에서 여성이 처하게 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는 계기였는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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