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세계정치

영화 평론까지 단속하려는 중국 정부와 관객들의 분노

정부가 영화업계를 통제하는 모습은 중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모습입니다. 영화 제작자들도 대부분 당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기는커녕, 10대 연인이나 동성 커플에게 해피엔딩조차 허락하지 않죠.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영화 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비판적인 영화 평론까지도 단속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객들의 분노가 표면에 드러난 계기는 헐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을 앞세워 중국이 제작한 판타지 영화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 영화가 “혁신적”이라 극찬하며, 특수효과에만 치중했고 스토리가 약하다는 평에 대해 인터넷의 불만 세력이 그저 영화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며 비난했습니다. 또한 이런 악평이 중국 영화의 세계 진출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죠. 며칠 후에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가세했습니다. 인민일보는 중국 영화 사이트에서 “그레이트 월”을 비롯한 중국 영화들이 낮은 평점을 받고 있는 것이 “악성 리뷰”와 데이터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난 후, “마오얀”이라는 영화 사이트는 즉시 해당 영화 3편에 대한 평점들을 삭제했죠.

분노한 중국 네티즌들은 또 다른 영화 사이트인 “두반(Douban)”으로 달려가 해당 영화에 낮은 점수를 매기기 시자했습니다. “맞습니다! 중국에 나쁜 영화는 없죠. 나쁜 관객이 있을 뿐입니다!”라는 댓글은 24000개의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나쁜 평만으로 좋은 영화를 망칠 수는 없으며, 비판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한발짝 물러섰습니다.

당국은 중국 영화가 외국 영화에 비해 성적이 저조해 좌절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통제하는 스튜디오가 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보다는, 듣기 싫은 말을 하는 메신저를 죽인다는 편리한 선택을 한 듯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원문보기

eyesopen1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3 시간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3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4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1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