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한 족이 재귀 용법을 쓰지 않는다는 에버렛의 주장이야말로, 그들을 멍청이라 부르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네덜란드에 있는 막스 플랑크 심리언어학 연구소에서 언어 및 인지 그룹을 이끄는 신워프주의 학자인 스티븐 레빈슨은, 에버렛이 “피라한 족을 저열하고 단순한 문화를 가진 얼간이들처럼 보이게 만들어버렸다”고 힐난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의 언어학자인 안나 비어즈비카 역시 논문을 불편하게 여겼으며 내게 말하길, “잘은 모르겠지만 인류의 유대라든가 권리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건 많은 사람들이 감히 던지지 못하는 질문이에요. 그게 ‘우리 인간들이 전부 동일한 인지적 능력을 지녔는가’ 하는 질문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게 대단히 중요할 것 같네요.”
에버렛은 그런 비판들을 무시했다. 이미 논문에서, 피라한 족의 언어적 특징이 정신적 결함의 결과물이 아니란 사실을 똑똑히 밝혔기 때문이었다. 피라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정글을 떠나 세계 어떤 도시에서든 자라게 된다고 해도 해당 지역의 언어를 배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뿐만 아니라, 피라한 족은 정글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모든 측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준다고 에버렛은 지적했다.
피라한 족은 그들이 거주하는 영역에서 자라는 주요 식물의 자생지와 그 유용성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 토착 동물들 못지않게 무엇을 사냥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도구나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정글에 들어가, 삼 일 후 과일과 견과류 및 작은 사냥감들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나온다. “그들은 이 지역의 그 어떤 인디오들보다 더 훌륭하게 생존합니다,” 그는 말했다. “피라한 족은 매우 지적인 사람들입니다. 레빈슨이나 비어즈비카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뭔가가 없다는 얘기가 곧 그들을 어리석은 멍청이로 취급하는 거라는 생각은 들지조차 않습니다.”
에버렛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논문에 대한 촘스키의 반응이었다. 지난 4월 에버렛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촘스키는 피라한 족에서 발견되는 재귀 용법의 부재는 보편문법이론에 대한 강력한 반례라는 에버렛의 주장을 기각하며 “UG(Universal Grammar, 보편문법)은 언어 습득 및 활용의 밑바탕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요소를 설명하는 참된 이론이다”라고 썼다. 그는 또한 “UG에 견줄 만한 대안 이론은 없다”고 첨언했다. 촘스키는 기사 인터뷰는 거절했으나 대신 그의 MIT 동료인 데이비드 피세츠키, 하버드의 언어학자 앤드류 네빈스, 그리고 유니캄프의 언어학자 실레네 로드리게즈와 공저한 논문인 <피라한 족의 예외적 사례: 재평가(Pirahã Exceptionality: A Reassessment)>를 내게 알려주었다.
촘스키의 생성문법에 관한 여타 논문들을 집대성한 이 논문은 링버즈(LingBuzz) 웹사이트에 올려졌다. 저자들은 에버렛의 1983년 박사학위논문 뿐 아니라 그가 1986년 출판했던 피라한 어 관련 논문에 쓰인 자료들을 사용하여, 에버렛이 주장하고 있는 피라한 어의 독특한 특성을 반박했다. 이 반박엔 피라한 족이 재귀 용법을 쓰지 않는다는 주장도 포함되었다. 에버렛이 그의 초기 작업에서조차 피라한 어에 재귀 구조가 없다고 기록한 사실은 저자들도 인정했다 (피라한 족은 영어권 화자들이 말할 때처럼 “톰의 삼촌의 차의 전면 유리가…” 하나의 소유격을 다른 하나에 끼워쓰지 않는다고, 이미 에버렛은 1980년대 초에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에버렛의 초기 자료들이, 피라한 어가 재귀 용법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에버렛이 촘스키 이론의 신봉자였을 무렵인 이십오 년 전에 자료들을 수집했다는 사실은, 그의 현재 논문에서 드러난 논의와 큰 관련이 없다고 피세츠키는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밝혔다. 어쨌든 피세츠키와 그의 공저자들은 에버렛의 초기 저작들이 남긴 논의 부분을 검토하며 “촘스키적 관점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 본 논문의 작업들은 사실과 사실의 분류에 관한 것들이다”라고 적었다.
피세츠키와 그의 공동저자들에 대한 답변을 링버즈에 올린 에버렛은, 그가 했던 자료수집 및 분석은 촘스키 이론에 물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론과 분리된 채 ‘설명만 하는 작업’이란 존재하지 않아요,”라고 에버렛은 말했다. “우리는 우리 이론에서 묻고자 하는 질문을 묻게 되죠.” 링버즈에 올린 그의 답변에서 에버렛은 비판자들의 주장을 하나씩 짚어가며, 현재의 연구 결과에 비하면 그의 초기 저작이 피라한 어를 이해하는 데는 훨씬 더 적격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히려 그 반대 경우가 문제라고 봅니다. 초기 연구가 범한 오류를 놓치거나 과거에 했던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죠.” 그는 적었다. 또한 에버렛은 말했다. “보편문법의 대안이론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NPR (네빈스, 피세츠키, 로드리게스) 들이 마치 그런 대안이론은 없다는 식으로 이슈를 개념화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의 핵심을 간과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겁니다.”
문화인류학 저널에 출판된 에버렛의 논문에 대한 주석에서, 라이프치히에 자리한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발달비교심리학과 과장인 마이클 토마셀로는 문화가 문법의 핵심을 형성한다는 에버렛의 결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피라한 족이 우리가 말하는 것과는 다른 것들을 말하기 때문에, 그 다른 것들은 문법의 일부가 됩니다,” 라고 그는 적었다. 또한 “보편문법은 좋은 시도였죠. 처음 제기될 적엔 그렇게까지 미덥지 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이래로 우리는 다양한 언어들에 관해 많이 알게 됐어요. 모든 언어가 단 하나의 보편적인 틀에 들어맞는 건 아닙니다.” 라고 덧붙였다.
그의 1994년작인 베스트셀러 <언어 본능(Language Instinct)>에서 촘스키의 이론 중 일부를 예찬했던 하버드의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 내게 말하길, “촘스키의 ‘프로그램’ 안에서 많은 것들이 좀 수상쩍게 돌아가고 있어요. 그는 이제 ‘구루’고, 그가 뭔가 제창하면 그의 ‘사도‘들은 신앙으로써 받아들여요. 촘스키는 더이상 전통적인 과학적 방식으로 자기 이론을 ‘방어’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죠. 그를 따르는 사도들 중 일부는 제대로 된 비평에서 벗어나 있는, 마치 신의 진리와도 같은 서클 안에 받아들여집니다. 놀랍게도 (그들 중) 보편문법을 주장하는 누군가의 경우, 뉴기니에서 쓰이는 작고 기이한 언어에서 보편문법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려는 밑작업조차 제대로 해놓지 않았더군요.”
핑커는 지난 2002년 ‘촘스키 프로그램’에 관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크 하우저와 촘스키, 테쿰세 피치가 회귀성에 관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한 시점이었다. 좁게 정의한다면, 인간 종의 언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회귀성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개, 찌르레기, 고래, 돌고래, 그리고 침팬지는 모두 성대를 써서 만들어낸 소리로 같은 종에 속하는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지만, 그 어떤 종도 재귀적인 방식을 써서 소통하지 않으며, 따라서 무한히 달라지는 의미를 담는 복잡한 담화를 생성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회귀성은 언제나 촘스키 이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죠,” 핑커는 말했다. “그런데 촘스키 마크 II, 혹은 마크 III나 마크 IV로 넘어가며 갑자기 언어에 있어 오직 유일하게 특별한 건 회귀성이라 주장하기 시작한 거에요. 회귀성은 더이상 보편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언어 그 자체를 존재하도록 하는 마술적 재료가 되어버렸어요.”
2005년 초 핑커와 터프츠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인 레이 재켄–도프는 하우저와 촘스키, 피치의 논문에 대한 비판을 인지 저널에 기고했다. “레이와 공저한 논문에서 우리는, 마술이라도 써서 침팬지에게 회귀성을 주입한다 하더라도 몇십 년 전에 나타났거나 이후에 나타날(혹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대상에 이름을 붙이거나, 단어로써 개념을 정의하거나, 단어들을 구로 조직할 수 있는 ‘인간’을 얻게 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핑커는 말했다. “언어라는 건 단순한 회귀성 그 이상이에요.” 핑커와 재켄–도프는 에버렛의 연구를 들어, 피라한 어를 “음운론, 형태론, 통사구조, 문장을 지녔으나” 회귀성은 없는 언어의 한 예로서 인용하였다.
그러나 핑커는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육천 가지 다른 언어들 중 한 가지 언어에서 회귀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촘스키의 이론을 부정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재빨리 덧붙였다. “만일 당신이 현존하는 오천 구백 구십 구 가지 언어들에서 뭔가를 발견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그 ‘뭔가‘가 빠져 있는 한 가지 언어를 발견했어요. 음, 어떤 인류학자들은 “이건 보편성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며 뭐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입니다.”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보통은 “뭐야, 이 야릇한 언어는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거지?”라고 반응하지 않을까요?”
현대 언어학자들은 어떻게 인간이 최초로 언어를 습득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피해 왔다. 촘스키 그 자신도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왔으며 다윈주의적 설명에 의심을 표명했다. “언어 발달을 ‘자연선택’의 영향으로 돌리는 건 매우 안일한 주장이죠,’” 라고 촘스키는 적었다. “그런 주장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걸 우리가 잘 아는데, 그런 현상을 자연주의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식의 영양가 없는 믿음만 쌓여갈 겁니다.”
게다가 촘스키의 보편문법에 관한 이론은 언어를 가리켜 뇌에서 이미 완성된 형태를 갖추고 나타나는 복잡한 체계로서 묘사하고 있어, 어떤 과정을 거쳐 언어가 발달하는지 질문을 던지기 어렵게 만들었다. “물음 앞에 문을 꽝 닫아버리는 격이죠,” 조지아 대학의 인지인류학자인 브렌트 벌린은 내게 말했다. “(소통하기 위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는 별개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방식을 거쳐 언어만 뚝 떨어져나왔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언어라는 게 우리 삶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아름다우며 수학적이고 기호화된 그런 체계는 아니란 말입니다.”
벌린은 피라한 어가 통사적 발달의 초기 단계에 이른 언어의 ‘스냅샷’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게 에버렛의 작업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벌린은 그의 논문에 대해 언급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시나리오는 아마, 초기 언어가 현재의 피라한 어와 유사하다는 주장이겠죠.”
키 크고 귀족적인 용모에 뾰족한 구레나룻과 소년답게 열정적인 태도를 지닌 테쿰세 피치는, 그의 선조인 남북전쟁의 장군 윌리엄 테쿰세 셔먼에게서 흔치 않은 이름을 물려받았다. 피치는 브라운 대학을 다녔으며 거기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물의 소통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지닌 생물학자로서, 피치는 붉은 사슴이 ‘내려간 형태의 후두’ (descended larynx) 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과학자들이 그 이전까지 인간에게서만 유일하게 발견되며 언어 발달의 핵심이 되는 생물학적 기관이라 믿어왔던 것이었다. (내려간 형태의 후두는 그 이후 코알라, 사자, 호랑이, 재규어, 표범 등에게서도 발견되었다.)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 이해하고자 했던 피치는 언어학으로 돌아섰고, 촘스키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나 1999년 피치는 우연히 촘스키가 캠브리지의 노숙자들을 위한 신문인 스패어 체인지 뉴스에 실은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그걸 읽었는데, 지금까지 출판된 그의 진화 관련 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얘기가 실려 있었어요. 그게 여기 스패어 체인지에 나와 있다구요!” 피치는 말했다.
“이전 주석에서는 헤아리기 어려웠던 논의에서 무엇을 어떻게 접근하려 하는지, 그 글에 요점이 잘 드러나 있었죠.” 피치는 그가 하버드에서 공동으로 가르치던 ‘언어의 진화’ 수업에 촘스키를 초대했다. 둘은 여러 시간 동안 토론했다. 몇 달 후, 촘스키는 인간에게만 유일한 언어의 특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지 밝혀내려는 시도로서 피치와 하우저와 함께 논문 작업을 하는 데 동의했다. 저자들은 동물과 인간의 소통방식을 비교한 후 오직 단 하나의 기능, 즉 회귀성만이 인간의 발화를 특징짓는다고 결론을 지었다. 함께 논문을 쓰는 와중, 피치는 촘스키의 발상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보편문법이론을 수호하는 능변가로 거듭났다.
지난 7월, 피치와 에버렛이 정글로 향하기 이틀 전 포르토벨로에서 만났을 때, 둘은 암묵적 합의라도 본 듯 촘스키에 대한 얘기를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출발하던 날 저녁 호텔 빌라 리카의 수영장에 다같이 둘러앉아 있을 때, 에버렛은 어떤 두 명의 교수를 입에 올리며 “내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거만한 삼인방에 꼽힌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누굽니까?” 피치가 물었다.
“노암이요.” 에버렛이 답했다.
“설마요!” 피치가 소리쳤다. “과학사에서의 지위를 감안할 때, 촘스키는 내가 살면서 만나본 중에 오만과는 가장 거리가 먼, 가장 겸손하고도 위대한 인물이에요.”
에버렛은 한 마디도 동의하지 않았다. “노암 촘스키는 자기가 아리스토텔레스나 된 것처럼 생각한다구요!” 그는 공언했다. “도로 기어올라올 방법을 찾는 데만도 몇십 년이나 걸릴 구멍을 언어학에다가 뚫어놨다니까요!”
둘은 다음 두 시간 동안 내내 논쟁을 벌였으나, 잠자리에 들러 떠날 즈음하여 둘은 다시 정중한 태도로 돌아왔으며 그 다음날 피라한 마을에서 조우했을 때도 화해 분위기는 여전했다. 둘은 다음날 아침 실험을 시작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계속 이어집니다)
출처: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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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는 내내 너무 즐겁습니다.
많이 부족한 번역인데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진하겠습니다.
어려운 소재이기도 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가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