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사회적 비용 (The Deadweight Loss of Christmas)”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일반 사람들이 경제학자들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드는 종류의 논문입니다. “연말연시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실제 선물이 가진 가치의 1/3~1/10 정도를 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예일대학 경제학자인 조엘 왈드포겔(Joel Waldfogel)은 1993년 논문에서 주장했습니다. 그는 받는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연간 4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가치가 얼마 정도 되는지를 비교하기 위해서 그는 연간 미국의 소득세로 거둬들이는 돈이 500억 달러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도발은 경제학자들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감상적인 전통을 부정하면서 개인의 선택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더 잘 아는데 왜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서 쇼핑을 하는 거죠? 라는 식의 주장이죠. 경제학자들의 성향을 볼 때 왈드포겔 교수의 논문이 경제학 최고의 저널인 전미경제학회지(American Economic Review)에 실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에 둘러싸여 자라면서 제가 배운 한 가지는 경제학자들이 항상 이런 도발적인 주장에 부합하게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자인 저희 아버지는 제 투표로 선거 결과가 바뀔 확률은 거의 없으므로 투표를 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고 늘 말씀하셨지만 늘 투표를 하셨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사회적 낭비라고 주장한 왈드포겔 교수 역시 몇몇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습니다. “선물 받는 사람을 잘 알 때 저는 선물을 하곤 합니다. 저는 제 가족은 잘 알죠.”라고 왈드포겔 교수가 말했습니다.
지난해 시카고대학 경영 대학원이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연말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응답했습니다. MIT의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교수는 현시 선호(revealed preference)를 언급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다면 이는 분명 이러한 행동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알베르토 알레지나(Alberto Alesina) 교수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 “상대방을 위해서 선물을 찾는 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장 잘 아는 경제학자에게 전화해서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 경제학자는 바로 하버드 경제학자이자 저의 아버지인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교수죠. 저희 아버지는 자신이 선물을 고르는 방식은 받는 사람이 자신이 이 선물을 원했는지를 몰랐던 것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이런 접근은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버지는 1825년에 출판된 존 웨슬리(John Wesley)의 설교집을 어머니를 위해서 선물했는데 감리교의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이 설교집을 스스로 발견할 확률은 낮았을 어머니를 위해서는 완벽한 선물이었죠. 반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저에게 고급 초콜릿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셨는데 이를 한번 분석해보죠.
이 선물을 평가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분석은 제가 다이어트 중이고 따라서 이 초콜릿을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왈드포드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이 선물은 저에게 쓸모가 없는 낭비인 셈이죠. 두 번째 분석은 이미 이 초콜릿의 절반을 제가 먹었다는 사실은 제가 초콜릿을 먹고 싶어 했다는 현시 선호를 드러내는 것이고 따라서 아버지는 그가 목표로 했던 것을 정확히 이룬 셈이죠: 그는 제가 원하지는 스스로는 사지 않을 물건을 찾아낸 것이니까요. 세 번째 분석은 현재 제가 초콜릿을 먹지 말았어야 했고 혹은 덜 먹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이를 “과도한 가치폄하(hyperbolic discounting)”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현재 소비에서 얻는 기쁨을 미래 소비에서 느끼는 기쁨에 비해서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어제 물어봤다면 안 할 거라고 답하거나 내일 물어본다면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인 초콜릿을 먹는것과 같은 행동을 오늘은 한다는 것이죠. 행동 경제학자가 아닌 저희 아버지는 마지막 분석은 반대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겠죠. 만약 제가 이미 초콜릿을 먹었다면 그게 합리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한 것이고 따라서 그의 선물은 훌륭한 것이었다고 말씀하시겠죠.
왈드포겔 교수 주장의 핵심은 모든 선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사이에 주고받는 선물이 오히려 쓸모가 없는 것을 서로에게 줄 수 있기 때문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논문은 예일대학교 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친구나 애인 사이인 경우는 서로가 원하는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삼촌이나 이모, 조부모로부터 받은 선물의 경우는 받는 사람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경제에 손실을 입히는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라 받은 상대가 좋아하지 않을 나쁜 선물이라고 왈드포겔 교수는 말합니다. 따라서 왈드포겔 교수는 상품권(gift cards)이 확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나쁜 선물을 줄 확률을 줄이니까요. 실제로 미국 사람들의 상품권 사용은 증가했습니다. CEB 타워그룹에 따르면 2014년에 미국 사람들이 상품권에 쓰는 돈은 천260억 달러로 미국 GDP의 1% 수준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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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돈과 상품권이 뭔 차이이지?ㅋ
저는 지폐를 선물이라고 받으면 상품권을 받았을 때와 기분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저같은 사람에게는 바로 그 기분 차이겠죠. 또 상품권이 확산한다는 걸 보면 저같이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거고요.
기분 차이인거겠죠? =ㅇ=;;;;;
오묘한 경제학의 세계. 뭐 경제란것도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들간에 합의한 시스템일 뿐이니...
상품권 발행하는 기업들, 백화점들만 이득을 보는 기분이 들어서ㅋ. (돈으로 잘 환불 안해주고, 가격 맞춰서 물건 구매해야 하고, 이런 문제 있지 않나요? 아닌가?ㅋ 그래서 적힌 가격보다 싸게 파는지도... 이런게 혼란만 일으키는거 같아서.)
개인적으론 상품권 사느니, 은행가서 새돈/신권 구해서 주는게 더 괜찮아 보이는데... (뭐 헌돈보단 새돈이 기분은 더 좋으니ㅋ) 심리 이용해서 속여먹는식의 경제 별로 안좋아해서... 너무 삐딱하게만 본 것일지도 모르구요ㅋ.
아무튼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