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은 기회의 땅 미국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열심히 일하면 배부르게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땅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충분한 기회가 보장된 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들어 여러 차례 밝혀졌죠. 특히 부잣집에서 태어났느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느냐가 평생 경제력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졌습니다. 부유한 부모는 자식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높은 교육을 받은 자녀들은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해 돈을 더 잘 버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동안, 저소득층 부모는 자식 교육에 갈수록 신경을 못 쓰다 보니 교육 수준이 낮은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으로 몰리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래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위안을 삼는 당신에게 이 그래프는 상당한 실망을 안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보스톤 지부의 연구원 리브스(Richard Reeves)와 소힐(Isabel Sawhill)은 최근 발표를 앞둔 논문을 통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대학교육을 마친 이들의 삶이 부잣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이들의 삶보다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대학 졸업장은 보통 더 높은 소득과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하는 훈장 같은 것임을 감안하면,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느냐가 교육 수준의 유무에 관계 없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셈입니다. 두 집단에 속한 이들이 40살이 됐을 때 어떤 경제 계층에 속하는지를 추적해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대졸자들이나 부잣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이전에 학교를 그만둔 이들이나 미국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경제 계층 분포도가 비슷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유리천장(glass ceiling)과 유리바닥(glass floor)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부잣집 자녀들은 굳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아도 물려받을 재산이 있거나 부모님이 사장, 임원으로 있는 회사에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죠. 고등학교를 그만두더라도 당장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이들에게 졸업장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생해서 대학 교육을 마친 가난한 집 자녀들 중에는 이미 적잖은 학자금과 생활비를 빌려써 갚아야 할 빚이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빚을 갚기에 충분한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대학 교육에 들인 이들의 투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단어를 계속 지키고 싶다면 기회의 평등을 제대로 보장하는 데 온 사회가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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