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아일랜드 정부는 세계적으로 역외 조세 회피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던 더블 아이리쉬 제도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국 및 회원국들의 기업들이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더블 아이리쉬를 악용하는 일이 잦아지자 아일랜드 당국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왔습니다. 이처럼 조세 회피 근절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점차 강화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아일랜드 당국이 비로소 더블 아이리쉬의 철폐를 선언한 것입니다.
더블 아이리쉬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에 악용되온 아일랜드 조세 제도상의 구멍을 일컫습니다(관련 뉴스페퍼민트 지난 기사 보기). 미국의 다국적 제약 회사 및 테크 펌들은 이 허점을 적극적으로 악용하여 실효세율을 미국의 법인세율보다 현격히 낮은 12.5% 미만으로 유지해왔고 일부 회사는 2% 미만의 세율로 법인세를 내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당국은 내년 1월부터 아일랜드 내 정주하는 모든 신규 기업은 세무등록법인(tax resident)을 의무적으로 설립해야 할 것이라 명시했습니다. 이로써 아일랜드에서 정주하지만 조세 징수를 회피하기 위하여 버뮤다와 같은 조세 피난처에 등록법인을 설립하던 기업들의 편법 활동이 대폭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외압에 의한 당국의 이번 결정을 우려하는 아일랜드 국민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의 유인으로 작용했던 더블 아이리쉬가 폐지되면 더 낮은 세율을 찾아 아일랜드 영토를 떠날 기업들의 수가 자연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인지하듯, 아일랜드 당국은 두 가지 대응책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우선, 당국은 더블 아이리쉬 제도를 차례대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신규 기업들은 내년 1월부터 더블 아이리쉬를 악용하는 것이 금지되지만, 기존의 기업체들에는 구조 조정을 위해 최소 6년의 유예기간이 제공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국은 ‘지식개발 상자(knowledge development box)’라 불리는 제도를 운영하여 저작권 수입에 대한 세율을 대폭 낮춰 기업들의 역외 탈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아일랜드 당국의 더블 아이리쉬 폐지 결정으로 그동안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쳐 기업의 탈세 활동을 간접적으로 도왔던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 역시 큰 외압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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