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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나쁜 두 이웃, 나란히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하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두 사람을 배출한 나라가 인도와 파키스탄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최근 한동안 잠잠했던 카슈미르 국경 지역에서 교전이 이어지면서 원래도 좋지 않았던 사이가 험악해지고 있던 참이니까요.

지난 2년, 평화상을 단체에 수여해온 노벨상 위원회는 올해 다시 개인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두 사람을 선정했습니다. 파키스탄 출신의 수상자는 17세 소녀 말랄라입니다. 2012년 학교에 다녀오다가 탈레반의 총격을 받아 머리를 다친 후 기적적으로 살아나 유명해진 인물이죠. 이후 영국으로 망명한 말랄라는 계속되는 탈레반의 위협에 용감하게 맞서며 소녀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외치는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 이전에도 이미 이름있는 상을 여럿 받았고, 올해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인도 측의 수상자는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해 힘써온 카일라시 사티야티입니다. 말랄라에 비해 유명세는 떨어질지 몰라도, 쌓아온 업적은 대단합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단체는 1980년 이래 노예 어린이  78,500여 명을 노예 노동으로부터 구해냈습니다.

두 사람이 안은 수상의 영예는 동시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어두운 그늘을 부각시켰습니다. 말랄라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총격을 당한 후에도, 극단주의 세력의 위세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파키스탄 소녀들이 처한 상황은 악화되고 있으니까요. 사티야티가 지적한대로, 인도에서는 수 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납치되고 수 만 명이 다양한 형태의 노예 노동에 묶여 있습니다. 부모가 진 빚 때문에 팔려가서 착취당하는 것이 가장 흔한 형태인데, 엄연한 불법이어도 처벌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죠.

이번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나란히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으로 두 나라 간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노벨상 위원회가 내심 그런 효과를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과거 노벨상 위원회는 두 집단 간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킨 넬슨 만델라와 F.W. 데 클레르크의 경우나, 북아일랜드의 문제를 풀어낸 존 흄과 데이비드 트림블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말랄라와 사티야티는 아동 권리 신장이라는 문제를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간 뿌리깊은 갈등과는 딱히 관계가 없으니까요.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멉니다. 양 국 간 평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와야겠죠. 뒤집어 말하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또 한 번 노벨평화상을 받아갈 수 있는 지역입니다.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면, 노벨상 위원회는 다시 한 번 주저없이 인도인과 파키스탄인을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할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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