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 관료가 국내 여러 이슈를 다루면서 얻은 경험, 노하우는 후에 그들이 해외 이슈를 다룰 때 하나의 교본이 되어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종종 중국 외교 정책이나 대외 경제 정책을 분석하는 전문가는 그 정책의 뿌리가 과거 중국 국내 문제를 해결할 때 동원된 적 있었던 비슷한 정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최근 중국이 국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상황에서도 이런 경향이 보입니다.
지난 7월 15일 제6차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브릭스 개발은행(신개발은행, NDB) 설립이 발표됐습니다. 중국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세계 금융 체제 개혁론에 힘이 실리게 된 겁니다. 중국이 신개발은행 설립을 추진한 배경에 현재 세계 금융 질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핵심인 양대기관, 즉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을 개혁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습니다.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인 금융 질서를 바꾸겠다는 겁니다.
물론 이 분석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혁 발상이 실은 그동안 공산당 엘리트가 중국 국내 이슈를 대처해온 방식의 연장선에 있음을 염두에 두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비록 중국은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 개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릇 개혁이란 언제나 기득권 세력의 격렬한 저항과 부딪히게 됩니다. 이해 집단이 거세게 저항하는 통에 개혁 드라이브가 좌초하거나 정체될 때, 중국 지도층이 흔히 쓰는 카드가 있습니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거나 아예 비슷한 조직을 새로 창설해, 기득권 세력과 경쟁을 시키는 겁니다. 이러면 기득권 세력은 정부의 개혁 지침을 따르지 않고는 못 버티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 중국 엘리트가 국영기업(SOE) 개혁을 주도했을 때, 국영기업 이해관계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개혁주의자였던 주룽지 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했고, 중국 국영기업을 해외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도록 내몰았습니다. 위기에 처한 많은 국영기업이 결국 중국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최근 중국 금리 자유화 개혁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금리 자유화는 중국 국내 금융기관에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정책 집행이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층 일부가 신흥 인터넷 금융 업체,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위어바오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신흥 인터넷 금융 업체는 전통적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금융기관이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중국 엘리트는 전통적 금융기관이 정부 정책을 따르도록 효과적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이 국제 금융 체제, 즉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개혁하자고 마음 먹었을 때, 바로 국내 정치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용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즉 현존하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쟁할 대안적 국제 기구를 창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주석은 일찍이 중국투자공사(CIC) 창설을 성공시킨 바 있는 러우 지웨이를 재정부장(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리하여 세계은행과 경쟁하는 신개발은행(NDB), 국제통화기금과 경쟁하는 위기대응기금(CRA), 아시아개발은행과 경쟁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설에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서양 자본주의에서 나온 개념이고 중국 공산당 엘리트와 잘 어울리지 않는 개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중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국제 이슈를 처리하는 데 이용해 온 방식이었습니다.
출처: 동아시아포럼(EastAsiaForum.org)에 실린 글을 저자의 동의를 얻어 일부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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