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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마, 중국의 자선사업을 시작하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부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1889년 앤드류 카네기의 발언입니다. 미국 전성기에 최고의 갑부로 떠오른 카네기는 자선활동을 통해 그의 재산을 분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최고 갑부로 떠오른 알리바바의 잭 마도 카네기의 발취를 따릅니다. 지난 14일, 잭마와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 조세프 차이는 중국의 3조원 규모의 대형 공익신탁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누군가는 무언가 해야해요. 우리가 그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잭 마의 사회문제 관련 기고문 보기)

이 발표를 비꼬아보기는 쉽습니다. 150조원 규모가 될 알리바바의 상장을 앞두고 실리콘밸리 기업 홍보의 정석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러나 자선활동에 인색한 중국의 억만장자들과 확연히 다른 잭 마의 한걸음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빌게이트와 워렌 부펫이 전세계 백만장자들을 상대로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122명 억만장자가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나설 때에도 전세계 억만장자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358명 억만장자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자선활동이 어려운 건 무엇보다 두려움과 부담감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큰 돈을 번 것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중국 갑부들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공산당 정부나 태자당과의 유착관계에서 나온 특혜로 부를 쌓는 등 돈을 번 과정도 떳떳하지 못합니다. 사업으로 돈을 번 잭 마는 드문 사례입니다. 잭마의 자선사업은 다른 중국의 갑부들에게 압박이 될 것이고, 시진핑 주석도 기부금에 세금 특혜를 주는 등 기부활동을 지원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쫓아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첫 대규모 자선사업은 더 나은 시민사회를 짓기 위한 활동이 민간으로 넘어간다는 데서 시진핑 주석에게도 중요한 사건입니다. 어린아이를 교육하고 노인들에게 요양원을 제공하는 업무를 NGO에서 부담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역할은 줄어듭니다. 사회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자선단체의 도움은 클 것이나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 넘겨준다는 데서 중국의 근간인 사회주의 체제 유지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잭마는 정부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입장입니다. 교육, 의료 보장, 환경 문제에 테크를 결합해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죠. 전국의 수질을 측정하기 위해 스마트폰 유져들에게 자료를 크라우드 소싱하는 식입니다. 카네기는 일찍이 단순 기부이 아니라 자선 산업의 틀을 구축함으로서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 공산당만 협조한다면, 잭 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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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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